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못된 형 자랑하기 대회 ㅣ 노란상상 그림책 119
박보람 지음, 한승무 그림 / 노란상상 / 2025년 4월
평점 :
어릴 적 나는 늘 “우리 형은 왜 이렇게 못됐지?”라는 생각을 달고 살았다. 동생이 먹으려고 아껴둔 사탕을 낚아채 가거나, 내가 좋아하는 만화 시간을 리모컨 하나로 빼앗아 가는 건 기본. 심지어 부모님께 혼날 땐 나를 앞세워 “얘가 그랬어요”라며 책임까지 떠넘기곤 했다. 그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얄미운 사람은 내 형이었다.
《못된 형 자랑하기 대회》를 읽으면서 문득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아, 나도 유준이처럼 느꼈었지.” 주인공 유준이처럼 나도 친구들에게 형의 못된 짓을 잔뜩 늘어놓으며 “우리 형이 제일 못됐어!”라고 자랑(?)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친구들이 “야, 너 형 진짜 나쁘다!”라며 맞장구를 쳐주면 마음 한구석이 쓰라렸다. 나만 욕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내’ 형이었던 걸까?
이 책은 단순히 ‘형제자매의 갈등’을 그린 책이 아니었다. 미움과 원망 뒤에 숨어 있는 애틋함과 든든함을 찾아내는 이야기였다. 형을 욕하며 웃던 나, 그리고 남이 형을 욕하자 마음속에 올라오던 이상한 감정. 어린 나로선 설명할 수 없던 그 복잡한 감정을 이 책이 아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책을 덮고 나서 한참 동안 “나는 내 형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여전히 장난기 많고 나를 놀리기 좋아하는 형이지만, 그때 그 사탕과 만화 프로그램을 빼앗아 갔던 형이지만, 돌아보면 늘 내 편이었던 형이었다. 누구보다 나를 웃게 하고, 때론 울게 하면서도 결국 나를 지켜준,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 준 사람.
《못된 형 자랑하기 대회》는 형제자매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형제자매가 없는 사람에게도 “가족이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어릴 땐 미처 몰랐던 진심이, 이 책 덕분에 비로소 마음속에 와닿았다.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면서도 결국엔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주는 존재. 그게 바로 형제자매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소중한 관계를, 때론 코믹하게, 때론 뭉클하게, 우리 곁으로 데려와 준다.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못된 형도, 못된 언니도, 못된 오빠도 조금 더 사랑하고 싶어지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