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 - 아름다운 행성 지구별 여행을 마치며
틱낫한.찬콩.진헌 지음, 정윤희 옮김 / 센시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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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간결한 글로 삶의 지혜와 평화의 가르침을 전하는 틱낫한 스님이 2022년 올해 1월 96세의 나이로 떠났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틱낫한 스님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분이 아닐까 싶다. 난 명상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스님의 저서를 조금씩 읽어왔는데 늘 안개가 걷히듯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고인의 유작으로 80년 가까이 승려의 삶을 살며 자신이 주창한 마음다함의 수련법을, 평화 및 사회적 정의를 위한 행동과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담겨있다. 이를 그의 제자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개인의 운명 나아가 이 지구의 운명은 모두 하나의 마음에서 비롯됨을 전해준다.











틱낫한 스님에 대하여

Thich Nhat Hanh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틱낫한 스님은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하며, 불교사상의 사회적 실천과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기본 정신으로 참여 불교를 주창하며 다양한 사회 운동을 펼쳤다.



이후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전 세계를 돌며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했고 이로 인해 베트남 정권으로부터 귀국 금지 조치를 당한 후 1973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후 명상 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세우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다함(mindfulness)' 수련을 통한 평화와 명상의 가르침을 세계에 전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화해》 《화》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를 비롯해 100여 권을 책을 집필하며 배운 걸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하든 실행에 옮겨야 함을 강조하며 일생 동안 언행일치의 삶을 몸소 보여주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이자 선불교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상처 입은 지구와 인류를 위한

틱낫한의 마지막 명상






우리는 지금 생태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 불평등의 심화, 자원 고갈과 노동의 착취, 인종 갈등을 비롯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가 첨예하고 부딪히는 교차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긍정의 마음으로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이건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와 같은 위기에 맞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명료함과 연민의 마음, 그리고 위기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명상을 열심히 수련하는 것만이 현재의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묘약은 아니다. 다만 이 방법을 통해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게 현실 직시. 고통스럽더라도 현실을 우선 마주해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은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르게 하고 현재의 상황을 더 깊이 살피면 자신과 세상을 더욱 명확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명확성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우리는 상황을 변화시키고 더불어 모든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살기에 바쁜데 지구 걱정할 때인가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모든 건 연결되어 있기에 공생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다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나와 지구를 위한 이정표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르침


틱낫한 스님은 실용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윤리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연민 어린 마음과 사물을 꿰뚫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에 대한 가르침이 담겨 있었다. 또한 우리에게 두려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것을 향해 도전해 나갈 용기를 전해준다.



지구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고 우리를 사랑한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곱씹어 보니 정말 그랬다.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 그 꽃을 보고 인지했기에 가능한 일. 매 순간 깨어있다면 길가에 핀 꽃, 나무,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모두 선물이었다.



매일 매 순간 받는 선물들에 감사함을 느끼고 그에 응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의 고요함을 찾는 일이었다. 난 명상에 관심이 많아 매일 꾸준히 시도하지만 아직도 온전히 그 효과를 체험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스님들도 역시 번잡한 마음에 괴로워 답답해하기도 때론 울기도 한다는 말씀에 위안이 되었다.



지구상에 함께하고 있는 만물에 감사하고 깨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하는 일 그것이 나와 지구를 위한 일이었다. 환경 파괴 문제는 많이 진행되어 이제는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개인부터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을 이어나가다면 아직 기회가 있지 않을까







행동은 생각에서 나오고 그 생각을 바꾸려면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 스님은 이를 명상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 깨달음은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나설 때, 또 우리를 주춤거리게 하는 오랜 습관을 바꾸려 할 때, 그 모든 순간에 진정한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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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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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은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풍부하다. 위대한 음악, 미술, 시를 비롯한 예술의 세계를 창조했고, 한낱 수학 공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하고 복잡한 사회와 문화와 제국을 건설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낸 인간은 어디에서 온 걸까?



