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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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무늬' 라는 제목부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감각적인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억'이라는 추상적인 보이지 않는 개념을

'무늬'라는 시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것에 연결한 제목이 신선했다. 


그리고 '기억'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되는 소설인 것 같은데,

표지는 실을 잡고 있는 손이 중앙에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따라 책을 펼쳤다. 


누구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데,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것도 무려 19년 전의 미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예상하지 못한 소재와 사건들 

그리고 그 안의 의미와 가치를 읽어가며 

책 속 스토리, 스토리안의 사건과 의문들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

내가 사람을 구별하는 단서는 단순하다.

그들이 걸친 옷의 질감과 색, 몸짓에서 묻어나오는 습관적인 움직임, 그리고 목소리와 말투.

얼굴이 아닌, 흩어진 이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야만 비로소 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24p

누구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안면인식장애’


나는 매주 화요일마다 내가 세 살이던 해에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을 담은 수사 기록물을 본다.


나의 부모님이

이 사건의 피해자이다.





*

동일한 원단으로 만든 옷도 입은 사람에 따라 점차 색과 질감을 달리 하게 된다.

숨결과 땀, 그리고 산화의 과정이 겹겹이 쌓여 마침내 그만의 옷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같이 태어난 옷들이 결국 모두 다른 옷이 되는 것이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30p

겉으로는 직물 복원에 관심이 많은

그저 한 학생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의

진짜 이유는…….

*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나는 반드시 그 검은 실루엣의 남자를 찾을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부모의 원수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를 찾아야만 나를 괴롭히는 악몽이 멈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를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아야 비로소 이 악몽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만 같다.

30p


*

“네가 봤다는 그 ‘검은 실루엣의 남자‘ 말이야.

너는 그게 환각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기억이라고 생각해?”

69p

​

*

약은 뇌의 스위치를 내리는 거야. 하지만 명심해.

억지로 덮어둔 기억은 언젠가 분출되어 독이 되니까.

69p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내 기억 속 가장 선명한 단서를 찾고 있다.






나와 부모님, 뤼미에르

그리고 마지막 한 놈.

​

드디어, 나와 부모님 외에 다른 누군가존재했다는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

“검사관 말로는, 지문이 닳아서 희미해진 손이라더구나.

지문이 마모된 사람…… 즉,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같구나.”

175p



-



19년이라는 시간,

허름하고 낡아서 무너져 가는 집과는 달리, 마치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아기 침대가 눈앞에 드러났다.

​

그리고 무언가 숨겨진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아기 침대가 품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드러난 새로운 사실은 또 다른 혼동을 준다.

​

과연, 기억 속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범죄 추리물의 느낌으로 시작해

미스터리한 상황과 사건의 전환점이 되는 단서를 발견한다.

​

하지만, 그 과정을 따라가다 마주하게 되는 것은

단지 그날 그 사건의 진실만이 아니다.

​

'기억'이라는 낱말을 그저 과거를 돌아봄이 아닌,

추억 그 이상의 사랑으로 담아낸 스토리.

​

궁금증을 연결하며 흥미롭게 이어지는 흐름 가운데,

삶과 사람 그리고 사랑의 문장을 마주하게 된다.

​

감추어진 비밀을 마주하며, 스토리의 비밀을 마주할 때

그 사랑의 기억이 단지 주인공의 사건이라고 여기기보다

​

우리의 삶 속에 가벼이 일상이라 생각하여 간과하며 잊고 있던

그 소중한 감감과 흔적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 가치를 깊이 담아보길 바란다.



  • 함께 나누면 좋은 질문

​

- 사람을 기억하는 데 얼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 가지고 있는 물건 중 특별한 기억이 담긴 물건은 무엇인가?

- 사람에게 사랑의 흔적은 어떤 모습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는가요?

- ‘상처 난 틈을 고치지 말라’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 이 책에서 말하는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것을 넘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 독특한 방식으로 진실을 마주하는 소설을 찾는 독자

- 흥미로우면서도 읽고 난 뒤의 여운이 남는 책을 찾는 분

- 건축이나 가구, 옷처럼 공간과 사물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

- 기억과 가족, 사랑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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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 개정증보판
김규아 지음 / 북스그라운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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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지원 도서




“끝없는 밤”에도 연주는 계속된다

​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상실을 대하는 정우의 모습입니다.

​

『밤의 교실』은

“괜찮아, 결국 다 잘될 거야.”라고 쉽게 위로하지 않습니다.

​

대신 말합니다.

​

살다 보면 정말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

그 순간 우리는 비틀거릴 수도 있다고.

​

하지만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어쩌면 주변에 숨어 있는 작은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력을 잃어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는

크고 작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하고,

꿈을 잃기도 하고,

예전의 나를 잃기도 합니다.

​

때로는 내가 믿었던 미래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하지요.

​

그럴 때 우리는 묻게 됩니다.

​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

『밤의 교실』은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깊은 답을 건넵니다.

​

어둠이 와도 나만의 연주는 계속될 수 있다고.


[책 속 문장]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특별한 경험이야. 정우는 아주 조금 더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뿐이야….

(124쪽)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생각해.

내 삶이 하나의 곡이라면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 걸까.

(149쪽)



그래! 네 삶을 연주해 보는 거야.

그럼 밤하늘처럼 어둠 속에서도 수많은 별을 찾을 수 있어.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175쪽)



달빛처럼 살아. 어두운 곳을 비추면서.

(191쪽)







“끝없는 밤이 올 수 있다.”

아이가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떨까요.

​

앞으로 눈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부모님의 이혼.

친구들의 걱정과 위로조차 오히려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순간.

​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슬픔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밤의 교실』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이 오래 남습니다.

