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바다는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질문들 앞에서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떠올린다. <자기만의 방>에서 울프는 위대한 시인이 우리(여성) 안에 살아 있다고,그녀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한다면,비록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가난 속에서 기울이는 노력이라 할지라도 가치가 있다고 썼다. 내일의 가치도 거기에 두고 싶다.
하지만 현명한 어른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지혜를 궁리하고, 때로는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몸을 던져보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어른은 글을 쓴다. 씀으로써 돌파한다. 거기에는 질문이 있고, 질문을 기다리는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글이 나만의 어디로든 문이 되길 고대하고 있다. 문을열면 그곳엔 단 한 사람을 위한 책상 하나가 놓여 있을것이다.
이렇듯 마지막 이야기들』은 담담한 목소리로 전해지지만 그 안의인물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삶의 가혹한 비바람에 무참히 휘고뒤틀렸을지언정 홀로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처럼 조용한 위엄을 지닌 우아하고 아름다운 인물들, 그들은 거장 윌리엄 트레버가우리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따뜻한 위안이다. 달콤한 희망,빛나는 용기다.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남자 때문에 겁이 날 때가 많았지만 이 남자의 경우, 지금 그와 함께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몰랐지만 두렵지 않았다.그녀는 일이 끝난 후 남자에게 받은 돈을 도로 빼앗긴 적이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남자가 주머니칼로 위협했고, 다른 한 번은 그녀의 팔을비틀었다.고요가 이어졌고, 앉아서 작업중인 사람은 그 고요를 전혀 깨지 않았다. 그녀는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잠이 들어버렸다.
에서리지는 크래스소프 부인의 미스터리를 추적해갔으나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더이상의 추측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유 모를연민을 느꼈다. 그는 한 성가신 여인의 비밀을 존중했고 그 비밀을 지켜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