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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소설은 재미있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고전문학만 간혹 읽고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나 소설을 읽을 뿐.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이 묘해져서 기피하는 것 같다. 어쩐지 기분이 어두워지고 주로는 마음이 막 아파서 소설에 손이 잘 안가는 것 같다. 소설도 소설 나름이련만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안 읽다보니 잘 찾아읽지 못하게 된 것도 이유겠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이 왜 갑자기 읽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상을 받은 작가들의 나이가 70년대 후반인 것을 보다가 그냥 마음이 이끌렸었다. (모든 작가의 나이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나보다는 젊지만 그래도 나랑 같은 세대인 이들이 쓴 글들이 어쩐지 갑자기 읽고 싶어졌다. 역시 소설이 재미있었다. 게다가 마음이 막 흥분되기도 했다. 일단 다들 글을 잘 쓴다. 내가 썩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의 책, 마음을 위로해 줄 것 같은 책, 건강에 도움을 줄만한 조언이 들어 있는 책, 신앙서적 같은 책만 읽다가 글을 쓰는 게 업인 작가들의 글을 읽었더니 갈증이 해갈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쩜 그렇게 글을 맛깔나게 잘 쓰는지 내용과 상관없이 마음이 먼저 흡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는 소설도 자주 읽어야겠다. 여러가지 감정을 순식간에 느끼고 다른 세상에(그들이 펼쳐놓은 세상에) 흠뻑 빠져들었다가 되돌아 나와보니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이상하게도 더 집중이 잘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번에 읽은 소설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에 실린 단편들이었다. 21회 대상 수상작인 최윤님의 소유의 문법부터 대상 수상작가의 자선작인 손수건,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기괴의 탄생(김금희), 신세이다이 가옥(박민정), 동경 너머 하와이(박상영), 햄의 기원(신주희), 유진(최진영) 그리고 기수상작가 자선작인 가벼운 점심(장은진)이 이 한 권의 책에 실려있다. 그리고 대상 수상작가의 수상 소감과 문학평론가 정홍수님이 쓴 대상수상작(소유의 문법)에 대한 작품론,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어서 소유의 문법은 여러번 읽은 기분이 들었다. 작품론을 읽으면서도 탄복했다. 글쓰는 분들 존경스럽다. 그분들의 글을 읽다가 내가 쓴 글을 보니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 들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단편 소설들인데 줄거리를 써서 소개하는 건 좀 그런 듯 싶어서 그 글들을 한꺼번에 담은 이 책만을 소개하자면 수상작과 인터뷰, 작품론이 있어서 내가 느낀 것 이상으로 문학평론가의 시선으로 작품을 보는 법(?)을 보고 배울 수 있어 나는 좋았다. 그리고 우수작품상 수상작들을 한번에 모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어 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읽기의 시간. 앞으로는 소설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