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그림 일러스트 연습장 - 따라만 그려도 저절로 실력이 느는 마법의 테크닉 손그림 일러스트 연습장 1
쿠도 노조미 지음, 김진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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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이 제일 싫었다. 아니 체육시간이 더 싫었던가? 암튼 수학시간보다 더 싫고 힘들었던 시간이 미술시간이었을 정도로 나는 미술에 소질이 없고 잘 못한다. 스케치부터 색칠까지 죄다 망함. 그리기 뿐만 아니라 만들기 조각하기 등등 미술시간에 하는 건 전부 꽝이었다. 제대로 배웠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까. 내 실력이 모자라다 하여 미술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는 것은 없어도, 볼 줄은 몰라도 미술을 좋아했고 나도 잘하고 싶었다. 학창시절 교실 뒤에 그림이나 작품들 붙여 놓을 때 내가 그린 그림이 붙어 있으면 비교되어서 너무나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나도 잘하고 싶었단 말이지. 그래서 내 아이들 만큼은 나처럼 미술시간마다 공포에 떨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남들이 수학학원, 영어학원 다니는 동안 우리집 애들은 방과후 수업시간에 미술을 배우러 다녔다. 그시간들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최소한 나보다는 미술을 덜 두려워한다. 가끔 노트와 연필을 들고 앉아 그림을 즐겨 그리기도 하니까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 그러나 아이들도 뭔가 지금보다 더 잘 그리고 싶어하고 나 또한 손편지나 다이어리 귀퉁이에 정성스럽게 그려넣을 귀여운 그림 정도는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책이 있으면 꼭 본다. 내가 이번에 열심히 따라 그리고 있는 책은 <<손그림 일러스트 연습장>>이다. 이 책은 아주 간단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240여 페이지에 빼곡히 일러스트 그림들을 따라 그릴 수 있게 되어 있는 책이다. 작가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그 그림에는 그리는 순서나 팁이 적혀 있다. 그걸 보며 선 따라 그리기 연습을 한 번 하고 그 다음에는 나 홀로 직접 빈 공간에 그려보는 순서로 되어 있다. 나는 그림을 두번 그려보는 것인데 오이 한 개, 토마토 한 개 이런 걸 그려보는 것이며 한번은 선따라, 한번은 빈칸에 직접 그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고작 그렇게만 그려서 내 그림 실력이 나아진다고? 반신반의하며 그려보았다. 연필로 쓱싹 그리면 되는 것이고 선 몇번만 그으면 완성되는 그런 일러스트들인데 나같은 사람은 그 선 몇개도 쉬운 게 아니더란. 볼땐 그렇게 간단할 수가 없는 그림인데 막상 그려보면 왜 내 그림은 어딘지 균형이 맞지 않거나 너무 뚱뚱해지거나 입체감이 안느껴지는 것일까. 그래서 고민하며 그렸다. 다시한 번 그려보고 가능한 한 똑같이 그려보려고도 애쓰고. 자꾸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선 몇개로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것이었다니! 그게 그렇게나 놀라웠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을 평면인 종이에 특징을 잘 살려서 사실적으로 표현해 내는 작가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고. 이 책에는 무려 860개의 귀여운 일러스트가 있다. 1장부터 7장까지 그림을 분류해 놓았는데 1장에는 여러 가지 음식, 2장은 여러 가지 가재도구, 3장은 사람과 반려동물, 4장 여러 가지 길거리 모습, 5장 여러 가지 생물, 6장 학교와 사무실, 그리고 7장은 외출과 이벤트 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일러스트들이 있어서 보고 따라그려보도록 되어 있다. 따라 하다보니 따라하는 것은 할 만 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면서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내가 어떤 사물을 그리려고 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랐다는 것과, 가장 돋보이게 그려야 할 특징을 잘 잡아내지 못했었다는 것, 평면인 지면에 입체적인 표현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랐다는 것 등등이 그것이다. 아직 이 책 속의 그림을 다 그려보지는 못했지만 860개를 다 그리고나면 어느정도는 보지 않고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 그림체 대로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것만 약간 걱정. 배웠던 그대로의 모습은 그릴 수 있는데 그걸 응용한다거나 내가 변형해서 더 그럴듯하게 그리는 건 자신이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 그래도 조금씩 감을 잡고 그린다는 게 어딘가 싶다. 틈나는 대로, 매일 정성껏 다 그려봐야지. 나같은 사람도 즐겁게 따라 그릴 수 있는 책이라서 좋다. 따라 그리다보면 실력이 늘어 다이어리나 노트 귀퉁이에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직접 귀엽고 예쁘게 그려넣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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