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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외딴섬
이세진 지음 / 한끼 / 2026년 7월
평점 :
서평단 지원 도서

"제발 내일은 오늘 같지 않게 해 주세요."
그렇게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쓰러지듯 잠이 든 이들이 있습니다.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다섯 명의 이들.
그런데, 다섯 사람이 눈을 뜬 곳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장소와는 아주 다른 곳입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당장 오늘 출근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리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낯선 곳에서 전혀 모르는 이들과 함께 있는 이 상황 자체도 적응이 되지 않는데,
더 큰 문제는 이 섬을 나가는 방법입니다.
일주일이 흐르거나 손님 중 한 분이 죽으면 퇴소할 수 있어요.
서두를 것 없으니 어떻게 살아갈지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제발 내일은 오늘과 다르기를 바라며
평소처럼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낯선 섬의 저택에서 눈을 뜹니다.
그곳에서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게다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편지에는
조금 섬뜩한 조건이 적혀 있습니다.
- 일주일이 흐르거나 손님 중 한 분이 죽으면 퇴소할 수 있어요.
일주일이란 기간,
거기에 '손님 중 한 분이 죽으면 퇴소할 수 있어요'라는 멘트.
'아니, 미스터리 장르 소설인가?'
갑작스럽고 낯선 상황 가운데 의문스러운 멘트,
당황하시며 소설의 장르를 다시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외딴섬』은 그러한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요?
서로를 모르는 다섯 사람이
낯선 이곳에 함께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살아간다는 것. 그건 살아남는 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살아남는다는 말은 다른 사람을 제치고 홀로 서야 할 때나 쓰는 말이니까.
반면에 살아간다는 말은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심지어 모르는 사람까지도 너끈히 껴안을 수 있다.
(46쪽)

뭐든 다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니까.
내 자리를 지켜 내려면 그만큼 능력을 보여 줘야 하고, 그런 인정을 쌓아서 또 더 나은 곳으로 갈 발판을 마련해야 하고.
그런데 소영 씨도 알죠? 세상은 은근히 얼렁뚱땅 굴러간다는 것.
그래서 내가 크로키를 좋아하는 것 같아. 휙휙 그은 선을 모아서 어엿한 사람 모양을 갖춰 나가는 게 꼭 내 인생 같아서."
(58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외딴섬에 갇혀 살아간다.
내 마음을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외로움을 안고, 각자의 파도에 흔들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붓을 들어 내면의 풍경을 밖으로 꺼내 놓는 순간,
그리고 누군가가 그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봐 주는 순간,
섬과 섬 사이에는 다리가 놓인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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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풍경을 그리는 동시에 서로에게 닿으려는 간절함을 그려 내는지도 모른다고.
당신의 섬에 닿고 싶어서, 나의 섬으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어서,
우리는 그렇게 서툰 붓질을 멈추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136쪽)

- 책을 읽고,
처음에는 “죽어야 나갈 수 있는 섬”이라는 설정 때문에 긴장하면서 보았는데,
이곳에서 다섯 사람이 하는 일은 서로를 의심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낯선 상황 가운데 현실적인 고민이 앞서는 것에 공감이 되기도 하고,
서로 나누는 대화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인물의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같은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는 것.
그리고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거창하지 않지만 함께 하는 과정 가운데
함께이기에 가능한 회복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면 먼저 완전히 괜찮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다섯 사람은 완벽하게 회복된 뒤 섬을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힐링 소설을 읽다 보면 누군가가 따뜻한 말을 건네고,
주인공의 상처를 이해해 주고, 결국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외딴섬』은 조금 다릅니다.
여전히 각자의 상처가 있고, 해결되지 않은 현실도 여전합니다.
다만, 같은 상황 가운데 조금씩 달라지는 인물들의 과정을 읽어가게 됩니다.
여전히 고민과 현실이 있지만, 그것이 마법처럼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 때문에 지쳐 있었는지 알게 되고, 무엇이 필요한지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마법 같은 해결이 아닌,
너무 오래 버틴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소설입니다.
누구도 상대방의 인생을 대신하려 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고민에 대해 명확한 정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저 '나'로 시작해, '우리'가 되어 서로의 곁에 머뭅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것 같은 날에는
새로운 시작보다 먼저 잠깐의 멈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지쳐 힘든 날, 지친 마음 가운데 나를 돌아보고 싶은 날,
조용히 읽어보기 좋은 다정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