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에서 사방용 테트라포드 이야기를 듣고 여느때처럼 니가타의 해안을 막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테트라포드를 연상한 이유는 수긍이 되지만, 왜테트라포드가 이토록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지 의문이 다시 생긴 점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물건이라 할 만한 물건을 쌓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차곡차곡 쌓은 것은세월과 나이뿐인데 그것은 내 의지로 쌓아온 것이아니라는 쓸쓸함이 있다. 화장지 교환 장수에게 폐신문을 잘 묶었다고 칭찬받았을 때까지는 좋았는데어설피 트럭을 배웅한 탓에 연상이 일어나 왠지 묘하게 숙연해져서 앙금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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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굵은 뿌리 사이로 얼핏 적갈색 빛이 보였다.
살펴봤지만 어두웠다. 그러나 보는 위치에 따라 언뜻 빛이 보였다. 어디선가 굴절되어 들어온 빛 같았다. 살짝 손을 넣어 더듬어보고 깜짝 놀랐다. 희미하지만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분명 따뜻했다. 게다가 축축이 젖은 바깥쪽만 봤을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그 안은 보송보송했다. 숲 전체가 젖어 있는데도 말이다. 고목의 중심부로 생각되는 부분은 새로 자란 나무의 뿌리 아래서 보송보송했고온기를 품고 있었다. 손끝이 비에 젖어서 차가웠기때문에 반대로 있을 리 없는 온기와 확실히 느껴지는 보송함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뜻한 손이었다면 감지하지 못했을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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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날 것이고당신도 떠날 것이다이것이 우리의 공통점이다그 밖의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나는 지금 살아남기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소멸로부터 살아남기가 아니라봄까지 슬픔으로부터 살아남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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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동행 없이 혼자 걷는다고 해서외톨이의 길을 좋아한다고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길이 축복받았다고 느낄 때까지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었으나가슴 안에 아직 피지 않은 꽃들만이그의 그림자와 동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다음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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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생이 얼마나 가파른 생이었나
얼마나 고된 노동이었나
입술 깨물며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봄 사용법 외우지 않았다
너는 꽃이면서
너 자신의 유일한 지지대
날개이면서
그 날개 밀어 올리는 바람
너는 피었다
그냥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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