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과서 예수 -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1
차정식.김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대학교 다닐 때 들었던 교양 수업 중에 종교에 관한 과목이 하나 있었다. 사실은 정확한 강좌명도 기억이 안나고 그 수업도 종교에 관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를 인문학적으로 훑어보고 비교해 보는 그런 수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수업 내용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당시에도 만만해 보여 들었다가 생각만 많아졌던 수업이었던 것 같다.

그걸 그냥 인문학과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배우고, 지식을 얻는 수업으로 들었어야 했는데 기독교 신앙에 투철했던 신앙심으로 수업을 듣다보니 내게 공정하고 바른 이해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기말시험에 백지 시험지 한장씩 나눠 주시며 공자, 석가, 마호메드 그리고 예수에 대해 각 종교를 설명하고 그들을 비교해 쓰라는 문제가 나왔을때 잠시 고민하다가 그 학기 내내 들었던 수업과 무관한 이야기를 쓰고 나온 기억이 있다. 그것도 몇장 더 달라고 하여 여러장에 걸쳐 빽빽히. 그러나 배운대로 알게 된 지식을 적었어야 했는데, 내가 알고 느끼는 종교적 관점과 신념으로 답안을 작성하다보니 당연하게도 교수님께서는 분노에 가득찬 낙제점을 주셨다. 교양과목 낙제라니 얼마나 드문일인가. 웬만하면 좋은 점수를 주는 교양과목을...

하지만 이미 그런 답안을 쓸 때 예상했던 점수였던 터라 군말없이 수긍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만해도 내가 어리고 어리석으며 호기로운 마음으로 내 답안에 대해 후회가 없었더랬다.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읽을까 말까 무척 망설였었다. 21세기 북스에서 펴낸 인생교과서 시리즈.

1권이 예수이고 부처, 공자, 무함마드가 이미 출간되었으며 앞으로도 호메로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장자, 이황, 간디, 데카르트, 니체, 칸트, 헤겔, 미켈란젤로, 베토벤, 톨스토이, 아인슈타인.... 편으로 계속 발간 예정이라고 한다.

아아.. 다 읽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 면면들 가운데에 예수가 끼어 있는 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나는 4대 성인 가운데 예수가 끼어 있는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던터라.. 예수는 성인이 아니라 신의 아들이자 신이라고 굳건히 믿어 나로서는 예수의 인성을 부각하는 게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내게 그 말은 종종 인간적으로 너무 훌륭하다못해 신격화 되었던 사람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이다.

그러나마나 내 오해와 상관없이 인생교과서 시리즈에 당당히 1권으로 예수가 실렸다.

삶에 대한 궁극의 질문과 답.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저들에게 묻고 그들의 삶과 말과 행동, 메시지등을 통해 (분야별로 그들에 대해 잘 아는 학자분들이 글을 쓰신 듯) 배우는 책인 것.

예수에 대해서는 차정식, 김기석 두 목사님이 썼다. 이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으며 1부는 삶과 죽음. 2부는 나와 우리, 3부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4부는 신과 종교에 대해 싣고 있다. 책이 얼핏 보기에 두껍고 내용도 어려울 것 같았으나 의외로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또한 종교적, 신학적 관점이 아닌 인문학적 철학적으로 접근해서 보았어도 오히려 더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예수를 보고 이해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그것이 처음엔 반감을 일으켰으나 결과적으로는 신앙인에게도 좀더 넓은 시야를, 기독교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예수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게 해 줄 것 같았다. 36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두 목사님 중 한분, 혹은 두분이 동시에 답하며 글이 이어져 가는데 각각의 글도 좋았고 김기석 목사님 글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성경 한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통한 가르침, 하나님의 뜻을 잘 알고 은혜를 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이렇게 두루두루 예수를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지식이 동시에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 사이에서 책을 읽어나갔는데 그런 저런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역시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 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