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그랬듯이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다가 나의 미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아는 미자는 열세 살에 우리 집에 왔다. 지금 내게 미자 얼굴은 사진 속의 모습으로만 남아 있다.
나는 미자를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꽃이 어지럽게 핀 봄이 되면 미자의 등이 떠오른다. 한때,
내가 그 등에 매달려 있었다. 등 너머에는 맨드라미와 봉선화가 있었고, "저거 봐! 맨드라미 폈다, 봉선화폈다" 자신이 본 것을 꼬박꼬박 말로 옮겨주는 사람의 목소리도 있었다. 미자는 내게 등의 기억을 남겨 줬고,
그것은 온기의 기억이자 사랑의 기억이다. 다시 볼 수없어도, 얼굴을 잊어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그런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엄마, 어떤 작가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무언가를 구하기 위해 글을 쓴대."
내 말에 엄마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니까 우리 이야기도 미자의 무언가를 구하기 위한 것인지도 몰라."
엄마가 아기처럼 눈을 감았다.
"봄이 오면 진짜 봉선화 물들여볼까?"
엄마가 미자처럼 수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