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덕끄덕 세계사 2 : 중세에서 근대로 - 술술 읽히고 착착 정리되는 끄덕끄덕 세계사 2
서경석 지음 / 아카넷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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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고 착착 정리되는 끄덕끄덕 세계사>가 이 책의 제목이다.

그 중에서 2권 '중세에서 근대로' 편을 읽었다.

1권은 고대 제국의 흥망을 다루고 있는데 선사 시대부터 고대 제국까지 문명의 탄생과 제국의 흥망성쇠를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여러 문화권 발생과 발전 과정 문화권 사이의 교류와 갈등을 다룸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1권을 읽지 않았다고 하여 2권만 읽는데에 불편함이 있거나 하진 않다. 이야기 책 읽듯이 읽어갈 수 있는 책이다.

그림과 삽화, 사진, 표 등이 사이사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실제로 이 책을 소개한 책 뒷표지에도 책을 활용하는 법이 나와 있는데

그림과 사진을 보며 역사의 디테일을 감상하고 스토리를 상상해 보기, 삽화로 장별 테마 추론해 보고 말풍선 바꿔 보기,

이야기 흐름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고 직접 그려 보기라고 소개되어 있다.

​3권에서는 오늘날의 세계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산업 혁명으로 힘을 키운 유럽. 세계대전과 경제 공황, 냉전을 거쳐 세계 위기까지.

이 책, 2권에서는 게르만 족의 대이동으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 서유럽이 어떻게 세계사의 주역으로 떠오르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 후 암흑기를 거친 서유럽이 근대로 들어서 세계사의 강자가 된 힘은 어디에 있는가를 조명한다.

그리고 그 시기 최고의 과학 기술과 생산력을 가졌던 아시아, 중국사와 이슬람사를 보강하여 쓰고 있다.

문화권별로 나누는 것이 역사의 흐름을 잡아내기 어려운데 이렇게 서유럽을 중심으로 중세와 근대로 넘어가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 넣어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내용은 서아시아에서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하고 이슬람 제국이 북아프리카를 거쳐 서유럽을 향하는데

그것을 프랑크 왕국이 막아내고 서유럽을 아우르는 제국을 건설, 로마 가톨릭과 교황의 권위가 얼마나 막강했는지,

십자군 전쟁 때문에 흔들리게 된 교황의 권위, 르네상스, 종교 개혁 등이 나온다.

한편 동아시아에서의 계속되는 제국의 건설과 패망이 이어지는데 재밌으나 복잡하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종교 개혁으로 생긴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적 세계관들이 형성되고 퍼진 배경에 대해서도 나온다. ​읽어가다보면 서유럽이 어떻게 그토록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다른 문화권과의 교류를 통해 받아들인 문물을 적극 개량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것들을 필요에 따라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 세계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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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
데이비드 키네먼 지음, 이선숙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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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청년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는 이미 꽤 오래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교회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겠으나 대형교회를 제외하고 교회에서 예배하는 사람들은 대개 노년층 그것도 할머니들이 거의 대부분인 것 같다. ​기복 신앙으로 변질이 되었든 어쨌든 그나마 교회를 지키던 그 노년 세대도 이젠 다들 약해져서 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느라 교회에 나와 주일을 지키는 것을 힘겨워하게 되다 보니 교회는 더더욱 빈자리들이 늘어간다.

믿음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대물림하는 것이 자연스럽거나 당연하게 여겨지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요즘처럼 기독교인들이 조롱당하고 믿음을 지키기가 어려운 시절이 있었나 싶을 지경이다.

그런 형편이다 보니 이 책은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래, 한 번만 더 속아보지.. 하며 집어 든 책이다. 속아보기로 했던 이유는.. 진단만 내리고 방향제시가 명확하지 않아서 공감만 하고 대안과 대책을 찾을 수 없는 책도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었다.

교회가 고령화 되어가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작년에 영국에 갔을 때 가이드에게 들은 얘기가 하나 있는데 현재 영국에서는 목사님 한 분이 30여 개의 교회를 관리(?) 한다고 했다.

워낙 예배하는 교인이 없다 보니 목회자 한 명이 30개의 교회를 다니며 장례예배를 주로 집례한다는 것이었다. 예전엔 유아세례나 결혼식 때라도 예배를 드렸으나 지금은 그나마도 하지 않아 장례만 치르고 다니는 게 목사님들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미국에 가서도 느꼈던 것이 젊은 사람들보다 노인분들만이 교회를 지키는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소문난 대형교회에는 젊은이들도 보이긴 했으나.

