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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전선영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6월
평점 :
공부란 것이 그렇다. 해도해도 끝이 없다. 공부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쩌면 내면의 성숙 밖에는 없다. 내면의 성숙. 그것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지만 성숙을 위한 성숙은 우리의 삶을 헤칠 뿐이고 상처 입힐 뿐이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느 특정한 노동을 하며 주변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우리의 짧은 인생을 그렇게 보내는 것이다. 즉, 시니컬하게 이야기 하자면 공부는 자신의 내면의 성숙 외에는 어떠한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아! 내면의 성숙 또한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저자 전선영 씨는 가방끈이 길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가방끈이 길다는 것은 좋은 의미다. 대학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사람은 나름 좋은 대접을 받는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 혹은 부러움을 받는 분야가 대학 교수 아닌가. 그들의 노동은 일반 노동자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사회에 미치는 파장부터 시작해, 그들이 하는 행위 자체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어쨌든 학문의 공간이라는 아우라를 대학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나 또한 저자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대학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불안하지 않다. 하지만 저자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대학에만 있어서 사회와는 점점 멀어져 갔던 자신을 발견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사회와 멀어진다는 것은 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다이나믹한 것들과 괴리되고, 일반인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가방끈 사회 그리고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책을 읽는 동안 재미있었던 점이 하나 있다. 저자의 에피소드 하나하나하에 단순한 공감이 아니라 감정 이입이 됐다. 대학을 그리고 공부를 저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삶에 대한 고민까지. 저자에게서 나 자신을 봤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자와는 다소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나 또한 가방끈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적어도 학벌 그리고 학력이 한국 사회에서 가방끈이란 것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데,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사회에 나와서 이와 같은 생각을 깼으나, 저자는 그 안에서 깨트린 것 같다. 그것 하나가 저자와 나의 다른점이 아닐까.
아마 이 책을 가장 필요로 할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들어가려 할 사람들 즉 고3 혹은 재수생이 아닐까. 물론 대학생 또한 포함될 수도 있겠다. 자신의 공부의 목적도 모른채 시키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공부에 끌려다니기만 인생을 살았지 않은가.
이 점에 있어서는 현재 내가 하는 공부가 정말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좋은 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