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의 근원은 뼈에서 시작된다
김산.조상현 지음 / 하우넥스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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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콕 찝어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렇다고 하여 어지간히 참을만 하게 좀 아프다 정도가 아니라 온 몸 구석구석 안 아픈데 없이 길고 지속적인 통증과 때로는 극심한 고통을 느낄 정도로 아픈 날들이 잦아졌다. 그러나 아픈 장본인인 나 자신조차도 이렇게 아플땐 어느 병원 무슨과를 찾아가서 아프다고 호소를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건지 애매한 그런 아픔. 겉으로는 말짱해 보이고 특별히 다친데도 없고 때때로 열이 오를 때도 있으나 열은 대수로운 경과가 아닌 경우가 많고 그래서 남이 보기엔 마치 꾀병처럼 보이기까지 한 억울한 아픔.. 가장 많이 아픈데가 어깨, 등 그리고 허리 부분이라 척추에 문제가 있는가 했는데 딱히 척추질환이라기에는 뭔가 2% 부족하고, 근육에 문제가 있다고 하기에도 이 아픔을 설명하기엔 모자라고 굳이 자주 아픈데를 말하라면 소화기 계통이 자주 불량하고 아주 조금만 고단해도 방광염으로 고생을 하며, 일주일 중 절반 이상의 날 동안 어지럼증이나 편두통, 두통, 안구통을 앓고 온몸이 몸살을 앓듯 아픈 어느날엔 이렇게 누워 있을 게 아니라 일어나 유언장이라도 쓰고 도로 누워야 하는거 아닌가 싶게 아픈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다.

글쎄 이게 남 얘기가 아니고 내 얘기이고 난 이제 겨우 마흔을 좀 넘겼을 뿐인데 그렇고 심지어 이게 옛 이야기거나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고 현재 진행중인 것이다. ㅠㅠ 그러던 어느날 고통속에서 몸부림을 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골병이 든 것 같아!"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정말 골병이라는 병이 있기나 한지도 몰랐지만 딱 그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

그래서 어떻게든 지금보다 나아보려고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좀 더 음식을 신중히 조심스럽게 고루고루 섭취하고, 더 잘 자고 쉬려고 노력하고.. 그랬으나 조금 덜 빈번하게 아픔이 찾아올 뿐 여전히 고통은 계속되고 있고 그래서 나는 거의 매일 어딘가 (나도 모르게) 계속 아픈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얼마나 눈이 번쩍 뜨이던지. ㅠㅠ 정말 이거야말로 내 얘기일거란 확신이 마구마구 들었다는...

한의사가 쓴 책이다보니 아주 쉽게 이해되면서 한편으로는 용어가 애매모호하여 감이 딱 잡히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는데엔 아무 문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나는 솔직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저자분들을 찾아가 당장 진료를 받고 약을 지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크게 다섯 파트로 되어 있는 이 책에서는 몸에 대해, 골병이라는 것에 대해, 뼈에 대해, 그 뼈에 채워야 할 것들에 대해, 뼈를 채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실제 치료사례를 쓰고 있다. 여기서 뼈라고 쓰긴 했으나 그 뼈가 뼈이긴 해도 오로지 뼈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또한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아무래도 양의와 달라서 몸을 아픈 부위만 따로 떼어 그것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하나로 보고 막힌 데 없이 원활하게 소통하며 원인과 결과를 여러방면에서 두루 찾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일상 생활 속에서 내가 먹어서 혹은 먹지 않음으로서 고칠 수 있는 것들을 고치고, 해야 할 운동이나 움직임이 있다면 따라 하며 노력해 볼 생각이다. 여전히 이분들을 찾아가 치료를 받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것 또한 틀림없으니 이 책은 성공적이라는 생각도 든다는.. ^^;

암튼 온몸을 파스로 도배하고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밥 먹듯 먹으며 끙끙 앓기를 반복하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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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40 - 경력이 단절된 그녀들의 책
고영리.김은석 지음 / 꿈꾸는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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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새 마흔을 넘긴지도 한참이 되어서 처음엔 내가 볼 책이 아니려니 생각하고 있었더랬다. 이게 마흔 언저리쯤 된 사람들만 보라고 쓴 책은 아닌데 말이지. 그래서 제목이 이게 아니었더라며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 반면 제목 덕분에 내용이 뭘까 궁금해 지기도 했으니 나쁘지 않다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최근 나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책을 두 권 연거푸 읽었다. 그 중에 한 권이 이 책, Around 40 이고.