그러나 어디나 그런 것이 아닌 것이 내가 대학 때 ​찾아갔던 교회는 젊은 청년들이 훨씬 많은 교회였다. 그래서 늘 생각한다. 그 교회는 다른 교회들과 어떤 점이 달랐던 것일까 하고.

그 교회는 주일 온종일 예배했고 따로 성경공부를 깊이 파고들어했고 소그룹 모임이 대단히 활성화되어 있었으며 그렇게 훈련한 후 주 중에는 또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곳을 찾아가 현장에서 섬기는 일을 했더랬다.

주일 날 예배한 후 밥 먹으며 친교 나누고 한 주간 놀다가 다음 주에 다시 만나 예배하는 차원이 아니었던 것.

오히려 힘들다면 더 힘든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예배하러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청년들이 차고 넘쳤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다음 세대를 오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저런 복잡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여론조사를 통해 신앙과 문화의 상호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기독교 리서치 기관 '바나 그룹'의 대표인 데이비드 키네먼 목사님이 쓴 책이다. 이 책의 내용 역시 그 기관에서 수백 건이나 되는 세대 연구 자료와 관련 서적 검토, 전문가와 교육가에게 자문을 구하는가 하면 부모와 목회자들의 관점도 듣고 5천 건에 달하는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 자료들을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쓴 것이다.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의 이유는 저마다 다 달라서 딱 이거다 하고 결론지을 수 없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후 세 유형으로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을 분류하고 있다.

유목민 유형 ; 교회나 신앙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방황하는 사람들, 탕자 유형 ; 어린 시절의 신앙을 포기한 사람들, 포로 유형 ; 교회와 세상 사이에 끼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이렇게 세 부류로.

여기서 유목민 유형과 포로 유형은 교회를 떠났다고 진단하고, 탕자 유형은 기독교 신앙을 떠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들 모두 교회를 떠난 이유에 대해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교회를 이해할 수 없어서라고들 한다고 했다. ​

이렇게 그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2부에서는 그 이유를 6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이 대목이었다. 현실성 있는 접근을 통해 그 대안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꼼꼼히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전부 우리네 이야기와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만은 없겠으나 틀림없이 유의미한 결과였고 대안 또한 적어도 내가 다시 한 번 기독교와 교회를 생각해 볼 때 좋았더랬다. 그리고는 다음 세대를 제자 삼기 위한 50가지 지혜를 제시하고 있다. 부록으로는 이 책에서 쓴 용어들을 설명하고.

특별히 와 닿았던 부분들을 조금만 소개하자면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으려는 마음, 급변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예수님을 따르고 젊은 세대들이 예수님을 신실히 따르도록 도울까를 두고 이 책에서는 '깊은 관계 맺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님은 대량생산하시는 분이 아니라 수공업자이시며 이제 '당신'이 그렇게 할 차례라는 것.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예수님만이 모든 사람의 기쁨의 근원이자 중심이 되신다고...

줄 그어가며, 베껴 적어가며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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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과학실험의 모든 것 1 - 평범한 아이를 과학 창의 영재로 만드는 신나는 과학실험의 모든 것 1
톰 로빈슨 지음, 고아라 옮김 / 미다스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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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며 정말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던 적 있었다.

그 집에는 옥외 창고도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그 널찍한 창고를 보시고는 아버지의 어릴 적 꿈을 이야기해 주셨다.

과학 특히 화학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집 안에 실험실 하나 갖고 싶으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 창고를 정말 아빠의 꿈처럼 실험실로 만들고 싶으신 마음도 정말 갖고 계셨는데 현실은... 그 창고는 창고 본연의 임무만을 완수했다는 슬픈 이야기.

나는 특별히 화학을 즐겨 하시고 좋아하셨던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화학 자체에 어떠한 흥미도 관심도 재능도 없었던...

그래서 신 나는 과학실험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사실 참 와 닿지 않는다. 과학실험이 신 나다니 그게 뭐가 신 나...? 싶은.

그런데 이 책을 보자마자 정말 좋아했던 우리 집 큰아들. 평소 다른 책을 볼 땐 "아 또 책이야?" 이런 반응을 주로 보이는데 이 책만큼은 보자마자 집어 들고는 끝까지 정독하며 정말로 "신 나"했다. 역시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는 게야..

암튼 그리하여 나도 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아들이 그리 좋아하나 싶어 읽어보았다.

신 나는 과학실험의 모든 것 1권이다. 1권에서 다룬 분야는 생명과학, 화학 그리고 물리(1)이다.