인생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종교에, 어떤 사람은 이데올로기에, 어떤 사람은 신념 체계에 의지한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우주에 대한 모든 '왜'와 '어떻게'를 알고자 한다면, 물리학이야말로 실재의 진정한 이해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비전공자가 보기에 물리학은 이름만으로도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비록 알칼릴리처럼 물리학과 사랑에 빠질 수는 없을지라도 그의 친절하고 사려깊은 설명을 통해 그가 왜 물리학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물리학의 매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진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미지의 존재에 빛을 비춘다'라는 표현은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이론과 모형을 구축하고 실험을 설계해 세상의 작동 방식을 검증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비유이다. 물리학에서 새로운 개념을 찾아 나서는 연구자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빛을 비추는 가로등 주변을 살피는 사람과 어둠 속을 뒤지는 사람. 가로등 주변을 살피는 연구자는 안전하게 검증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한다. 이들은 급격한 혁명 대신 진화를 선택하는 경우이다. 반면 어둠 속을 뒤지는 연구자는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제대로 짚기만 하면 물리학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어느 유형이라도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었지만 세상의 진보는 이런 끊임없는 탐구 자세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새로운 이론이 발견되고 그에 대한 검등이 이루어지만 또 다른 새로운 진리를 찾아 나서는 그들의 자세. 이것이 바로 우리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현대 물리학을 이끄는 세 기둥


물리학이 하는 일은 세상의 구성 물질을 분류하고 그를 통해 우리 눈에 보이는 자연현상을 올바르게 설명하며 그 설명을 뒷받침할 근본 원리와 메커니즘을 찾아내는 것이다. 당시엔 진리라 여겨지는 것도 새로운 이론이 발견되고 검증이 이루어지면 기존 이론은 뒤집듯 바로 도태된다.


그렇게 부침을 겪는 여정을 통해 살아남아 현대 물리학의 주류를 이루는 이론은 현대에 가장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특수일반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주류가 된 양자역학, 카오스와 엔트로피의 이해를 돕는 열역학이론이다.


우주를 비롯한 인간 세상의 메커니즘을 지탱하는 이 이론들은 나의 인식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이해가 필요했기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주고 있기에 경외심이 들기도 했다.



과학 이론은 현재까지의 최선의 추측일 뿐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퀴리 부인,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에르빈 슈뢰딩거 등 인류 중 천재라고 칭할만한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참석이 29명 중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이다.


개인적으로 관심분야인 양자역학에 대한 견해를 둘러싸고 한판 전쟁이 이루어진 이 회의에서 닐스 보어를 시작으로 코펜하겐 학파의 하이젠베르크와 막스 보른은 양자역학이 확립됐고, 자신들의 이론이 완벽함을 주장했다.


반대의 입장에 있던 고전역학의 대표 아인슈타인은 그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다가 결국 분노하여 하나씩 반박하지만 상대편의 막강한 대응으로 그 논쟁에서 아인슈타인은 지고 만다. 그날부터 3년간 절치부심한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무너뜨릴 만한 정교한 실험을 만들어 다음 회의 때 공개한다.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아인슈타인은 결국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불확정성의 논리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렇게 성립된 양자역학은 현대 물리학의 기반이 되었고 오늘날 컴퓨터, 반도체를 비롯한 수많은 첨단 기술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우리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 이유


우리의 일상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수백만 가지 서로 다른 물질은 그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원자의 개념에서 바라보면 우리 몸을 비롯해 태양, 달, 별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100가지 종류도 안되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봄으로써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사랑하는 이 세상을 점점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수많은 질문 덕분이었다. 질문을 통한 답을 구하고 그 이해에서 오는 경외감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는 과정.


비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이 반복되는 행동이 개인의 성장을 가져왔고 그것은 결국 인류를 진보하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되어준 게 아닐까 싶었다. 표현력의 한계로 동어 반복의 문장을 쓴 것 같아 아쉽지만 물리학의 매력이 무엇인지 왜 그들처럼 행동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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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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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어."


