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굵은 뿌리 사이로 얼핏 적갈색 빛이 보였다.
살펴봤지만 어두웠다. 그러나 보는 위치에 따라 언뜻 빛이 보였다. 어디선가 굴절되어 들어온 빛 같았다. 살짝 손을 넣어 더듬어보고 깜짝 놀랐다. 희미하지만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분명 따뜻했다. 게다가 축축이 젖은 바깥쪽만 봤을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그 안은 보송보송했다. 숲 전체가 젖어 있는데도 말이다. 고목의 중심부로 생각되는 부분은 새로 자란 나무의 뿌리 아래서 보송보송했고온기를 품고 있었다. 손끝이 비에 젖어서 차가웠기때문에 반대로 있을 리 없는 온기와 확실히 느껴지는 보송함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뜻한 손이었다면 감지하지 못했을 온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