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 성숙하게 나를 표현하는 감정 능력 만들기
전미경 지음 / 지와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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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공동체의 힘이 강한 사회에서는 가족을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따라야 하는 대상이라고 여깁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동일하게 생각할 것을 강하게 요구받습니다. 따라서 가족들이 함께 가게를 한다거나 기업을 운영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집단을 중시하는 동양권 문화에서,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감정적 폭력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은 상부상조하는 운명 공동체'라는 가족 판타지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 가족 판타지를 잘 유지하기 위한 정서로 '죄책감'을 많이 이용하지요." (p.216)

이 내용부터 언급한 이유는 내가 그러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내 친정은 자율성이 보장된 가정이었고 그럼에도 대상 항상성(object constancy)이 강해서 자연스럽게 소속감이 형성되었으며 그랬기에 안정적이었다. 그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는 가정을 벗어나서도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거나 소속되지 않아서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반면 의도치 않게 그런 사회에 속하게 되었을 때에는 불편함을 느끼며 힘들었는데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그럴 때 서로가 원하는 바를 잘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되었다. 이 전까지는 내가 느끼는 불편이나 부당함이 그릇된 것인 줄 알고 소통으로 풀어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불편해도 속한 사회에 순종하고 따르는 것만이 마땅한 일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에서 말하지 못하고 뒤로는 늘 부당함을 느끼며 속만 앓았던 것. 내 감정을 내가 억누른 채 관계를 맺으려다보니 사소한 일들이 상처가 되고 서로에게 부담이 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기 어려우니까 감정의 교통정리가 안되어 타인과의 소통도 나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정신의학과 의사가 쓴 글이며 여기서 주로 다루는 것은 '감정'이다.

감정은 지극히 사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라서 누군가가 억지로 혹은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자기 자신조차도 말이다. 내가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이 있지 않던가. 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더욱 그런 것도 같고.

이 책에서는 감정을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가치관도 반영하는 것이 감정이라고.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는 감정 능력이다. 성숙하게 나를 표현하는 감정 능력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나의 자유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말이다.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이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나와 남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잘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은 이렇게 세상과의 소통 도구이므로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감정을 통해 남과 잘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고 그것이 감정 능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여기서 잠시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면 감정(emotion)이란 내적, 외적 사건에 의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신체적, 심리적 반응으로 분노, 슬픔, 두려움, 기쁨, 사랑 등을 이른다. 이에 반해 기분(mood)은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지속되는 주관적 느낌의 흐름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기도 하며, 즐거움, 불쾌감, 우울함 등으로 정신의학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기분에 속하는 문제들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려운 것이 나 자신인가, 생각이 다르다고 왜 마음까지 다치게 될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 알아채는 방법, 사람들과 거리는 두는 게 정말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나쁜 일은 왜 쉽게 잊히지 않는가에 대해, 왜 어느 특정인 앞에만 가면 어린아이처럼 굴게 되는가에 대해, 싫어도 감정 노동을 피할 수 없을 때의 대응방법, 나의 기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외상 후 성장으로 나아가는 것, 타인을 공감하며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 감정 조절 능력 높이기에 대해, 도구적 정서 활용에 관해, 소속감에 목매지 않기, 자기 개념과 자기 체험에 대해서 등등을 이야기 한다.

읽을 때는 다 알 것 같았는데 막상 책을 덮고 나니 좀 어렵다. 이런 것도 다 연습과 나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다행인 것은 바꿀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

내게 가장 큰 문제여서 가장 와닿았던 것은 반추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반추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도 제시해 준다. 이 책에서는 문제를 짚은 후 그럴 땐 어떤 방법이 좋고 그렇게 하여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상태를 이야기 해 준다. 예를 들어보자면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려 할 때, 반추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며 대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가 이런 감정이 든 이유를 질문함으로써 나 자신을 들여다 본 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분별의 단계를 거쳐 다시 '지금, 이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책에서는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오는 법도 이야기 하고 있다.) 성찰과 분별을 통해 마음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덕목 중 하나가 진실성(authenticity)이라는 것이다. 가식이나 위선 없이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말한다.

살아가는 동안 솔직하면서도 상처 주지 않고 자기 공감과 타인 공감을 할 수 있으며 건강한 소통의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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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10만 부 기념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 사람의 마음과 인생의 기회를 사로잡는 대화법
장차오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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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말은 참 중요하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으나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말이지만 끌리는 말은 그만큼의 마음씀과 배려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 책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바로 그 말투를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말만 번드르르 하게 하고 행동은 딴판이라면 더 문제가 되겠지만.

요즘처럼 대면하여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진 시대에는 문자나 전화통화를 통해서도 소통을 하게 되는데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반응을 살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통화로 혹은 문자메시지로 주고 받을 땐 실수를 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미쳐 돌아보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내 마음이 상하는 일도 생긴다.

