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400년의 산책 - 몬테베르디에서 하이든까지
이채훈 지음 / 호미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다닐 때, 주말이나 방학을 맞아 고향집으로 내려갈 때면 친구들이 내게 꼭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 또 시골 가?"

그럼 나는 꼭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아이 참, 시골 아니라니깐~~~"

그러나 고향집에 가까울수록 도로는 좁아지고 차로도 줄어들고 건물도 낮아지고 낡았는가 하면 모든 종류의 서비스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이 내가 아니라고 우겨보나마나 시골은 시골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수신하는 방송매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다.

그때만해도 서울에서 수신할 수 있는 채널과 지방의 도시에서 수신하는 채널수는 차이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방송이라해도시간제한이 있어서 서울에서는 24시간 방송하는 것을 지방에서는 새벽 한두시면 끝나는 식이었던 것.

전공이 음악이었던 나는 매일 골라서 볼 수 있는 음악회와 공연이 넘쳐나고 MBC와 KBS1라디오를 켜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듣다보면 온종일 클래식 방송을 원없이 들을 수 있어서 그 이유만으로도 서울이 좋을 지경이었다. 매일 숨쉬듯 듣던 방송을 방학 내내 못 듣는 것이 못내 서운하고 안타까워 고향집에 내려가는 것을 미루고 싶을 만큼이나 정들도록 마르고 닳게 들었던 방송들...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려 준 것이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어떨 때는 더 유익하게 더 흥미롭게 접할 기회를 주었던 것이 클래식음악 방송이기도 했었다.

십년이 넘었던 오랜 자취생활 동안 외로움을 달래주었던 것도 그 방송들이었고 그때 들었던 음악들이었다. 대중음악도 즐겨 들었지만 오랜 세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뭇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준 고전음악의 힘은 남다르고 컸던 것 같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다시 지방에 내려와 살면서 즐겨 듣고 즐겨 하던 모든 것들로부터 점차로 멀어져갔다. 기회도 줄었고 내가 따로 그런 것들을 찾아 즐길 여유도 많지 않았었다. 갖고 있는 음반들을 돌려가며 들었지만 그것도 점점 아주아주 특별한 날만 하는 일로 축소되었다.

출산과 육아를 하는 전업주부가 다 나처럼 사는 것이 아니련만 그렇게 살고 있었다.

고맙게도 클래식 음반을 선물로 보내주신 소중한 이웃님, 특별한 음악 방송을 맘껏 듣고 보게 해 주신 이웃님들 덕분에 숨 쉴 구멍 하나씩 생겼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 클래식 400년의 산책은 그렇게 목말라왔던 내게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랄까, 가뭄끝에 내리는 단비랄까.. 막 이런 찬사를 부어주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클래식 방송을 듣는 대신 멘트를 읽으며 음악을 듣게 해 주는 책이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클래식 400년의 산책 1권은 몬테베르디부터 하이든까지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들을 선곡하여 그 곡의 배경, 작곡자, 연주자, 갖가지 에피소드, 음악의 역사 등을 읽을거리로 제공하며 각 곡에 QR코드를 수록해서 그 음악을 들어볼 수 있게 구성해 놓은 책이다. QR코드로 접속하면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음반을 보면서 들을 수 있는데 그 음악을 배경삼아 책을 읽으며 그 곡에 대한 설명, 작곡자에 대한 이야기, 그 시대의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들을 보는 재미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2권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3권에는 그 이후의 음악들을 소개할 예정이라 하는데 이건 꼭 사서 듣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러니까 클래식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사람들이나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같은 책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다보면 고전음악이 갖는 힘이 느껴지고 그 음악이 주는 위로와 기쁨도 더불어 느껴지며 배경지식과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서 전공자인 내게도 참 유익했다.

