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400년의 산책 - 몬테베르디에서 하이든까지
이채훈 지음 / 호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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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주말이나 방학을 맞아 고향집으로 내려갈 때면 친구들이 내게 꼭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 또 시골 가?"

그럼 나는 꼭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아이 참, 시골 아니라니깐~~~"

그러나 고향집에 가까울수록 도로는 좁아지고 차로도 줄어들고 건물도 낮아지고 낡았는가 하면 모든 종류의 서비스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이 내가 아니라고 우겨보나마나 시골은 시골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수신하는 방송매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다.

그때만해도 서울에서 수신할 수 있는 채널과 지방의 도시에서 수신하는 채널수는 차이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방송이라해도시간제한이 있어서 서울에서는 24시간 방송하는 것을 지방에서는 새벽 한두시면 끝나는 식이었던 것.

전공이 음악이었던 나는 매일 골라서 볼 수 있는 음악회와 공연이 넘쳐나고 MBC와 KBS1라디오를 켜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듣다보면 온종일 클래식 방송을 원없이 들을 수 있어서 그 이유만으로도 서울이 좋을 지경이었다. 매일 숨쉬듯 듣던 방송을 방학 내내 못 듣는 것이 못내 서운하고 안타까워 고향집에 내려가는 것을 미루고 싶을 만큼이나 정들도록 마르고 닳게 들었던 방송들...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려 준 것이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어떨 때는 더 유익하게 더 흥미롭게 접할 기회를 주었던 것이 클래식음악 방송이기도 했었다.

십년이 넘었던 오랜 자취생활 동안 외로움을 달래주었던 것도 그 방송들이었고 그때 들었던 음악들이었다. 대중음악도 즐겨 들었지만 오랜 세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뭇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준 고전음악의 힘은 남다르고 컸던 것 같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다시 지방에 내려와 살면서 즐겨 듣고 즐겨 하던 모든 것들로부터 점차로 멀어져갔다. 기회도 줄었고 내가 따로 그런 것들을 찾아 즐길 여유도 많지 않았었다. 갖고 있는 음반들을 돌려가며 들었지만 그것도 점점 아주아주 특별한 날만 하는 일로 축소되었다.

출산과 육아를 하는 전업주부가 다 나처럼 사는 것이 아니련만 그렇게 살고 있었다.

고맙게도 클래식 음반을 선물로 보내주신 소중한 이웃님, 특별한 음악 방송을 맘껏 듣고 보게 해 주신 이웃님들 덕분에 숨 쉴 구멍 하나씩 생겼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 클래식 400년의 산책은 그렇게 목말라왔던 내게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랄까, 가뭄끝에 내리는 단비랄까.. 막 이런 찬사를 부어주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클래식 방송을 듣는 대신 멘트를 읽으며 음악을 듣게 해 주는 책이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클래식 400년의 산책 1권은 몬테베르디부터 하이든까지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들을 선곡하여 그 곡의 배경, 작곡자, 연주자, 갖가지 에피소드, 음악의 역사 등을 읽을거리로 제공하며 각 곡에 QR코드를 수록해서 그 음악을 들어볼 수 있게 구성해 놓은 책이다. QR코드로 접속하면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음반을 보면서 들을 수 있는데 그 음악을 배경삼아 책을 읽으며 그 곡에 대한 설명, 작곡자에 대한 이야기, 그 시대의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들을 보는 재미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2권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3권에는 그 이후의 음악들을 소개할 예정이라 하는데 이건 꼭 사서 듣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러니까 클래식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사람들이나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같은 책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다보면 고전음악이 갖는 힘이 느껴지고 그 음악이 주는 위로와 기쁨도 더불어 느껴지며 배경지식과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서 전공자인 내게도 참 유익했다.

음악을 통해 감동하고 마음까지 흠뻑 젖게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그런 책... 클래식 400년의 산책. 산책하듯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마음이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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