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봄이 되어 무척 앳되어 보이는 조경사님을 소개받았다. 평생 도시 사람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제대로 나무들을 심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찾아온조경사님을 만나 ‘이렇게 작은 현장은 처음이네요‘라고그가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끝에 조촐한목록을 완성했다.미스김라일락청단풍.
나는 너에게 묻는다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희망을 상상하는 일그런 것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희망은 있어우리는 우리 키와 체중에 갇혀 있지 않으니까
돌아보면 제가 문학을 읽고 써온 모든 시간 동안 이 경이의 순간을 되풀이해 경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어라는 실을 통해 타인들의 폐부까지 흘러 들어가 내면을만나는 경험. 내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을 꺼내 그 실에실어, 타인들을 향해 전류처럼 흘려 내보내는 경험.
혼자여야 한다. 집중을 위해서도, 어떤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종종 주변의 곤혹스러운 반응을 우려하지 않고 내 맘대로 손짓, 발짓을 하고 움츠렸다 중얼거렸다하기 위해서도. 나는 또한 긴 시간이 통째로 주어지지 않으면소설 쓰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오로지 자신이 보고 느낀 대로 기록하고, 그저 수사나 곁가지로 흐른 부분은 없는지, 기품도 없고 인상적이지도 않으며우매하기만 한 구석은 없는지 돌아보며 여러 번에 걸쳐 주의 깊게 고쳐 쓰는 작가라면, 세상이 공정한 한, 지브롤터 요새보다더 오래 버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