깔끔하고 깐깐한 노인이라 호흡 장애 외에는 신경쓸 만한 게 없을 거라고 직원은 덧붙였다.
이복례 할머니의 집은 무악산 아래 있었다. 한 손에는 타투 머신과 니들, 잉크를 넣은 가방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옷가지를 넣은 캐리어를 끌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노상의 과일 트럭에서 자두를 팔고 있었다. 빈손으로 가기 뭣해 자두 한 봉지를 샀다. 봉지 입구에 코를 대자 달고 향긋한 냄새가 훅 풍겼다. 벌써 여름이네. 폴로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근린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셔틀콕이 라켓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할머니의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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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헌진의 겨울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회사에서 잘린 뒤 나는 오픈 런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명품 매장 앞에 줄을 서 시계나 가방을 구매 대행하는 일이었는데, 비나 눈이 오면 웃돈을 더 얹어주어 급전이 필요할 때는 짐짓 눈 예보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번 겨울은 지독히도 춥더라, 생전 안 신던 어그부츠까지 꺼내신었다. 같은 말을 주고받다 헌진에게 문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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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순을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해 몸이 보내는 허기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이 산 자로서 발을 떼는 첫걸음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끼니때마다고파오는 배가 한없이 부끄러웠지만, 생명의 그 능력을 거역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다시 산 자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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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낳아서도, 너무 적게 낳아서도, 너무 일찍 낳아서도, 너무 늦게 낳아서도, 적절하지 않은 성비로 낳아서도 안 되는 게 결혼한 여자의 임신과 출산이다. 너무 많이 낳은 여자는 주책없는 여자가되고, 너무 적게 낳은 여자는 이기적인 여자가 되었다. 너무 일찍 낳은 여자는 철없는 여자가 되고, 너무 늦게 낳은 여자는 혹 늦둥이라면 밝히는 여자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 적절하지 않은 성비로 낳은 여자는 이제 의학의 혜택을 모르는 여자가 되었다.
자녀의 수와 성비를 둘러싼 1980, 90년대의 이러한 분위기에 박완서는 매우 예민했던 것 같다. 그가 낳은 딸 넷에 아들 하나는, 비록 생기는 대로 낳을 수밖에 없던 시절의 일이었다 해도 문화적 입방아를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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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것‘과 ‘왕도‘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Lesson 1에서도 설명했다시피 널리 일반적으로 사랑받는 스토리에는 몇 가지의 전통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신데렐라 스토리나 히어로물, 스포츠물 등은 ‘주인공이 XX 한다‘
라는 사건과 ‘어떻게‘라고 하는 시추에이션이 세트가 되어 있었지요.
이들 패턴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그런 것은 프로 작가라도 어렵다고 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패턴을 답습해서 쓰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흔한 패턴‘은 왜 자주 사용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그만큼 그 패턴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패턴을 답습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닙니다. 다만 디테일이 부실한 것이 나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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