전 미국 과학교사 학부모 강력 추천도서, 전 세계 영국 프랑스 독일 과학실험 분야 베스트셀러, 미국 아마존 아동 과학 분야 15년간 부동의 1위, 우리나라 초등과학 교과 내용 비교 수록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책이다. 쉽고 재밌고 유익한 매력이 있긴 있나 보다.

보통의 아이들도 과학 영재로 만드는 책이라고 하니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드디어 집에 화학실험실을 짓고 싶으셨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건가.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 정말 책이 재밌는 거다. 게다가 해 볼만한 실험들을 그 과정과 개념을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그림을 통해 이해도 쉽고. 내가 정말 성의 있는 엄마라면 초등 고학년이 된 아이들과 뭘 하고 놀아줘야 좋을지도 알 수 없고 오직 책만 읽으라고 해 왔던 것을 덮고 여기 나온 실험들을 하나씩 준비해서 같이 해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해 보면 얼마나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며 훨씬 쉽게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지.

아이가 다 읽자마자 제일 먼저 동전 목욕시키기를 해 보자고 했다. 식초와 동전 소금 등 집에 있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해 볼만하다고 스스로도 여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이들 주도로 해 보았는데 동전이 반짝거리며 새것처럼 변하자 보람이 있었다는, 첫 실험에 성공했다는 이야기.

뭔가를 움직여 해야 하는 일들을 썩 즐겨 하지 않는 나로서는 여전히 귀찮은 것도 없지 않았으나 재미있었다. 방학하면 하나씩 다 해 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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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엄 어택 1 이디엄 어택 1
피터 N. 립탁 지음 / EXILE Press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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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실력은 특별하지 못한데 어쩌다 보니 영어를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 많이 놓이게 되었었다. 졸지에 미국에 가서 살아야 했던 때도 그러했고, 거기서 영어밖에 못 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글을 비롯하여 몇몇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일도 있었는가 하면 이제는 또 영어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을 상대로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내 실력이, 실력이랄 것도 없이 보잘것없다 보니 영어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자꾸만 할 수밖에 없는데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아이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도와주면 좋을지 고민이 되어 또한 내가 더 열심히 궁리해보게 된다.

영어권 국가에 가서 살게 되었다 해도 본인이 여러 사람과 만나고 스스로 더 노력하지 않으면 영어가 늘지 않더라는 뼈저린 깨달음을 얻어갖고 온 게 미국에서 얻은 대부분이었는데 병원에 가야 하거나, 영어 밖에 할 줄 모르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와 한국사 같은 과목을 가르쳐야 하고 피아노 레슨을 하는 상황 속에서 아쉬웠던 것은 뭔가, 어딘가 어설프고 이상한 내가 만든 영 문장이 아니었나 싶다.

안 그래도 문법이 불완전하여 가뜩이나 내가 한 말이 말이 될까 말까 한데 문법, 어법 딱 맞춰 이야기를 해도 뭔가 이상하게 들렸던 것은 그게 완벽한 콩글리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어로 말했으나 문법도 맞았으나 영어권 네이티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 참으로 한국적 정서를 듬뿍 담은 한국식 표현​을 그냥 영어로 옮겨놓은 것일 뿐이었던 것이다. 굳이 그 말을 못 알아들을 것도 없겠으나 그걸 또 영어라고 하기엔 야릇한 그 무언가가... 반대로 내가 들을 때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발생했다. 단어 하나하나는 다 아는 건데 어째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말이 있는가 하는 게 늘 숙제였다. 그거야 내 영어실력이 미천하니 당연한 것이었지만 또한 부족한 단어와 더불어 관용어구들을 못 알아듣는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겠나 싶다.

이디엄 어택 1권 일상생활 편(Idiom Attack1. Everyday Living)을 보게 된 것도 따라서 그런 이유에서다. 나는 아무래도 일상생활 편이 더 유용할 것 같아 1권만 보았는데 행동과 감정, 직장과 비즈니스 등에서 쓰는 이디엄을 알고자 한다면 다음 권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북미지역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약 300여 개의 관용어를 선별하여 싣고 있는 책이고 각 주제와 제목으로 장을 구분하여 필요하고 알고 싶은 주제의 관용어를 바로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책의 특징과 활용법이 머리말 다음에 잘 나와 있는데 이 책은 우리말 속에서 이디엄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가령, [그 체인점은 파티 분위기로 매장을 꾸미고 새로이 판매를 kick off 했다.]라고 쓰여 있어서 읽으면서 kick off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뜻을 설명해주고 예문을 영어로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영영 풀이까지 들어 있어서 그 뉘앙스를 파악하기에 좋다. 표제 이디엄과 예문 및 영영 풀이도 모두 녹음 수록되어 MP3 파일 다운로드하여 들으며 익힐 수도 있다.