대화를 하는 것은 가까워지기 위한 혹은 뭔가를 이루기 위한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인데 오히려 대화를 하다가 관계가 멀어지거나 서먹해지거나 오해가 생기거나 하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지.

내 남사친 중에 하는 말마다 묘하게 기분을 상하게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마음을 상하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재밌으라고 한 말인데 그게 의도치 않게 재미를 주려다 마음을 언짢게 하는 쪽으로 빠지곤 했다. 평소에는 말투가 그렇다는 것을 아니까 그냥 알아서 이해하고 지나가곤 했는데 어느 날에는 참다못해 이렇게 얘기해 버렸다. "말 예쁘게 하는 걸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으면 널 좀 보내주고 싶다"고. 내 말투도 결코 아름답지는 않았으니 그 친구가 내 말에 서운했을 법도 한데 그 친구는 그 순간 아주 순순히 "맞아... 미안."이라고 했다. 그때 내가 평가나 판단을 빼고 순수하게 그 친구의 의도를 잘 이해하며 조금 더 배려심 있게 얘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이 책을 읽어가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많은 대화가 떠올랐고 내 말투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배려와 이해,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 특히 내 기준에서의 판단과 평가를 곁들이지 말라고 얘기하는 듯 하다. 그러면서 많은 대화를 예로 들며 나쁜 말투, 평범한 말투 그리고 끌리는 말투를 비교하여 들려주어서 읽어가며 배울 수 있었다.

