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정비공장까지 가서 차를 맡기고 유이치와는 곧바로헤어졌다. 유이치의 차를 배웅하는 여자친구에게 "남자 괜찮지?"라고 은근슬쩍 속마음을 떠보자 ‘차 안에서 한마디도 안하던데. 고맙다고 인사를 해도 ‘아, 네‘ 라고 무뚝뚝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왠지 숨 막혀"라며 웃었다. 실제로 그런 남자였다.
수화기에서 들려온 여자 목소리는 사무적이진 않았지만,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귀에 댄 전화기는 작년에 요시노가골라서 산 무선전화기였다. 처음 샀을 때부터 통화에 잡음이 섞여 도무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전파 때문이야, 다 그래"라는 요시노의 말에 어느덧 1년 가까이 참아가며 쓰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잡음이 유독 귀울림처럼 신경에 거슬렸다.
사회는 오로지 하나의 권력만 행사되는 단일체가 아닙니다. 실제로는 상이한 권력들이 병치, 연결, 결집, 위계를이루고 있으며, 각각의 권력은 그럼에도 나름의 특수성을유지합니다.... 사회는 상이한 권력들의 군도입니다. "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황제 숭배가 로마 본국의 국경을넘어서 속주까지 유행했음을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교인 입장에서 이것이 재앙처럼 다가왔다는 것 역시도 쉽게 예측될 수 있죠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작용하는 구조나 체계의 거대한 영향력을무시해선 곤란합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세계가 모두 규명되고 또한 통제된다는 식의 생각은 위험합니다. 이건 초월적인 신이 존재하며, 그 존재가 현실을 관할하는 것이 섭리로서 증명된다고 믿었던 바로 그 옛 세계관에 다름 아닙니다. 게다가 이런 생각은 약간만 실수하면 지적 게으름으로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지금 제시된 저체계가 담긴 책 한 권만 빠삭하게 꿰고 있으면 모든 세계가설명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이로써 삶이 얼마나 간편해질지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보다 편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