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콘티에 얽매여 있었다는 사실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깨달았습니다.
"테크닉은 훌륭해요. 다만 당신은 촬영하기 전에 콘티를 전부 그렸겠지."
18도쿄 국제영화제 참석차 일본에 와 있던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만났을 때 이렇게 정곡을 찔려서, "그렸습니다. 자신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디에 카메라를 둘지는 그 사람의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에 비로소 정해지는 게 아닌가. 당신은 다큐멘터리를 찍었으니 알겠지?"
물론 통역을 사이에 둔 대화였기에 이렇게까지 호된 말투는 아니었겠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런 것도 모르나?‘라는 뉘앙스였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눈앞의 인간이나 현상과의 관계 속에서 찍는 대상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다큐멘터리의 재미를 분명 실감했는데도, 게다가 그 다큐멘터리라는 우회로를 거쳐 겨우 영화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경험을 살리지 못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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