빈칸 채우기로 이디엄의 의미를 확인해 보는 단계와 스토리를 읽으며 문맥 속에서 이디엄을 파악해볼 수도 있고 이 스토리 역시 녹음 수록되어 있다. 스토리를 잘 이해했는지 묻는 질문과 주제 토론을 위한 질문 등도 있어서 여러 번에 거쳐 공부할 수 있다.

책을 다 마치면 보다 자연스러운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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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가 있던 자리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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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의 몇 문장을 채 다 읽기도 전에 마음이 쿵 떨어졌다.

'아니야, 이건 아니지. 이렇게 시작하면 끝을 어떻게 맺으려고······'

해나의 여섯 살 난 아이의 돌연사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시작과 동시에 나를 해나로 만들어 버렸다.

해나의 마음으로 겪게 된 아픔. 그걸 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하는 자녀를 돌연사로 잃은 어미가 무슨 수로 마음을 추스르고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참담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다.

지난해 4월. 수많은 해나가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생겨났고 그것을 지켜봐야 했던 무수한 사람들이 모두 해나가 되었다.

물론 세월호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심지어 많이 벌어진다.

그 어떠한 명백한 원인과 과정이 있더라도 이별이란 이해할 수도 없고 어려우며 아픈 법이다.

살다 보면 불가피하게 겪을 수밖에 없는 이별들도 있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것은 100세 된 노인이 80세 된 자녀를 먼저 보내는 일이라 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삶이란 그런 것이라며 아픔을 삭이기 쉽지 않다.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아니 도대체 왜. 제발 아니었으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지. 거짓말이었으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내가 그날 그렇게 하지 말걸. 내가 그날 이런 말을 해서 그랬을까. 내가 그 전날 밤 꿈을 불길하게 꿔서 그랬나. 그런 꿈을 꿨다고 말하고 가지 못 하게 할걸.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 말해주지 못했는데.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 표현해주지도 못했는데. 아니 내가 해 준 게 뭐가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하지 말걸. 이럴 줄 알았으면 저렇게 할걸. ​원래 없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해볼까.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적 없다고 해볼까. 아니야 미안해. 너는 아름답고 고마운 존재였는데. 너를 없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다니 내가 미쳤었나 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겠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이유라도 알아야겠어. 너는 가고 없는데 나는 숨 쉬고 먹고 살아가고 있다니 그럴 자격이 내게 있을까. 미안해. 돌아와. 나도 같이 가.... 의 끝없는 반복.

이 무시무시한 고통의 쳇바퀴 속에서 빠져나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마음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이 과정이 쉬운가? 나는 궁금하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누군가를 잃은 사람은 극심한 상실감과 슬픔 속에서 자신의 실제 감정과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도 감을 못 잡은 채로 살아가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고들, 옅어진다고들, 시간이 약이 된다고들 말하지만 살아보니 시간이 약이 된다기보다는 그저 덮어두게 되는 것 같다. 이해가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게 아니고 그냥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그대로 건드리지 않는 거 정도?

어떠한 말도 어떠한 행위도 위로가 되지 않고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알고 보면 너무나 세상에는 많다는 것도 알게 되지만 ​당장 그 순간에는 자신의 아픔이 가장 크고 깊은데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겸손해지는 것 같다. 다들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도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애틋함, 동지애로.

​어떤 이야기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위로 하나마나 거나 위로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끝없이 말해주고 외롭지 않게 지극히 돌보아주어야 한다.

<해나가 있던 자리>는 바로 그 위로다.

들추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지만 끝나지 않은 그 아픔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 해나가 있던 자리를 통해 저자가 들려주는 따뜻한 위로는 넘치지도 않고 조심스럽고 그리고 고맙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을 빌려 마음을 읽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등을 쓸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데 다만 그러려다 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을 그리 길게 살아간 사람들도 아닌데 다들 통달한 사람들처럼 혹은 현인들처럼 보여서 비현실적인 것도 없진 않다.

그러나 ​지난 일 년 그리고 그 외 무수한 해나들에게 이런 위로가 언제 있기나 해 보았는가를 생각할 때에 비현실적으로까지 보이는 이 이야기를 위로를 못해줄망정 조롱을 해 대던 사람들과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 다시 떠올려야 하는 아픔과 그 아픔을 직시하는 게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안으로 단단히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는 해나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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