두 권이 겨냥하는 독자층이 비슷하여 내용도 비슷할 거라고 읽기 전에는 생각했는데 책은 성격이 달랐고 그래서 혼동되거나 중복되는 내용은 없었다.

Around 40는 저자가 두 명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쓴 듯이 구별없이 쓰여 있어서 글만 보고는 두 저자 중 누구의 글인지를 알아볼 수 없었다.

내용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큰 챕터 셋으로 구분되어져 있는데 세 파트 모두 "여인"이 제목이다.

첫번째 파트의 여인은 余人, 두번째 파트의 여인은 女人, 세번째 파트의 여인은 予人인 것.

"나"라는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그리고 세상과 함께 할 사람으로서의 여성에게 들려주는 조언 내지는 팁이 쓰여 있는 책이랄까.

언니가 동생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경단녀로 살았던 그들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쓰여 있는 책이다. 누구나 다 알만한 이야기 보다는 절실하게 자신의 일을 다시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진심어린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나는 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너무나 안일했고 현실에 만족하지 않으면서도 안주했으며 용기내어 무언가를 해 볼 도전정신이나 필요도 절실하게 느껴보지 않았다는 반성도 일었다.

이제서야 너무 넋놓고 있었나? 하는 자각과 함께 경제활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던 참인데 막상 닥치고 보니 내게 준비된 것이 없다는 생각도 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실행력이 부럽기도 했고 도전이 되기도 했고 느끼고 배우게 된 점도 많았다.

뜻밖에도 이 책을 읽으며 "내(처지)가 바로 보였다"고 할까.

용기를 내어 볼 마음이 생겼고 책에서 제공해 준 정보를 소중히 접어두게 되기도 했고... 내 인생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설계해 볼 마음을 불러 일으켜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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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력서 쓰는 엄마
이수연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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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음악이고보니 음악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줄 알고 살았다. 다행히 음악과 관련된 일들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통해 그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고 일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보니 다시 시작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나 자신을 한정시켰고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기엔 너무 늦었다고 미리 체념을 했다.

사실 나는 살림이나 육아에 재능은 없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는 아무런 부담이나 불편함이 없었다. 내 경력사항에 쓸 이력이 한개도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내 이름이 불려질 일이 없다해도 불만조차 없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어느날 갑자기 현실적인 어려움이 아주 크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력서 같은데에 써 낼 만한 경력이랄 것이 없다는 사실에 위축이 되기 시작했다. 남편의 정년까지 남은 햇수, 아이들의 나이와 교육에의 뒷받침, 노후대비 등등이 큰 파도처럼 두렵게 내게로 마구 밀려왔다.

이젠 "일이나 한번 해 볼까?"의 차원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따지지 말고 무조건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든 것. 그래서 갑자기 경단녀를 겨냥한 책들에 버닝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덥썩 읽게 된 책이 <40대, 이력서 쓰는 엄마>다.

이 책에는 특별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그만큼 요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강좌나 배움의 기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등등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일부러 찾아본 적 없는 이야기들을 이미 내가 많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 책이 새롭지 않게 느껴질 지경이었으니.

