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처음 단계로서, 애매하고 어렴풋한 윤곽을 향해서 말을 써나가고 혹은 말을 계속 지운다. 그러는 사이에 비로소 실현되어 가는 것이 바로 문장이다. 그것은 하나하나의 말, 절, 문장의 구상,
문체의 구상 그리고 몇 줄의 문장에 의해 분절화된 이미지를 장치한 구상이라고 하는 제작과정 그 자체를 이 문장의 구조로 내포하고 있다. 오히려 그 문장구조의 감촉이 이러한 특별한 문장이 갖추고 있는 문체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 가는 작가였기때문에, 무질의 산문은 독자적인 그 이상한 환기력, 즉 폭력적일만큼의 환기력을 갖춘 소설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무질이 평생근면하게 문장을 퇴고했지만 이 소설 전체를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은 대개 일반적인 인간 수명의 절대량으로는 결코 쟁취할 수는 없다고 하는, 그런 비극도 생겼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서를 재우고 밖으로 나왔을 때 이모는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재연을 보고 후다닥 일어섰다. 식탁 위에는 재연이 결혼할 때 선물받은 찻잔이 나와 있었다.
내 마실 잔을 찾다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아요.
선우를 따라 느낌표를 붙여보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들은 노정훈씨가 일러준 바다 방향으로는 가지 않았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메밀국수를 다 먹고 나서 설은 주영과주영의 간병인과 그의 문자메시지에 대해 일시적으로 잊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 또한 의도는 아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멈춘 것은 퇴색하고 틈이 벌어지고 낡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바위는 제자리에서 조금씩 바스러지고 있다. 어느 날회색 재로 풀썩 무너져내려 실체조차 없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사랑도 언젠가 그처럼 소멸하리라는 희망만이 그동안설을 버티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해 보인댔어요.‘
순해 보인다는 표현은 갓난아기나 동물에게 쓰는 말이 아닌가. 한나는 의아했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유가 말을 다르게 전달했을지도 몰랐다. 그뒤로 매일 다를 바 없는 하루가반복되었다. 하유 엄마와 한나가 현관 앞에서 배턴터치를 하는 것도 매일 똑같았다. 하유는 보통 오전에는 학원 숙제를 했다. 숙제가 끝나면 그들은 배달 앱을 이용해 돈가스, 김밥, 짜장면, 주먹밥과 우동 같은 메뉴를 번갈아가며 주문해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학원에 가기 전까지는 자유 시간이었다. 하유는 친구 태리와 내내 문자를 주고받으며 그 시간을 보냈다. 흡사천체 망원경으로 우주를 보는 과학자처럼 휴대폰 화면을들여다보고 있는 하유는 무척 진지하고 행복해 보였다. 하유가 한나에게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도 태리에 관한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