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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라는 무기 - 속도와 경쟁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나무생각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그것은 분명히 어지럼증이었다. 스마트폰을 들기 전까지 나는 아무런 증세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혹은 유튜브로 들어가 원하는 콘텐츠가 나올 때까지 검색을 하고, 스크롤을 아래로 내릴 때마다 왠지 모를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그건 어찌보면 어렷을 적 차를 못 탈 때나 느꼈던 어지럼증이며 멀미였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유튜브에서 나온 뒤, 눈을 한번 질근 감았다. 어지럼증이 사라졌다. 다시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에 들어가 스크롤 바를 아래로 내려보니 똑같은 멀미가 났다. 내가 SNS에 중독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며 필요한 것은 고독과 공부였다. 그리고 그 공부를 하는데 가장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였다. 모르는 정보가 있으면 유튜브를 통해서 대부분 동영상 콘텐츠로 공부를 했다. 작문 글을 쓰다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재잘거리는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는 좋은 글감이 있거나 반드시 한번 읽어봐야 하는 글을 놓치기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하나의 창고이기도 했다. 어찌보면 나의 공부란 것은 SNS를 떼어놓고는 불가능 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 됐다.
고독이 유지되는 순간은 짧았다. 원래 2시간 공부를 하면 30분 글을 썼다. 그리고 글을 쓰신 시간은 고독한 상태에서 공부한 내용을 잘 정리하는 식이 반복됐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공부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 자연스러운 패턴이 반복되는 동안 나의 삶에서 고독. 즉,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서 달구어진 스마트폰의 열기에 의해 증발되다시피 날아갔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중히 여기지는 않았다. 아마 중히 여기지 않은 이유는 정확히 고독이라는 것을 희생하는 동안 내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고독이라는 무기> 서평단을 신청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으나, 이 사람이 그것의 중요성을 생각지 못하고 계속해서 낭비를 한다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고독이 내 삶에서 없어진 다는 건 바로 그런 이미다. 고독이 없어짐으로 인해서 무엇을 잃는지 내 머릿속에서는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었기에 나는 순순히 증발되는 고독들을 그저 지켜만 봤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고독이 왜 나의 삶의 일부이며, 어떠한 측면에서 생산적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처럼 ‘무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독은 적어도 내 삶을 지탱해주는 방패 정도는 되지 않을까. 혹은 기둥!
Ps. 나는 적어도 이 글을 쓰는 1시간 동안. 그리고 이 책을 읽는 4시간 동안. 고독이라는 것의 진면목을 탐닉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