음악을 통해 감동하고 마음까지 흠뻑 젖게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그런 책... 클래식 400년의 산책. 산책하듯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마음이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배 - 삶의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
최승근 지음 / 두란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하나님 아버지 고맙습니다. 날마다 따뜻한 품에 안아 주시고 거룩한 이시간 예배당에 나와서 주님 말씀 듣게 하시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부르는 찬양이 어릴 적 주일 학교 다닐 때 늘 부르던 입례송이었다. 지금도 교회에 가면 다른 곡에 앞서 이 노래부터 떠오른다.

어릴 땐 교회와 성전만큼이나 예배당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 교회는 예배하는 곳이다.

나는 4대째 크리스찬인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집이 교회이고 교회가 집인 듯이 그곳에서 배우고 친교하고 먹고 나누며 자랐다.

교회에는 나의 지나간 많은 시간과 기억들이 들어있다. 그만큼 친숙하고 친밀한 장소이지만 예배당에서 만큼은 대단히 엄격하고 엄숙하며 경건하게 예배했다.

어릴 때 우리교회 분위기는 침 넘어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하고 숨 소리마저 죽인 엄숙함 속에서 예배했었다.

어린이 예배는 물론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천진함이 가득했지만 증조할머니부터 온 식구가 다 예배하는 대예배에 자주 참여했던 내게 느껴졌던 대예배의 모습은 그랬었다. 다들 평소와 다른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나아왔으며 잡담을 나누거나 떠드는 분위기도 없었고 피아노와 오르간 그리고 현악기로 반주하는 찬양대의 아름다운 찬양이 울려퍼지는 경건한 예배였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복장, 다양한 악기(드럼, 기타...), 박수치며 하는 찬양 등등.

사실 내게 있어 그런 모습은 참 낯설었었다. 찬송가를 그렇게 시장통에서 부르듯이 디스코박자로 빠르게 목청껏 불러대는것도 못 마땅했고

하나님께 예배하러 나아온 자리에서 찬송가보다 복음성가 위주로만 부르는 것도 좋지 않았었다. 통성으로 고래고래 부르짖어야만 하나님께서 더 응답해주신다며 소리내 기도하라는 것도 힘들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그러한 변화 가운데서 나는 많은 갈등을 했었다.

그러나 나 홀로 그런 변화들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너무나 보수적이며 고리타분하다는 평을 받으면서 나도 새로운 예배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더 하는 것 같다. 예배 중에도 수시로 휴대전화가 울리는가 하면 심지어 앉은 자리에서 통화를 하기도 하고 바스락 거리며 사탕을 까먹고 화장실 들락거리고... ​예배하러 나온 사람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미국에서도 크고 유명한 교회를 가 본 적 있는데 그곳은 거대한 극장 같았다. 한편의 공연을 감상하듯 예배를 "보고" 나오면 관련 서적들이 즐비한 크고 좋은 서점도 교회 내에 있고 다과와 식사 혹은 차를 마실 수 있는 푸드코트와 카페도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키즈카페에 버금가게 마련해 놓은 교회도 있었고... 워낙 현대인들이 교회를 떠나가다보니 그런 시도들을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회 안에 카페가 있거나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본다. ​그것들이 나쁘다고만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들이 주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여긴다. 예배하는 곳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고 가장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예배다.

또한 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도 더 크고 더 높은 건물과 더 많이 모이는 덩치만 큰 교회여서도 안되고 세상적인 출세와 성공 또한 아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예배를 회복하고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갖고 그 사랑과 은혜가 넘쳐 소금과 빛이 되는 삶을 살며 삶이 예배가 되고 저절로 섬기는 삶을 살며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크리스찬다운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새벽기도, 주일 예배, 주일 저녁 예배, 수요 예배, 금요기도회, 철야 기도.... 등등 숱한 예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른 예배자가 드물고 바르게 예배할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많은 그리스도인이 있고 그들이 모두 그만큼 많은 예배를 드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악하고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비그리스도인보다 못한 무늬만 그리스도인들도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절박한 심정으로 읽었다. <예배>

예배...? 우리가 늘 하는 그 예배? 그것에 대해 새롭게 할 말이 있다는 건가?

