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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력서 쓰는 엄마
이수연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전공이 음악이고보니 음악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줄 알고 살았다. 다행히 음악과 관련된 일들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통해 그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고
일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보니 다시 시작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나 자신을 한정시켰고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기엔 너무 늦었다고 미리 체념을 했다.
사실 나는 살림이나 육아에 재능은 없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는 아무런 부담이나 불편함이 없었다. 내 경력사항에 쓸 이력이 한개도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내 이름이 불려질 일이 없다해도 불만조차 없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어느날 갑자기 현실적인 어려움이 아주 크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력서 같은데에 써 낼 만한 경력이랄
것이 없다는 사실에 위축이 되기 시작했다. 남편의 정년까지 남은 햇수, 아이들의 나이와 교육에의 뒷받침, 노후대비 등등이 큰 파도처럼 두렵게
내게로 마구 밀려왔다.
이젠 "일이나 한번 해 볼까?"의 차원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따지지 말고 무조건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든 것. 그래서
갑자기 경단녀를 겨냥한 책들에 버닝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덥썩 읽게 된 책이 <40대, 이력서 쓰는 엄마>다.
이 책에는 특별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그만큼 요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강좌나 배움의 기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등등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일부러 찾아본 적 없는 이야기들을 이미 내가 많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 책이 새롭지
않게 느껴질 지경이었으니.
대신 이 책에는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어찌 들으면 너무 뻔하고 또 너무 많이 알려져 있어서 특별하지 않게
들릴 수는 있겠으나 가장 안전하고도 확실한 길이기도 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자신의 일을 찾아 나선 경단녀들에게 이 책에서는 그들을 위한 A부터 Z까지를 짚어주듯이 조목조목 쓰고 있다.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내용인데 첫번째 챕터에서는 현실의 나와 마주보기, 두번째에서는 나를 알고 조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 나는 이 두번째 챕터가 보다 크게 와 닿았었다. 세번째 챕터에서는 재취업 관문을 통과해라 하는 이야기.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는데에 유용한 조언과 팁부터 면접을 위한 태도까지 설명하고 있다. 네번째 챕터에서는 가족의 협력을, 다섯번째에서는 재취업 후
조직에서 살아남기를, 그리고 마지막 여섯번째 챕터에서는 재취업이 싫다면 창업에 도전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 꼭지마다 조언과 팁이 나와 있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 책을 통해 일자리를 얻게 되거나, 일을 배우게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파악이나 현재 시장의 환경 혹은 여건 등은 짐작해 볼 수
있다.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가 삶을 대하던
안일하던 태도와 무계획적인 삶만큼은 다시 되돌아 볼 시간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이젠 너무 늦었고, 할 줄 아는 게 없고, 그래서 안될거라고만 여기는 사람이 혹 있다면 용기를 얻고 길을 찾아볼 때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책일 거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