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음악에 떠밀리듯 한 술집 안으로 들어간다.
몇 계단 내려서자 천장이 낮은 넓은 홀에 이른다. 연기가자욱해 사람들이 거기서 무얼 하고 있는지 당최 알 수 없다. 그래도 구석에 놓인 엄청나게 긴 당구대를 알아본다.
거기 깔린 초록빛 융단이 개흙과 개구리밥으로 영롱한광채를 발한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안개 너머로 은빛 큐를 든 사람 몇을 얼핏 본 것 같았다. 존재하지 않는 공을맞추려고 그들이 당구대 쪽으로 바싹 몸을 기울일 때마다 초록빛 물 융단에 반사된 얼굴이 살짝 환해진다. 개구리의 낯짝 같기도, 라톤 분수대 조각상의 얼굴 같기도 하다. 돌출된 눈을 크게 뜬 그들이 개구리처럼 입을 활짝 벌린 채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