이 책을 읽으면 우리의 예배가 좀 달라질 수 있을까, 나는 올바른 예배자인가, 나는 예배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그렇게 예배하고 있는 가 ... 하는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과 기대감으로.

​이 책에서는 예배학자 최승근 교수가 6가지 질문을 던지며 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왜 예배를 통해서 변화되지 않을까, 예배는 무엇인가, 예배는 어디에서 드리는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가, 누가 예배를 드리는가, 언제 예배는 은혜로워지는가...

읽으면서 느낀 건 예배하는 우리 평신도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예배를 집례하고 인도하는 인도자, 설교자, 목회자분들이 읽기에 더 적합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같은 평신도가 읽으면 예배하는 자세와 생각을 바르게 갖게 될 것이지만 나 혼자만의 변화에 그칠 뿐인것에 비해 목회자분들이 읽으면 더 도움이 될 듯해서다. 그러나 성도들이 하루 아침에 180도 달라지고 은혜가 넘쳐나는 예배법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가장 근본적이고 원론적이며 그래서 쉽지 않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쉽지 않고 눈에 띄는 변화를 단번에 얻을 수 있는 비법이 없다고 하여 이렇게 해도 되고 안해도 그만인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예배를 회복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예배 인도자들은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중요한 의례로서의 예배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물론 중요한 것은 각각의 예배자이니 영과 진리로 하나님 앞에 예배하며 삶의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께로 바르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책은 빠르게 읽히지만 얼핏 빨리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특히 예배와 신학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부분이 내겐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바르게 예배하고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살아가는 예배자들 또한 많아지기를,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 1시간 노트 - 3만 한국 독자가 선택한 시간 전략
야마모토 노리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책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에 일어나는 것보다 밤늦게까지 안 자고 뭔가를 하는 게 더 편하지만 주부가 되고 아이들 키우며 살다보니 밤 늦도록 안 자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고 아침이 힘들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체력도 고갈되어 밤에 늦게 자는 것도 힘이 들었고.

잠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마음을 먹으면 일찍 일어나는 것은 할 수 있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읽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왜냐하면 내가 그동안 해 왔던 것들이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해 왔던 것들이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특별하거나 새로울 것이 없었던 책. 그러나 내가 해 왔던 것에 대한 확신과 그동안 나태해졌던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다시한 번 마음을 다질 기회는 되어 주었다.

이 책은 시간의 효율적 관리에 관한 책이자, 자기계발 성공비결을 담은 그런 책이다. 아침 단 1시간씩의 활용으로도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는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아마도 하다 말아서 그랬나보다 싶다.

​저자가 들려주는 아침 1시간 노트의 활용법은 간단하다.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적는다. 그리고 아침 1시간을 활용해 실천하고 꾸준히 지속한다. 는 두가지.

매일의 꾸준한 실천, 그 조금씩의 차이가 인생을 바꾸어 준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굳이 아침 1시간을 강조한 이유에 대한 설명, 아침 1시간 노트 활용법, 아침형 인간이 되는 법, 아침 1시간에 해야 할 일, 아침 1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한 도구들 소개, ​업종. 직종별로 추천하는 아침 1시간 노트, 그리고 직접 만들어보는 아침 1시간 노트로 구성되어 있고 부록으로 아침 1시간 노트도 들어있다.

사실 나는 아침 1시간 뿐 아니라 하루 24시간 노트를 만들어 썼더랬다. 생활계획표를 만들어 쓴 개념과는 좀 다르게 ​먼저 큰 그림을 그려놓고 세부적인 행동지침까지 깨알같이 쓰고 지켰었다. 해마다 11월이면 그 이듬해의 일년간 계획을 세웠는데 1년 계획, 12달로 나누어 각 달의 계획, 그리고 다시 52주로 나누어 주중 계획을 세웠고 목표와 함께 그 목표를 실천할 수 있는 행동지침도 세웠었다. 분야도 다양하게 아주아주 자세히. 그렇게 며칠에 걸쳐 수정해가며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우고 나면 그 이듬해가 얼마나 기대되고 기다려졌는지 모른다.