한때는 내가 말을 예쁘게 한다는 소릴 들으며 살았던 적도 있었던 사람이건만 책을 읽어보니 내 말에 상처를 받았거나 서운했을 사람들이 무수히 떠올라 무척 미안했다. 이제라도 나의 마음만이 아닌 대화 상대의 마음과 입장에서 배려하고 이해하며 지혜롭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이 책은 3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좋은 인상을 남기는 말투에 대해, 2부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 해 봄으로써 편안한 관계 맺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 바쁘다는 핑계에 대처하는 법, 화가 난 상대와 대화할 때의 팁, 경청의 기술...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3부에서는 할 말 다하면서 원하는 바를 얻는 비밀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말하기에도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내게 끌리는 말투의 기술이 습득되는 것은 아니라서.. 다만 타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말의 표현들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이 책에서는 타인의 마음에 쏙 드는, 듣기에 좋은, 아첨하는 말을 하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뜻을 전달하되, 또는 상대방의 말을 들은 후 대답을 할 때 어떻게 이야기 하는 것이 보다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게 되겠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 주는 책이었다. 적절하고 지혜롭게 말함으로써 관계를 바꾸고 그 관계들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테니 노력해야겠다. 말보다 마음가짐과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결국에는 그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 더 배우고 연습해서 좋은 관계들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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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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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재미있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고전문학만 간혹 읽고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나 소설을 읽을 뿐.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이 묘해져서 기피하는 것 같다. 어쩐지 기분이 어두워지고 주로는 마음이 막 아파서 소설에 손이 잘 안가는 것 같다. 소설도 소설 나름이련만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안 읽다보니 잘 찾아읽지 못하게 된 것도 이유겠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이 왜 갑자기 읽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상을 받은 작가들의 나이가 70년대 후반인 것을 보다가 그냥 마음이 이끌렸었다. (모든 작가의 나이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나보다는 젊지만 그래도 나랑 같은 세대인 이들이 쓴 글들이 어쩐지 갑자기 읽고 싶어졌다. 역시 소설이 재미있었다. 게다가 마음이 막 흥분되기도 했다. 일단 다들 글을 잘 쓴다. 내가 썩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의 책, 마음을 위로해 줄 것 같은 책, 건강에 도움을 줄만한 조언이 들어 있는 책, 신앙서적 같은 책만 읽다가 글을 쓰는 게 업인 작가들의 글을 읽었더니 갈증이 해갈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쩜 그렇게 글을 맛깔나게 잘 쓰는지 내용과 상관없이 마음이 먼저 흡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는 소설도 자주 읽어야겠다. 여러가지 감정을 순식간에 느끼고 다른 세상에(그들이 펼쳐놓은 세상에) 흠뻑 빠져들었다가 되돌아 나와보니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이상하게도 더 집중이 잘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번에 읽은 소설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에 실린 단편들이었다. 21회 대상 수상작인 최윤님의 소유의 문법부터 대상 수상작가의 자선작인 손수건,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기괴의 탄생(김금희), 신세이다이 가옥(박민정), 동경 너머 하와이(박상영), 햄의 기원(신주희), 유진(최진영) 그리고 기수상작가 자선작인 가벼운 점심(장은진)이 이 한 권의 책에 실려있다. 그리고 대상 수상작가의 수상 소감과 문학평론가 정홍수님이 쓴 대상수상작(소유의 문법)에 대한 작품론,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어서 소유의 문법은 여러번 읽은 기분이 들었다. 작품론을 읽으면서도 탄복했다. 글쓰는 분들 존경스럽다. 그분들의 글을 읽다가 내가 쓴 글을 보니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 들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단편 소설들인데 줄거리를 써서 소개하는 건 좀 그런 듯 싶어서 그 글들을 한꺼번에 담은 이 책만을 소개하자면 수상작과 인터뷰, 작품론이 있어서 내가 느낀 것 이상으로 문학평론가의 시선으로 작품을 보는 법(?)을 보고 배울 수 있어 나는 좋았다. 그리고 우수작품상 수상작들을 한번에 모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어 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읽기의 시간. 앞으로는 소설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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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일러스트 연습장 - 따라만 그려도 저절로 실력이 느는 마법의 테크닉 손그림 일러스트 연습장 1
쿠도 노조미 지음, 김진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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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이 제일 싫었다. 아니 체육시간이 더 싫었던가? 암튼 수학시간보다 더 싫고 힘들었던 시간이 미술시간이었을 정도로 나는 미술에 소질이 없고 잘 못한다. 스케치부터 색칠까지 죄다 망함. 그리기 뿐만 아니라 만들기 조각하기 등등 미술시간에 하는 건 전부 꽝이었다. 제대로 배웠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까. 내 실력이 모자라다 하여 미술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는 것은 없어도, 볼 줄은 몰라도 미술을 좋아했고 나도 잘하고 싶었다. 학창시절 교실 뒤에 그림이나 작품들 붙여 놓을 때 내가 그린 그림이 붙어 있으면 비교되어서 너무나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나도 잘하고 싶었단 말이지. 그래서 내 아이들 만큼은 나처럼 미술시간마다 공포에 떨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남들이 수학학원, 영어학원 다니는 동안 우리집 애들은 방과후 수업시간에 미술을 배우러 다녔다. 그시간들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최소한 나보다는 미술을 덜 두려워한다. 가끔 노트와 연필을 들고 앉아 그림을 즐겨 그리기도 하니까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 그러나 아이들도 뭔가 지금보다 더 잘 그리고 싶어하고 나 또한 손편지나 다이어리 귀퉁이에 정성스럽게 그려넣을 귀여운 그림 정도는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책이 있으면 꼭 본다. 내가 이번에 열심히 따라 그리고 있는 책은 <<손그림 일러스트 연습장>>이다. 이 책은 아주 간단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240여 페이지에 빼곡히 일러스트 그림들을 따라 그릴 수 있게 되어 있는 책이다. 작가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그 그림에는 그리는 순서나 팁이 적혀 있다. 그걸 보며 선 따라 그리기 연습을 한 번 하고 그 다음에는 나 홀로 직접 빈 공간에 그려보는 순서로 되어 있다. 나는 그림을 두번 그려보는 것인데 오이 한 개, 토마토 한 개 이런 걸 그려보는 것이며 한번은 선따라, 한번은 빈칸에 직접 그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고작 그렇게만 그려서 내 그림 실력이 나아진다고? 반신반의하며 그려보았다. 연필로 쓱싹 그리면 되는 것이고 선 몇번만 그으면 완성되는 그런 일러스트들인데 나같은 사람은 그 선 몇개도 쉬운 게 아니더란. 볼땐 그렇게 간단할 수가 없는 그림인데 막상 그려보면 왜 내 그림은 어딘지 균형이 맞지 않거나 너무 뚱뚱해지거나 입체감이 안느껴지는 것일까. 그래서 고민하며 그렸다. 다시한 번 그려보고 가능한 한 똑같이 그려보려고도 애쓰고. 자꾸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선 몇개로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것이었다니! 그게 그렇게나 놀라웠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을 평면인 종이에 특징을 잘 살려서 사실적으로 표현해 내는 작가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고. 이 책에는 무려 860개의 귀여운 일러스트가 있다. 1장부터 7장까지 그림을 분류해 놓았는데 1장에는 여러 가지 음식, 2장은 여러 가지 가재도구, 3장은 사람과 반려동물, 4장 여러 가지 길거리 모습, 5장 여러 가지 생물, 6장 학교와 사무실, 그리고 7장은 외출과 이벤트 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일러스트들이 있어서 보고 따라그려보도록 되어 있다. 따라 하다보니 따라하는 것은 할 만 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면서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내가 어떤 사물을 그리려고 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랐다는 것과, 가장 돋보이게 그려야 할 특징을 잘 잡아내지 못했었다는 것, 평면인 지면에 입체적인 표현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랐다는 것 등등이 그것이다. 아직 이 책 속의 그림을 다 그려보지는 못했지만 860개를 다 그리고나면 어느정도는 보지 않고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 그림체 대로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것만 약간 걱정. 배웠던 그대로의 모습은 그릴 수 있는데 그걸 응용한다거나 내가 변형해서 더 그럴듯하게 그리는 건 자신이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 그래도 조금씩 감을 잡고 그린다는 게 어딘가 싶다. 틈나는 대로, 매일 정성껏 다 그려봐야지. 나같은 사람도 즐겁게 따라 그릴 수 있는 책이라서 좋다. 따라 그리다보면 실력이 늘어 다이어리나 노트 귀퉁이에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직접 귀엽고 예쁘게 그려넣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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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기적의 코어운동 - 직장인 홈트
이규하 지음 / 세림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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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루 15분 운동이 내게 정말 기적이 되어줄까? 하고 속는 셈 치고 또 책을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난 후 직접 따라 해 본 이 15분의 운동은 15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 놀라운 경험이자 새삼스러운 시간이었다고나... 힘든 시간은 느리게 간다는 것을 다시한 번 깨닫는 새삼스러운 자각과 함께 길어도 이렇게나 길 수 있나 싶은 놀라운 경험이었던 것. 이 책에서 말하는 코어운동이 그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이 간단한 동작을 15분간 하는 게 정말 운동이 된다고? 하고 시작했는데 그 간단한 동작을 15분간 하고 있는게 상당히 힘들고 시간이 안가더라는 이야기다. 고로 분명히 운동이 되었을거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 책 표지에는 직장인 인생을 바꾸는 단 한가지 운동이라고 적혀 있는데 부디 내 인생도 바꾸어 주기를 바라며 어제도 하고 오늘도 했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며 따라 했는데 왜 허벅지가 이렇게 떨리는거지?

