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난 뒤 두 젊은이는 전혀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프라이의 작은 무개 자동차에 올라 세인트루이스로 출발했다. 그곳에서그들은 청년의 부모를 만난 뒤 자리를 잡고 살게 될 터였다. 스토너는 아이들이 차를 몰고 떠나는 모습을 집 안에서 지켜보았다. 그 옛날 방에서 그와 나란히 앉아 엄숙하고 기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딸의 모습,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그 사랑스럽고 작은 아이의 모습만이 머리에 떠오를 뿐이었다.
너는 젊은 강사들과 나이 많은 학생들, 그러니까 미처 이름과 얼굴을 확실히 기억하기도 전에 훌쩍 사라지곤 하는 사람들에게자신이 거의 신화적인 존재가 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신화적인 존재의 정체는 다양하게 자주 변했다.
스토너는 가차 없이 질문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워커와 로맥스두 사람 모두에게 분노를 느꼈지만, 나중에는 분노가 일종의 연민과 지독한 유감으로 변했다. 스토너는 자신이 몸에서 빠져나와 냉정한 태도로 치명적인 질문들을 계속 던지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있는 것 같았다.
저녁에 집 청소와 설거지를 마치고 그레이스를 거실 구석의 요람에 눕힌 뒤 스토너는 책으로 출판할 원고를 손봤다. 작업은 그해말에 끝났다. 원고가 전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출판사에서 그원고를 받아들여 1925년 가을로 출간 일정이 잡혔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그 책 덕분에 스토너는 조교수로 승진하면서 종신교수가 되었다.
그 내면의 사적인 공간으로 지금 윌리엄 스토너가 침범해 들어왔다. 그런데 그녀의 내면에 있는 줄도 몰랐던 어떤 것, 아마도 본능같은 것이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불러 세운 뒤, 필사적으로 빠르게말을 이어나갔다. 그녀는 전에도 그렇게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고, 그 뒤로도 다시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