​

우리가 잃어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을 때,

어쩌면 그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빛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김규아 작가의 그래픽 노블 『밤의 교실』은

시력을 잃어갈 위기에 놓인 아이 정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

볼로냐 라가치 상 만화 부문 우수상을 받은 김규아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새로운 에필로그가 더해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여전히 무섭고 겁이 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강하고 용감하고 똑똑한 나를’.

(195쪽)

『밤의 교실』이 오래 남는 이유

​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조금 다른 특별한 늑대 선생님

그리고 밤에 펼쳐지는 특별한 음악 수업.

​

그리고 정우가 자신의 어둠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

​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슬프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합니다.

​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남습니다.

​

작가의 말처럼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다시 중심을 잡게 하는 것은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주변에 숨어 있는 작은 사랑을 발견하다 보면

다시 삶을 사랑할 용기가 생길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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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 개정증보판
김규아 지음 / 북스그라운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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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황에서 따스한 사랑을 배우게 되는 잔잔하고 단단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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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외딴섬
이세진 지음 / 한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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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지원 도서




"제발 내일은 오늘 같지 않게 해 주세요." 

그렇게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쓰러지듯 잠이 든 이들이 있습니다. 

​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다섯 명의 이들.

​

그런데, 다섯 사람이 눈을 뜬 곳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장소와는 아주 다른 곳입니다. 

​

여기가 어디인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당장 오늘 출근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리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

낯선 곳에서 전혀 모르는 이들과 함께 있는 이 상황 자체도 적응이 되지 않는데,

더 큰 문제는 이 섬을 나가는 방법입니다. 

​





일주일이 흐르거나 손님 중 한 분이 죽으면 퇴소할 수 있어요.

서두를 것 없으니 어떻게 살아갈지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제발 내일은 오늘과 다르기를 바라며 

평소처럼 잠이 들었습니다. 

​

그런데, 낯선 섬의 저택에서 눈을 뜹니다. 

​

그곳에서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

게다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편지에는 

조금 섬뜩한 조건이 적혀 있습니다.

​

- 일주일이 흐르거나 손님 중 한 분이 죽으면 퇴소할 수 있어요.

​

일주일이란 기간,

거기에 '손님 중 한 분이 죽으면 퇴소할 수 있어요'라는 멘트. 

​

'아니, 미스터리 장르 소설인가?'

​

갑작스럽고 낯선 상황 가운데 의문스러운 멘트, 

당황하시며 소설의 장르를 다시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외딴섬』은 그러한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요?

​

서로를 모르는 다섯 사람이 

낯선 이곳에 함께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살아간다는 것. 그건 살아남는 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살아남는다는 말은 다른 사람을 제치고 홀로 서야 할 때나 쓰는 말이니까. 

반면에 살아간다는 말은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심지어 모르는 사람까지도 너끈히 껴안을 수 있다. 

(46쪽)






뭐든 다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니까. 

내 자리를 지켜 내려면 그만큼 능력을 보여 줘야 하고, 그런 인정을 쌓아서 또 더 나은 곳으로 갈 발판을 마련해야 하고. 

그런데 소영 씨도 알죠? 세상은 은근히 얼렁뚱땅 굴러간다는 것. 

그래서 내가 크로키를 좋아하는 것 같아. 휙휙 그은 선을 모아서 어엿한 사람 모양을 갖춰 나가는 게 꼭 내 인생 같아서."

(58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외딴섬에 갇혀 살아간다. 

내 마음을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외로움을 안고, 각자의 파도에 흔들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붓을 들어 내면의 풍경을 밖으로 꺼내 놓는 순간, 

그리고 누군가가 그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봐 주는 순간, 

섬과 섬 사이에는 다리가 놓인다. 

(136쪽)


-

 

우리는 풍경을 그리는 동시에 서로에게 닿으려는 간절함을 그려 내는지도 모른다고. 

당신의 섬에 닿고 싶어서, 나의 섬으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어서, 

우리는 그렇게 서툰 붓질을 멈추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136쪽)






- 책을 읽고,

​

​

처음에는 “죽어야 나갈 수 있는 섬”이라는 설정 때문에 긴장하면서 보았는데,

이곳에서 다섯 사람이 하는 일은 서로를 의심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

낯선 상황 가운데 현실적인 고민이 앞서는 것에 공감이 되기도 하고,

서로 나누는 대화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인물의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

누군가 내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같은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는 것.

그리고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

거창하지 않지만 함께 하는 과정 가운데 

함께이기에 가능한 회복을 마주하게 됩니다. 

​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면 먼저 완전히 괜찮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다섯 사람은 완벽하게 회복된 뒤 섬을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

힐링 소설을 읽다 보면 누군가가 따뜻한 말을 건네고, 

주인공의 상처를 이해해 주고, 결국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외딴섬』은 조금 다릅니다. 

​

여전히 각자의 상처가 있고, 해결되지 않은 현실도 여전합니다. 

​

다만, 같은 상황 가운데 조금씩 달라지는 인물들의 과정을 읽어가게 됩니다.

​

여전히 고민과 현실이 있지만, 그것이 마법처럼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 때문에 지쳐 있었는지 알게 되고, 무엇이 필요한지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

마법 같은 해결이 아닌, 

너무 오래 버틴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소설입니다. 

​

누구도 상대방의 인생을 대신하려 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고민에 대해 명확한 정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저 '나'로 시작해, '우리'가 되어 서로의 곁에 머뭅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것 같은 날에는

새로운 시작보다 먼저 잠깐의 멈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너무 지쳐 힘든 날, 지친 마음 가운데 나를 돌아보고 싶은 날, 

조용히 읽어보기 좋은 다정한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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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외딴섬
이세진 지음 / 한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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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 일주일, 죽어야 나갈 수 있는 섬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나‘ 그리고 ‘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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