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빈과 계향이 나의 부모가 되기 한참 전에, 두 청년은 주로 신촌과 종로에서 데이트를 했다. 기분이 나면 한탄강에도 가고 두타산에도 갔다. 그렇게 멀리 나들이를갈 계획을 짜는 날에 영빈은 계향에게 만날 시간도 목적지도 다 알려주지 않고 정오 이후 언제든 서울역으로 나오면 자기가 있을 거라는 여유만만한 지형만 주었다. 그러곤 꼭두새벽에 여행 짐을 싸서 서울역에 도착해 계향을 기다렸다. 책을 읽고 산보를 하면서, 푸르스름한 서울역에 아침 해가 들고, 그 해가 기울고, 역사를 주홍빛으로물들이는 모습을 다 보면서, 오후 느지막이 계향이 도착하면 영빈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좀 더 늦게 오지. 기다리는 게 좋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