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라는 세계 - 엄마들이 모인 공간은 정녕 '마녀들의 소굴'인가
정지섭 지음 / 사이드웨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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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에 출산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맘카페’는 신문에서나 보는 단어라 생각했는데, 최근 출산 육아 중인 여러 지인을 통해 그 파워(?) 를 자주 간접경험하며 그 세계가 퍽 궁금하던 차였다. 매일 자리를 바꿔 가며 판매하는 푸드 트럭의 위치가 궁금할 때 그 지역 맘카페에 간단히 문의하면 3초만에 그 트럭의 위치가 댓글로 달린다고도 하고, 맘카페 운영자가 자신의 가게에 방문했다며 긴장 혹은 반색하던 지인도 있었다. 마침 최근 내게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가 둘 생겼고. 생애 처음으로 유아 동반 가능하고 유아차 이동이 가능한 장소를 검색하거나, 조카 선물을 고르며 어떤 제품과 브랜드이 좋을 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전체공개 된 몇몇의 맘카페 글들을 접하곤 했는데, 시의적절하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맘카페의 구성과 운용 방식 등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여러 방면에서 우리 사회의 선의와 모순을 동시에 보여주는 집단임은 분명한 듯하다. 다만 어디 물어볼 데 없고 긴박한 상황에서 십시일반하여 서로를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커뮤니티가 시간을 거듭하여 쌓인 관계와 정보를 통해 일종의 세력이 되고, 이를 이용하려는 또 다른 권력을 만나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는 현상은 맘카페가 아니라 여타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동일하게 보이는 현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성에 대한 사회의 양가 반응 (숭배와 혐오) 이 맘카페에서의 현상을 조금 더 부각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 환상 (무결하고 희생적이며 자비롭고 이타적이어야 한다는) 이 만들어 낸 혐오는 오랜 문화와 사상의 힘을 받아 여타의 혐오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하고 견고한 듯하다. 혐오의 대상자들은 앞서 언급한 동일한 사유로 윤리적 부채감까지 떠안으면서 척박한 육아 과정을 견뎌야 했을 것이고. 그래서 되려 맘카페에서의 연대와 공감이 절실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부정적인 면면까지 미화하고 옹호할 수는 없다. 다만 둥글고 너그럽되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집단이 되진 말았으면 좋겠고, 반대로 잘못이 집단 전체의 혐오로 이어지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어느 한 쪽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아득한 마음이 들지만, 책은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었던 것 같다. 답답하거나 억울하더라도 끝까지 집요하게 설명하고 질문을 던져보자고. 이런 논쟁을 피하지 말자고.

나와는 크게 상관없다 싶어도 읽어보면 다 내 친구 내 동료들의 이야기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다시 한번 자각하는 계기가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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