대신 이 책에는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어찌 들으면 너무 뻔하고 또 너무 많이 알려져 있어서 특별하지 않게 들릴 수는 있겠으나 가장 안전하고도 확실한 길이기도 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자신의 일을 찾아 나선 경단녀들에게 이 책에서는 그들을 위한 A부터 Z까지를 짚어주듯이 조목조목 쓰고 있다.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내용인데 첫번째 챕터에서는 현실의 나와 마주보기, 두번째에서는 나를 알고 조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 나는 이 두번째 챕터가 보다 크게 와 닿았었다. 세번째 챕터에서는 재취업 관문을 통과해라 하는 이야기.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는데에 유용한 조언과 팁부터 면접을 위한 태도까지 설명하고 있다. 네번째 챕터에서는 가족의 협력을, 다섯번째에서는 재취업 후 조직에서 살아남기를, 그리고 마지막 여섯번째 챕터에서는 재취업이 싫다면 창업에 도전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 꼭지마다 조언과 팁이 나와 있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 책을 통해 일자리를 얻게 되거나, 일을 배우게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파악이나 현재 시장의 환경 혹은 여건 등은 짐작해 볼 수 있다.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가 삶을 대하던 안일하던 태도와 무계획적인 삶만큼은 다시 되돌아 볼 시간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이젠 너무 늦었고, 할 줄 아는 게 없고, 그래서 안될거라고만 여기는 사람이 혹 있다면 용기를 얻고 길을 찾아볼 때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책일 거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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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말해 준 것
닐 도날드 월쉬 지음, 황하 옮김 / 연금술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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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선정하는데에 있어서 선택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아는 사람이 책을 냈거나, 책의 표지에 이끌렸거나, 강렬한 제목이 와 닿았거나, 내게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거나, 육아나 요리 교육 등 내가 궁금해 하는 분야의 책이거나 하는 것들이 그러하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라는 광고도 내게 있어서는 사실 제법 크게 차지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도 처음엔 전혀 읽을 마음이 없었더랬다. 신이 말해 준 것이라니... 나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이렇게 쓰인 책은 안 본다. 신이 말씀하신 내용은 이미 성경에 있단 말이지... 그러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광고에 그만 혹하여 집어 든 책이 이 책이다. 신이 말해 준 것.

다섯 번의 이혼과 실직, 교통사고로 인한 목뼈의 부러짐으로 장애인 수당을 받으며 노숙사 생활까지 했던 이 책의 저자 닐이 49세 어느 날 새벽.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만든 신에게 분노에 찬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그 때 신이 대답을 해 주었고 그것을 받아쓰기하듯 써 내려간 글들을 추리고 모아 책을 펴 냈으며 이 책, 신이 말해 준 것은 그것들의 완결판이라고 한다. 신과 나눈 이야기 시리즈를 무려 9권이나 냈고, 이 시리즈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전 세계 35개국에서 출간되어 읽혔다고 한다. 이러한 이력이 있는 책이다보니 뭔가 있지 않을까 호기심도 일었다. 게다가 책도 제법 두툼하다. 500여 페이지나 되는 것. 그렇게 긴 시리즈를 내고도 여전히 할 얘기가 이토록 많았단 말인가. 그럴리가... 하는 마음도 반쯤.

음... 책은 두툼했지만 가독성은 나쁘지 않았다. 신과 나눈 이야기, 아니 신이 말해 준 이야기 치곤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자꾸만 책을 읽다말고 덮은 채 베고 자는 데에 더 많이 사용을 했던 것 같다. 신이 말해 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한 것들이 적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토당토 않은 말이 쓰여 있거나 한 건 아니나 게다가 저런 삶을 살다보니 생각하고 느낀 것이 오죽 많았겠는가 따라서 스스로 답을 찾고 구하려 했던 것들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긴 하나 이것들을 신이 말해 준 것이라고 썼다니 솔직히 내가 느낀 건 당돌하다는 것. 내 말은 이 사람의 말이 맞았냐 틀렸냐의 얘기도 아니고 정말 신이 말해 준 것을 느끼고 썼을 수도 있기야 하겠으나 그 신이 어떤 신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많은... 물론 내가 믿는 신이 절대 신이며 그 외엔 다 이름만 신이지 무늬만 신이다라고 말하면 오히려 내게 날아오는 돌이 더 많을지도.. 어쨌거나 이런 이야기는 나도 쓸 수 있단 말이지.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 끄덕여지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였고 그 시리즈가 그토록 많았다는 게 놀라웠을 따름..