그렇게 맞이한 새해에 착착 노력해가며 1년을 최선을 다해 보냈었다. 그렇게 보냈던 20대는 지금 돌아보아도 뿌듯하고 내 그 후의 삶은 그때 그렇게 보냈던 시간들 덕분에 살아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보내지 못했던 그 후의 시간들은...

변명을 하자면 결혼과 임신과 출산과 육아와 살림의 ​시간들은 내가 계획했다고 계획한대로 지켜가기가 너무 어렵더라는 것.. 그래도 했어야 좋았겠지만 내 삶은 그리고 내 시간은 나만의 것이 아닐때가 많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대로 아침 단 1시간씩만이라도 노력을 해 보려한다. 그렇게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해 나간다는 것. 지금부터 바로 시작한다는 것,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지혜를 짜 봐야겠다는 것, 꿈을 이루는데에 필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등등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교과서 예수 -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1
차정식.김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대학교 다닐 때 들었던 교양 수업 중에 종교에 관한 과목이 하나 있었다. 사실은 정확한 강좌명도 기억이 안나고 그 수업도 종교에 관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를 인문학적으로 훑어보고 비교해 보는 그런 수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수업 내용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당시에도 만만해 보여 들었다가 생각만 많아졌던 수업이었던 것 같다.

그걸 그냥 인문학과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배우고, 지식을 얻는 수업으로 들었어야 했는데 기독교 신앙에 투철했던 신앙심으로 수업을 듣다보니 내게 공정하고 바른 이해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기말시험에 백지 시험지 한장씩 나눠 주시며 공자, 석가, 마호메드 그리고 예수에 대해 각 종교를 설명하고 그들을 비교해 쓰라는 문제가 나왔을때 잠시 고민하다가 그 학기 내내 들었던 수업과 무관한 이야기를 쓰고 나온 기억이 있다. 그것도 몇장 더 달라고 하여 여러장에 걸쳐 빽빽히. 그러나 배운대로 알게 된 지식을 적었어야 했는데, 내가 알고 느끼는 종교적 관점과 신념으로 답안을 작성하다보니 당연하게도 교수님께서는 분노에 가득찬 낙제점을 주셨다. 교양과목 낙제라니 얼마나 드문일인가. 웬만하면 좋은 점수를 주는 교양과목을...

하지만 이미 그런 답안을 쓸 때 예상했던 점수였던 터라 군말없이 수긍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만해도 내가 어리고 어리석으며 호기로운 마음으로 내 답안에 대해 후회가 없었더랬다.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읽을까 말까 무척 망설였었다. 21세기 북스에서 펴낸 인생교과서 시리즈.

1권이 예수이고 부처, 공자, 무함마드가 이미 출간되었으며 앞으로도 호메로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장자, 이황, 간디, 데카르트, 니체, 칸트, 헤겔, 미켈란젤로, 베토벤, 톨스토이, 아인슈타인.... 편으로 계속 발간 예정이라고 한다.

아아.. 다 읽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 면면들 가운데에 예수가 끼어 있는 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나는 4대 성인 가운데 예수가 끼어 있는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던터라.. 예수는 성인이 아니라 신의 아들이자 신이라고 굳건히 믿어 나로서는 예수의 인성을 부각하는 게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내게 그 말은 종종 인간적으로 너무 훌륭하다못해 신격화 되었던 사람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이다.

그러나마나 내 오해와 상관없이 인생교과서 시리즈에 당당히 1권으로 예수가 실렸다.

