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죽은 돼지 두마리는 동네 사람들이 나눠 먹었다. 돼지가 죽는 바람에 피를 뽑지 못해서 고기는 질기고 냄새가 많이 난다고 했다. 원래 돼지값의 반밖에 받지 못해 아버지는 무척 화가 났다. 덜익은 돼지고기를 먹고 동네 사람들 중 절반 가까이가 토사곽란에시달렸다. 그래도 워낙 싸게 먹은 것이라 돈을 돌려달라고 온 사람은 없었다. 설사도 할아버지가 준 약을 먹고 나았다고 했다. 내 알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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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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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바람으로 불려갈 석탄에 삽날을 꽂으며 이제는각자의 생을 퍼 담아야 할 차례였다.
탐조등을 들고 일어서면 끓어오르는피에 놀라 우리는가만히 서로의 이마를 바라보았다. 욕망은우리를 지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역사를 걸어 나올 때무개화차 위에서 타는 불꽃을잠 깬 등 뒤로 얼핏 우리는 빼앗았다.
아아, 그곳에는아직도 남겨져야 할 것이 있었다.
폐광촌 역사에는아직도 쿵쿵 타올라야 할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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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이미 대지의 탓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아무런 잘못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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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젖은 총신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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