읽으면서 생각하기를 나의 종교가 이 책을 읽는데에 크게 방해가 되는가 하는 질문을 내게 던져 봤는데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렇다"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가 싶어 다른 서평도 찾아 읽어봤는데 크리스천 중에도 이 책을 신이 말해 준 것으로 읽고 느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책 내용 중에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인터넷을 검색해 보라는 이야기가 몇 번 나오는데.. 아.. 그건 정말 좀.. 아니지 싶은 것이, 인터넷에 얼마나 검증 안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걸 검색해서 알아보라고 하는걸까 싶었다.

암튼 이 책에는 삶과 사랑, 사람들과의 관계, 선과 악, 신에게 이르는 길 그리고 세계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신이 인류에게 주는 메시지라며 저자가 들은 이야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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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
금태섭 지음 / 푸른숲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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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할 무렵 나는 이사를 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동생이 나더러 같이 살자고 제의를 해 와서 그렇게 되었다. 졸업을 앞둔 나와 아직 대학생인 동생. 그렇게 둘이서 같이 살 집을 구했고 드디어 이사하기 전날. 나는 새 집에 잠시 들렀는데 그 빌라는 갓 신축한 곳이라 주변 정리를 채 마치지 않은 상태였었고 그래서 세를 내 주지 않은 빈 집을 하나 잡아 그곳에서 공사를 했던 인부들이 숙식을 하고 있었더랬다.

인부들이 쓰는 말투로 들어보니 중국에서 온 조선족인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 한 분만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계셨다.

20대중반이 채 안된 내가 집을 보러 다니자 내게 그 경상도 사투리 쓰시던 분이 따뜻한 표정과 말투로 이렇게 물었다.

"학생은 고향이 어딘데..?"

느낌상, 그분은 혹시 동향사람 아닐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렇게 물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약간 미안한 마음으로 (미안할 일이 아니었으나 어쩐지 그분의 기대를 망가뜨리는 기분이 드는 바람에) "광주에요." 라고 했다.

내가 '고향이 광주'라고 하면 사람들은 반응이 일단 비슷하다. 숨을 고른 후 "경기도 광주? 아님 전라도...?" 하고 확인 하는 것이 먼저.

나는 또 그럼 굳이 밉상으로 "전라도 광주가 아니고 광주광역시에요." 라고 하곤 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거라고 늘 그렇게 강조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어린 마음에 시골사람, 서울사람으로 이분화 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그렇게 대답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게 고향을 물은 그 인부는 내가 광주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내게서 두어걸음 뒤로 훅 물러서며 얼굴 전체에 불쾌한 표정이 번졌다.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으로 나더러 주먹을 휘두르며 "학생이면 공부나 해. 정치에 관심 갖지 말고." 라고 내뱉었다.

아니 내가 뭘 어쨌게? 하는 심정이 된 나는 단지 고향이 광주라는 이유만으로 내게 그런 대우를 한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상하여 지지않고 대꾸했다. "정치를 잘 하면 정치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겠지요." 라고.

그러자 그분은 다시 말했다. "정치를 잘하든 말든 상관을 말라니까~!!!" 하며 때릴듯이 덤비자 곁에 있던 연변에서 오신 분이 끼어들어 그분을 데리고 나갔다.

별 것 아닌 일화에 불과하지만 내겐 두고두고 마음을 다친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인터넷이 잘 연결되는 세상이 된 후로 더 심해졌다. 이런 이야길 하면 사람들은 "피해의식이 지나쳐 망상의 수준"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사는 내내 고향을 이야기 할 때마다 "아 나쁜짓(5.18)을 했던 사람들이 사는 곳!" 이라고 하거나 빨갱이요 종북이라고 단정지어 말하는 걸 들으며 살다보면 피해의식이 분노로, 분노가 슬픔으로... 바뀌기도 하더라.. 나쁜 짓을 했던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나쁜 짓이 벌어졌던 곳이라고 아무리 말해주어도 바뀌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덕분에 나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틀림없이 헌법에서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했는데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회인 것 때문에도 나는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그러나 나는 야당을 지지하며 반드시 야당이 정권을 잡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고 발달하기 위해서는 여당도 야당도 서로 견제해가며 바르게 양립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해서도 모호하고 정말 국민을 대변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의심스러운 정당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정권을 오래 잡고 있었던 여권에서는 더 이상 좋은 게 나올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야당을 지지한거냐고 묻는다면 어처구니 없겠지만 사실이다.

