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콘티에 얽매여 있었다는 사실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깨달았습니다.
"테크닉은 훌륭해요. 다만 당신은 촬영하기 전에 콘티를 전부 그렸겠지."
18도쿄 국제영화제 참석차 일본에 와 있던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만났을 때 이렇게 정곡을 찔려서, "그렸습니다. 자신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디에 카메라를 둘지는 그 사람의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에 비로소 정해지는 게 아닌가. 당신은 다큐멘터리를 찍었으니 알겠지?"
물론 통역을 사이에 둔 대화였기에 이렇게까지 호된 말투는 아니었겠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런 것도 모르나?‘라는 뉘앙스였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눈앞의 인간이나 현상과의 관계 속에서 찍는 대상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다큐멘터리의 재미를 분명 실감했는데도, 게다가 그 다큐멘터리라는 우회로를 거쳐 겨우 영화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경험을 살리지 못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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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에게 아직 묻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러니 한라봉이 남아 있고 보행 보조기를 ‘모셔 놓은‘ 당신 집으로, 당신이 돌아오면 좋겠다. 나는 당신에게 꼭 묻고싶은 게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속에서 완화 치료전문가인 수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제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이 생명 유지를 위해얼마만큼 견뎌 낼 용의가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상태면 사는 게 괴롭지 않을지 알아야만 해요." 그래서당신 대답에 따라, 당신 뜻대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된다면 좋겠다. "결국은 이기게 되어 있는 죽음" 을 주제로 우리가 오래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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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버지가 없다. 하지만 여기 없다는 것뿐이다. 아버지는 계속 뛰고 계신다. 나는 분홍색 야광반바지 차림의 아버지가 지금 막 후꾸오까를 지나고, 보루네오섬을 거쳐, 그리니치 천문대를 향해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나는 아버지가 지금막 스핑크스의 왼쪽 발등을 돌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백십 번째 화장실에 들러, 이베리아반도의 과다라마산맥을 넘고 있는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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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해가 그저 견해임을 알아차려라 온갖 견해들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라 지금 여기서 앞자리에 앉은 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커피 맛을 음미하고 깨끗하게 이를 닦아라. 무슨 일을 하든 지금 여기로 돌아오라. 만약 견해를 가지면 그냥 놓아버려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라 자신이 새로운 세상에있으며, 새로운 눈과 귀를 가졌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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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마라. 남들에게 들은 말도 무작정믿지 마라. 냉소적으로 굴라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스승의 가르침이라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진리가 살아 있음을스스로 탐구하라는 뜻이다. 내 집에서 일어나는 무상과 무아, 고통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차려라. 사람들이 말하는 진리가 참인지 거짓인지 스스로 확인하라. 인간의식의 근원에 자리한 것이 환희인지도 스스로 알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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