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현준은 ‘이것은 ~가 아니다‘
라는 말을 즐겨 썼는데, 그 배경에는 보라가 잘 이해할 수없는 서양 철학자의 생각과 이상한 그림들이 존재했다.
현준의 간단명료하고 직설적인 평가는 보라를 당황하게 했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 말은 보라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그뒤로 보라는 현준에게 자신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삶과 글쓰기에 관한 고민을 최대한 촌스럽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보라는 신중을 기했고 그래서 현준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작성하는 데에는 늘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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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냉담한 표정 같은 건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무언가를 더 얘기하려 할 때 전화벨이 울렸다. 남자는 예예, 하며 허공을 보고 몇차례 허리를 숙이더니 돌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머리를 긁적였다. 가격 네고가 얼마나 가능하냐는 연락이었다. 이어서 다른 부동산 두군데에서도 연락이 왔고 남자의 목소리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보아하니 세 팀 간에 비딩이 붙은 모양이었다. 남자는 인사도 없이 집을 나섰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화기 너머로 던진 말은 당장 계좌번호를 주긴 곤란하며 처음 제시한 가격보다 금액을 높여야겠다는 거였다.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경쟁, 말하자면 집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일 따위는 우리와 하등 상관이 없는 세계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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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나요?"
내가 물었다.
마리는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그럼요. 아주 흔한 일이죠 사실 그런 건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우리는 눈이 거의 다 사라진 거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몹시 추웠고 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이 뒤숭숭하게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도 추하지만은 않다고, 나는언뜻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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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는 실력의 결과로 진화한다. 시도하기 전에는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실력이 늘면 덩달아 야망도 커진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만큼은 호흡을 가다듬고 한 줄 한줄 써 내려가야 한다.
- 힐러리 맨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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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만약 내가 재능이 있다면, 머리가 매우 좋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노력에는 끊임없이 공을들이는 과정이 뒤따른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앞뒤 재지 않고 몸을 던져 일에서 재미와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글쓰기는 지적이고 정서적인 극기 훈련과 같다.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을 기대했다가 글쓰기가 애초 생각과 다르다고 충격을 받아 포기하기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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