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에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우리를 치료하는지도 모른다. 상처는우리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돌아보면 내가 상처라고 여긴 것은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과 다르지 않았다. 삶의 그물망 안에서 그 고통의 구간은 축복의 구간과 이어져 있었다. ‘축복blessing‘은 프랑스어 ‘상처 입다blesser‘와어원이 같다. 축복을때상처를 빼고 세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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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영화는 도중에 반드시 한두 번은 필름이 뚝 끊어진다.
그러고는 10분쯤 장내가 밝아진다. 첫 번째 필름이 끝나고 두 번째(혹은 두 번째가 끝나고 세 번째) 필름을 세트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기야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그래도 휴식시간치고는 너무나 갑자기 필름이 끊어지는 바람에 흥이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사기를 두 대 사면 해결될 일인데 이쪽 사람들은 특별히 불편하게는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모두 그동안 화장실에 가거나 초콜릿을먹거나 전반부의 줄거리를 종합하면서 씩씩하게 후반부에 대비한다. 아이들은 좌석 등받이에 대고 "아초, 아초"라고 외치며 쿵후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분다. 무로란 센다이가 즉시 달려온다. 티타니아 영화관의 밤은 이렇게 소란스럽게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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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에게는 지금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잘 찾아지지도 않는 ‘왜‘를 찾는데 아까운 시간을 쓰기보다는,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거며 그걸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그래서 오늘 비록 왜에 대해서는 거의 말씀을 드리지 못했지만 대신 말씀드린 어떻게가 그보다 더욱 값어치 있는 말들이었기를 바랍니다. 또한 마지막으로이 세 번의 강연을 통해서 제가 말씀드린 타인과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뭐든 더 현명한 선택을 하고, 변함없이 뭔가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제가 이야기를 드린 이유는, 모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는 말씀을드립니다. 나는 왜 쓰고 만들며 왜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는가. 오로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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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른들은 어떨 때 고통을 느낄까요. 여러분은어떨 때 뭔가에 대해서 걱정이 되고 화가 나고 불안해지면서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그러세요.
뭐,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수중에 돈이 너무 없거나어느 날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미치겠을 때 등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죠. 그중에서도가장 크고 압도적으로, 살아 있는 내내 우리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골칫거리가 있으니, 눈치채셨겠지만 그건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 즉 관계에서 오는 문제. 타인과 대면하면서생기는 온갖 일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람 대하는 일을 평생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숙달이라는 게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죠.
똑같은 문제가 수십 년 반복되는데도 똑같은 선택을하고 똑같은 후회를 합니다. 어째서 이 사람과의 문제는 누구한테 배울 수도 없고 스스로 학습을 하기도어려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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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살아가다 어느 날문득 소설을 쓰기 시작했듯,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글도 쓰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글과 완전히 멀어져 헤어질 수밖에 없을 때가. 조금씩 각오하고 있다. 만약 십 년 뒤에도 내가 글을 쓰고 있다면, 첫 문장을 고민하며 서너 계절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그때에도 누군가가 당신은 어째서 소설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마음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삶을 충분히 살아서 더는 그럴 필요 없는 사람이길.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겐 소설이 필요합니다, 라고 분명히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오늘도 나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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