삶에 대한 궁극의 질문과 답.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저들에게 묻고 그들의 삶과 말과 행동, 메시지등을 통해 (분야별로 그들에 대해 잘 아는 학자분들이 글을 쓰신 듯) 배우는 책인 것.

예수에 대해서는 차정식, 김기석 두 목사님이 썼다. 이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으며 1부는 삶과 죽음. 2부는 나와 우리, 3부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4부는 신과 종교에 대해 싣고 있다. 책이 얼핏 보기에 두껍고 내용도 어려울 것 같았으나 의외로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또한 종교적, 신학적 관점이 아닌 인문학적 철학적으로 접근해서 보았어도 오히려 더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예수를 보고 이해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그것이 처음엔 반감을 일으켰으나 결과적으로는 신앙인에게도 좀더 넓은 시야를, 기독교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예수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게 해 줄 것 같았다. 36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두 목사님 중 한분, 혹은 두분이 동시에 답하며 글이 이어져 가는데 각각의 글도 좋았고 김기석 목사님 글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성경 한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통한 가르침, 하나님의 뜻을 잘 알고 은혜를 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이렇게 두루두루 예수를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지식이 동시에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 사이에서 책을 읽어나갔는데 그런 저런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역시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 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 - 진정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영성의 비밀 Emotionally Healthy 시리즈 1
피터 스카지로 지음, 강소희 옮김 / 두란노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주 하는 생각과 자주 품는 의문이 하나 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 책을 많이 읽은 사람, 소위 좋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사람들의 삶이 언제나 바르고 정의로우며 양심적인 삶을 산다는 것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더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그러니까 많이 배우고 많이 안다는 것이 올바른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많이 배워 많이 아는 것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던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가진 사람,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 자타가 인정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사람의 삶도 그렇다.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 외에는 어느 누구도 섬기거나 사랑하지 않으며.(p.53)

오히려 그리스도 없이도 삶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믿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신자들보다 더 사랑이 넘치고 균형 잡혀 있고 예의바른 이들이 수없이 많다.(p.66) 자신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인정해야 원인을 찾고 바른 영성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대부분은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느라 정작 자신의 영적 상태가 어떠한지 미처 알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느끼면서도 그 회복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단계에 있거나.

나는 아마도 후자쪽이었던 것 같다.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면 거듭남으로 인해 과거의 나와는 달라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도 여겼고. 그러나 그런 마음과는 달리 결정적인 순간이면 나의 본성이 나오고 그로인해 괴롭고 내가 진정 신앙인인가 하는 회의도 들었으며 늘 즐겁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항상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예배의 바른 회복을, 그리스도인다운 영성을 갖고 싶어 기도해 왔는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영성을 가진 사람들이 가진 열 가지 증상에 대해 말해준다. ​심지어 그게 건강하지 못한 영성의 모습일거라는 생각조차 못하던 모습까지 섞여 있어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이 책에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첫번째 파트에서는 내 영성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게 해 주고 두번째 파트에서는 7단계를 나누어 건강한 영성에 이르는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그 일곱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자기인식에 정직하라 (겉으로 드러나는 무언가로 자기를 평가하지 말라) 2단계, 과거를 직면하라 (당신의 발목을 잡는 과거와 화해하라) 3단계, 당신의 통제권을 내려놓으라 (한계를 깨달아야 그 넘어의 삶을 볼 수 있다.) 4단계, 슬픔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으라 (방어막을 치지 말고 하나님 앞에서 울라) 5단계, 안식하고 날마다 기도하라 (숨을 고르고 영원의 공기를 마시다) 6단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 (평화로운 척 하는 것으로 갈등의 상황을 피하지 말라) 7단계, 자신만의 삶의 규칙을 계발하라 (무엇보다 주님을 사랑하라)​.

책을 한 번 읽는 것으로 내 영성이 진단되고 개선점을 찾게 되고 곧장 바로잡아 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뭔가 아직도 어렴풋하고 잡힐 듯 말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도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들여다보며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되고 이웃에게도 다가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