이런 세상에 승리와 출세가 보장된 여권에 줄 서지 않고 그래도 야권 주자로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1%의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번번이 무너뜨렸다. 꼭 이겨야만 하는 선거에서도, 이길 수 밖에 없어보이는 판도에서도 이기는 걸 못 봤다. 바꾸기만 하면 정말 잘 하긴 할건가? 하는 의심도 무럭무럭 자랐다. 솔직히 무능하기 짝이 없는 모습도 너무 많아서 야권을 지지한다는 말도 할 수가 없게 됐다.

그러는 가운데 지난 대선 때 안철수가 대권주자로 나왔다. 내가 평소 존경하던 박경철님과 이 책의 저자 금태섭 변호사.. 이런 분들이 그 캠프에 계셔서 어떻게든 정치에도, 우리나라에도 새 바람, 새 희망을 불러 일으켜 희망없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주기를 바랐다. 대통령이 되어 훌륭히 정책을 수행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어도 여전히 조롱과 비난의 대상인 김대중 대통령의 올바른 명예회복과 의심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도 정권이 바뀌면 바른 평가와 재수사 같은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졌었다. 온땅을 파헤쳐 놓은 4대강 공사도 재벌기업으로 더 많이 가는 특혜도 더 멀리 가기 전에 되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었다. 남북으로 나뉜 걸로 모자라 동서로 나뉘고 빈부로 나뉘고 남녀로 나뉘고 나이로, 학벌로, 성별로... 등등 조각조각 나뉘고 있는 우리나라가 다시 그 차이를 좁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가졌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앞서간 기대를 가졌던건지(그리고 내 멋대로의 바람이었지. 야권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하여 그 모든 걸 내가 원하는 쪽으로 정치를 할 것도 아니련만) 야권은 대선후보를 정하는데에 우물쭈물 (정치를 하는 분들에겐 어떤 시간이었는지 알 수 없었으니 내 눈에는 그저 우물쭈물로만 여겨졌었다.)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고 단일화를 하는가 했더니 대선에서 보기좋게 지고 그 후로 있었던 몇번의 크고 작은 선거마다 야당은 전부 졌다. 누가 조작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도 내리 지기만 했다. 투표하자는 말을 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지기만 했다.

그래서 이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를 읽을 때의 내 심정은 정말이지 한숨이 백만번쯤 저절로 터져 나오는 그런 마음으로 읽었는데 이 책 참 솔직하다. 저자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술하고 거기서 실패했던 야당의 실패 원인에 대해서 잘 돌아보고 있는 책이다.

그때의 일을 알고 싶거나 야당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를 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참 조심스럽다. 한 마디 잘못 꺼내면, 자신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면 다툼을 피할 길이 없기도 하고 때때로 안정적인 삶이 위협을 받기까지도 하는 것 같다. 그러니 함부로 읽어라 마라 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정치인이든 아니든, 관심이 있든 말든 많이들 읽고 생각도 좀 해 보고 관심도 더 가져보고 같이 고민도 진지하게 해 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음 참 좋겠다...

이 책은 진지하고 진심어린 프롤로그로부터 이어지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의 두 장은 대선 당시의 일들을, 세번째 장에서는 정치의 미래에 대해서 쓰고 있다. 읽으면서도 그때의 일들이 떠올라 답답한 마음도 조바심도 일었는데 그 일들을 겪은 당사자들은 오죽했겠나 싶기도 하고 말 한 마디, 문자나 전화 한 통화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미덕은 선거에서 진 이유를 외부의 조건에서 찾아 핑계대는 식으로 둘러대고 있지 않다는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는 야당이 갖춰야 할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는데 ... 야당은 정말 그거 할 수 있나?

오랜 야당 지지자가 이런 슬픈 질문을 던져야 할 정도로 신뢰를 잃었음을 그들이 통감하고 (그럼에도 야당에 몸담고 있는 그들을 나는 존경한다.) 이기는 야당이 되어 주기를, 그리고 이긴 후에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그것을 할 줄 아는 능력을 부디 가져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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