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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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날씨를바꾼다

이상적이고 현학적으로만 보이는 철학, 예술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조목조목 반증하는 문장들, 이것들이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 먹고 사는 데 소모되어 몸도 마음도 허물어질 때, 먹고 사는 것들과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의 문장과 작품이 위로가 되는 이유, 아름다우나 무용해서 유약해 보이기만 한 것들이 어떻게 나를 키우고 지키는 지를 책은 다양한 주제와 예시로 보여준다. 신선한 재료들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소개하는 레시피처럼.

무엇보다 책이 인용하는 레퍼런스가 어마어마한데, 이 많은 책과 작품을 일상의 다양한 화두와 연결하는 저자의 통찰력이란 읽고 보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영감이고 자극일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 벤야민, 헤겔, 토마스 만, 쥐스킨트, 보들레르, 호메로스, 쿤데라 (반갑), 심지어 하루키까지. 일단 더 읽어야지. 기갈 든 사람처럼 읽고 또 읽어야지 다짐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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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의 도서관
앤드루 랭.오스틴 돕슨 지음, 지여울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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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냥꾼의도서관

소위 책의 황금기라 불리던 19세기 말~20세기 초 책에 미친 자들이 그야말로 광적으로 책을 모으고 다듬는 이야기, 장서가 꿈나무는 가슴이 몹시도 뛰었다는 것. 시대 감안해서 읽어야 하는 불편한 지점이 살짝 있으나, 책에 미친 자들은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포인트들이 너무 많았고. 빵빵 터지며 단숨에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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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라는 세계 -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정지섭 지음 / 사이드웨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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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에 출산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맘카페’는 신문에서나 보는 단어라 생각했는데, 최근 출산 육아 중인 여러 지인을 통해 그 파워(?) 를 자주 간접경험하며 그 세계가 퍽 궁금하던 차였다. 매일 자리를 바꿔 가며 판매하는 푸드 트럭의 위치가 궁금할 때 그 지역 맘카페에 간단히 문의하면 3초만에 그 트럭의 위치가 댓글로 달린다고도 하고, 맘카페 운영자가 자신의 가게에 방문했다며 긴장 혹은 반색하던 지인도 있었다. 마침 최근 내게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가 둘 생겼고. 생애 처음으로 유아 동반 가능하고 유아차 이동이 가능한 장소를 검색하거나, 조카 선물을 고르며 어떤 제품과 브랜드이 좋을 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전체공개 된 몇몇의 맘카페 글들을 접하곤 했는데, 시의적절하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맘카페의 구성과 운용 방식 등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여러 방면에서 우리 사회의 선의와 모순을 동시에 보여주는 집단임은 분명한 듯하다. 다만 어디 물어볼 데 없고 긴박한 상황에서 십시일반하여 서로를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커뮤니티가 시간을 거듭하여 쌓인 관계와 정보를 통해 일종의 세력이 되고, 이를 이용하려는 또 다른 권력을 만나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는 현상은 맘카페가 아니라 여타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동일하게 보이는 현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성에 대한 사회의 양가 반응 (숭배와 혐오) 이 맘카페에서의 현상을 조금 더 부각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 환상 (무결하고 희생적이며 자비롭고 이타적이어야 한다는) 이 만들어 낸 혐오는 오랜 문화와 사상의 힘을 받아 여타의 혐오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하고 견고한 듯하다. 혐오의 대상자들은 앞서 언급한 동일한 사유로 윤리적 부채감까지 떠안으면서 척박한 육아 과정을 견뎌야 했을 것이고. 그래서 되려 맘카페에서의 연대와 공감이 절실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부정적인 면면까지 미화하고 옹호할 수는 없다. 다만 둥글고 너그럽되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집단이 되진 말았으면 좋겠고, 반대로 잘못이 집단 전체의 혐오로 이어지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어느 한 쪽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아득한 마음이 들지만, 책은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었던 것 같다. 답답하거나 억울하더라도 끝까지 집요하게 설명하고 질문을 던져보자고. 이런 논쟁을 피하지 말자고.

나와는 크게 상관없다 싶어도 읽어보면 다 내 친구 내 동료들의 이야기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다시 한번 자각하는 계기가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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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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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재다능하고 따뜻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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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아가씨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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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하고 가난하게 살아온 크리스티네. 그는 시간이 멈춘 듯한 우체국에서 일을 한다. 하루종일 고되게 일을 하고 퇴근 후 침대 외에는 앉을 자리조차 없는 집에서 해진 옷을 기우는 삶이다. 그런 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망명해 부자가 된 수상쩍은 이모의 갑작스런 초대를 받고, 잠시 호화로운 휴가를 보내게 된다. 처음엔 차림새에 주눅이 들어 호텔 직원 앞에서 고개도 못 들었던 그는 이모의 도움으로 차려입은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다만, 반짝이는 순간에도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더니 결국 과거가 들통날까봐 겁이 난 이모까지 합세하여 그를 현실로 서둘러 돌려보내고. 크리스티네의 절망감은 문제의 그 휴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보다 훨씬 짙어진다. 이전까지는 단순한 무력감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분노까지 가세한, 숨겨지지 않는 절망감이다. 어둠 속에 있다가 갑자기 환한 빛을 보고 눈이 먼 사람같다.

전후 유럽의 빈부격차, 차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 있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 간극을 오고가는 크리스티네는 절대적 빈곤이 어떻게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지, 상대적 박탈감이 인간을 어떻게 불행하게 만드는 지 두 가지를 모두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나치를 피해 망명한 남미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후, 유고 더미에서 나온 소설이라고 한다. 글을 빠르게 쓰기로 유명한 그가 가장 오랜 기간 쓴 작품이라는데, 읽어보니 이 작품은 미완의 상태인 것이 분명해보인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죽기로 결심했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일생일대의 위험한 도전을 감행하기로 결심한 크리스티네는 결국 성공해서 이모처럼 살게 되었을까. 그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이 소설을 해피앤딩으로 끝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책을 덮고 나서도 두 가지의 아쉬움 때문에 한참 마음이 저릿했다.

“여자가 막연하게 느끼던 것들을 남자는 아주 명료하게 설명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빼앗고 싶지는 않다고, 단지 내 권리를 찾고 내 인생을 살고 싶을 뿐이라고. 다른 이들이 따뜻한 방 안에 있는 동안 추운 바깥에서 눈 속에 발을 파묻고 서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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