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그녀는 이국의 카페에서 그와 마주앉은 채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그녀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그였는데도 자꾸만 그가 낯선 타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때, 그녀의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남자의 흔적을 그에게서 찾기 위해 그녀는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그는 그저 나이 많고, 촌스럽고, 피로해 보이는 남자에 불과했다. 그는 햄을 집어다가 접시에 놓고 썰어먹었다. 어디선가 자꾸 벌이 날아와 그들의 잼 그릇 위에 앉았다. 인기 있는 식당이라더니, 테라스는 사람들로 붐볐다. 변덕스러운 베를린 날씨답게 뜨겁던 햇살은 어느새 사라지고 하늘은 잔뜩 흐려졌다.
좀 서늘한 기분이 들어 그녀는 큰 컵에 가득 담긴 라테 마키아토를 마셨다. 커피는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그녀는 학교 도서관 카페에서 파는 뜨겁고 진한 마키아토가 그리웠다. 그녀가 커피를 시키면 언제나 카운터 뒤에서 정갈한 커피잔 가득 우유와 커피를 부어주는..... 이름이 한스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