이 책은 6장으로 되어 있다. 내가 궁금했던 코어운동은 5장에 설명되어 있다. 나머지는 운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얘기들인데 구구절절 공감이 가서 완전 설득된다. 그동안 내가 밟아왔던 운동과 생활과 노력과 실패와 고민의 과정들이 이 책 안에 잘 녹아 있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군 하는 생각과 내가 아는 것, 내가 몰랐던 것, 내가 잘못 알았던 것 등을 짚어볼 수도 있었다. 암튼 읽어가다보면 운동을 하지 않고는 못배기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4장까지 읽다보니 어서 그 코어운동을 배워서 나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설명이 잘 되어 있고 그림까지 있건만 워낙 몸치인 나는 내가 제대로 따라 하고 있는지 내 동작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다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유튜브를 보며 따라할 수 있었고 도움이 되었다. 정말이지 간단한 동작이라 하면서도 이것으로 내 건강이 지켜질까 싶긴한데 15분을 꼬박 채우는 게 상당히 힘든 거 보면 꾸준히 해 나가는 게 운동이 되겠다 싶다. 절운동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내겐 절운동보다 쉬웠다. 나는 절운동을 하고 나면 너무 어지럽고 힘들어서 다시는 안하고 싶어지는 단점이 있어 지속하지 못했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계속해 나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는 이 운동을 해 나가야겠다. 처음엔 15분이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믿음으로. 그러고보면 15분만 해 보라는 게 많다. 결국은 꾸준히 하느냐 그렇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느냐의 차이가 있겠다. 고작 하루 15분인데 그걸 못하겠나 하는 마음이 드는데도 그 15분 시간 내는 게 쉽지 않은 걸 보면. 그러나 운동만큼은 해야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이 안좋을수록 더 그렇다. 나는 최근 여러가지 운동을 많이 시도했고 실제로 해 왔는데 긴 시간이 들었고 힘이 들었지만 얻는 성과는 공들인 시간에 비하면 크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러나 그 운동시간들은 나를 배신하지 않고 건강검진 때 보여준 수치의 변화로 보답을 하기는 했으니 힘들어도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체중감소 같은..)가 없어도 건강한 돼지라도 좋다는 마음으로 해 왔는데 문제는 그 시간이었다. 운동을 한번 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다른 일을 제쳐 두어야 하는 게 늘 내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는데 운동을 하자니 온종일 운동만 하고 있어야 하고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운동을 나름 최선을 다해서 하는데 살은 하나도 안빠지니(오히려 보상심리로 더 먹었는지 체중이 늘기도..) 이게 과연 옳은건가 하는 생각을 늘 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코어운동은 공간을 많이 차지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으며 돈이 들지도 않는데다 운동이 되는 것이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운동효율이 높다하고 해 보니 이 간단한 동작 속에서도 전신을 고루 쓰게 되고 제대로 잘 따라하기만 하면 더 좋은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근하고 꾸준하게 노력한 이 시간으로 운동이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되고 건강을 찾는 시간이 되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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