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사람 돌보는 거나 동물 돌보는 거나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이다. 우리는 그 아이가 무언가가 되어 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공부 잘하는 사람, 재능이 뛰어난 사람, 돈 잘 버는 사람,
꼭 그런 게 아니라도 보통의 시민으로 제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그렇기에 때론 다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동물은 그렇지 않다. 그저 내 곁에 있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 이대로, 매일매일 똑같기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동물을 돌본다는 것은 현재지향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가 콘티에 얽매여 있었다는 사실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깨달았습니다.
"테크닉은 훌륭해요. 다만 당신은 촬영하기 전에 콘티를 전부 그렸겠지."
18도쿄 국제영화제 참석차 일본에 와 있던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만났을 때 이렇게 정곡을 찔려서, "그렸습니다. 자신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디에 카메라를 둘지는 그 사람의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에 비로소 정해지는 게 아닌가. 당신은 다큐멘터리를 찍었으니 알겠지?"
물론 통역을 사이에 둔 대화였기에 이렇게까지 호된 말투는 아니었겠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런 것도 모르나?‘라는 뉘앙스였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눈앞의 인간이나 현상과의 관계 속에서 찍는 대상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다큐멘터리의 재미를 분명 실감했는데도, 게다가 그 다큐멘터리라는 우회로를 거쳐 겨우 영화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경험을 살리지 못했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할머니에게 아직 묻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러니 한라봉이 남아 있고 보행 보조기를 ‘모셔 놓은‘ 당신 집으로, 당신이 돌아오면 좋겠다. 나는 당신에게 꼭 묻고싶은 게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속에서 완화 치료전문가인 수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제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이 생명 유지를 위해얼마만큼 견뎌 낼 용의가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상태면 사는 게 괴롭지 않을지 알아야만 해요." 그래서당신 대답에 따라, 당신 뜻대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된다면 좋겠다. "결국은 이기게 되어 있는 죽음" 을 주제로 우리가 오래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겐 아버지가 없다. 하지만 여기 없다는 것뿐이다. 아버지는 계속 뛰고 계신다. 나는 분홍색 야광반바지 차림의 아버지가 지금 막 후꾸오까를 지나고, 보루네오섬을 거쳐, 그리니치 천문대를 향해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나는 아버지가 지금막 스핑크스의 왼쪽 발등을 돌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백십 번째 화장실에 들러, 이베리아반도의 과다라마산맥을 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견해가 그저 견해임을 알아차려라 온갖 견해들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라 지금 여기서 앞자리에 앉은 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커피 맛을 음미하고 깨끗하게 이를 닦아라. 무슨 일을 하든 지금 여기로 돌아오라. 만약 견해를 가지면 그냥 놓아버려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라 자신이 새로운 세상에있으며, 새로운 눈과 귀를 가졌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