수상한 중고서점 中



손때 묻고 상처받은 물건도 반짝반짝 새것이 되는 곳 가사사기 중고상점. 도심 변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 작은 중고상점은 올해로 개업한 지 2년이 되었다. 그리고 적자도 2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중고 물건과 잡동사니로 발 디딜 틈 없는 상점 내부에서는 의뢰인이 찾는 물건은 물론이고 그들이 남모르게 간직했던 사연까지 해결해 주고 있다. 수상하지만 따뜻한 추리소설이었다.



미대 출신에 낡은 물건도 새것처럼 바꾸는 능력을 지녔지만 장사 수완이 제로에 가까운 히구라시. 그리고 사장이지만 가게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고 각종 사건에 휘말려 엉뚱한 추리를 늘어놓기를 즐기는 가사사기. 우연한 계기로 늘 방앗간 들르듯 하는 중학생 미나미.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봄> "깡패 같은 땡중 같으니라고·····."

<여름> "탐욕스러운 땡중 같으니라고·····."

<가을> "매정하기 짝이 없는 땡중 같으니라고·····."


신기하게도 매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 가사사기와 함께 일하는 히구라시는 근처 오호지의 주지 스님에게 분기별로 방문을 요청받는다.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야 할 법한 고물을 매번 터무니없는 가격을 주고 반강제로 매입해오고 있다.


마치 데자뷔처럼 똑같은 상황으로 시작하여 계절별로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에 대한 대처 역시 각각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같은 방식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등장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수단은 누군가를 위한 거짓말. 소위 하얀 거짓말이었다.


일어난 사건으로 상처받을 당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상대에게 행복한 이야기를 선물하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그 마음이 예뻐 보였고 나에게까지 그 온기가 전해졌다.


<겨울> "스님·····."


사랑스러운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처럼 그동안은 흉보던 땡중은 사라지고 스님에게 고마운 마음만 남았다. 현실에서의 관계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때로 오해하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고 상처가 있다는 것. 그렇기에 호구처럼 보이는 히구라시일지라도 그의 노력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을 읽을 땐 늘 등장인물 관계도를 그려보고 마음에 드는 대사도 메모하며 읽는데 이 책에서는 한 마디만 계속 떠올랐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어."


동화 속 이야기 같을지라도 이런 마음으로 계속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때로 행복하지 않을 때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미스터리계에 느닷없이 나타난 천재'라는 찬사를 받는 미치오 슈스케의 기존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지만 그래서 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리 소설이라는 형식을 차용하여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희로애락이라는 가사를 트릭이라는 멜로디에 얹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한 편의 이야기를 선물해 주는 슈스케 덕에 추리 소설 장르에 좀 더 친근함을 느꼈고 앞으로 좀 더 자주 접하면서 이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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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 어느 내향인의 집 나간 외향성을 찾아서
제시카 팬 지음, 조경실 옮김 / 부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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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순수하게 외향적인 사람이나

순수하게 내향적인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정신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칼 융(Karl Jung)


복잡하고도 심오한 존재인 인간을 단순화하여 설명한다는 게 어불성설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구분 지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가령 대세로 떠오른 MBTI 검사에서는 사람은 E(외향)와 I(내향)으로 나누고 거기에 맞추어 난 원래 그랬구나 하며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기도 한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런 도구에 의존한다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여하튼 세상에서는 인간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는 외향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을 노출하는 일이 좀 더 많기에 그들이 내향인에 비해 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식당에서는 꼭 구석자리를 찾아 앉는 사람, 어느 모임에 가면 누가 말을 걸까 봐 눈을 굴리며 딴청 피우기, 여러 사람이 쳐다보면 말을 하다가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 어쩔 수 없이 약속했지만 시간이 약속 날짜가 다가오면 갖은 핑계를 대며 약속 취소하기 등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표적인 내향인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제시카는 여기에 더해 스물두 번째 생일날 대학 친구들이 몰래 깜짝파티를 열어주었을 때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녀가 감동받아 우는 줄 알았지만 제시카에겐 이 상황이 공포로 다가왔고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얼른 모인 사람들이 흩어지고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이토록 극심하게 내향적인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관계에서 늘 수동적이었던 자신의 삶에 후회만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외향인의 생활이 지옥처럼 느껴졌음에도 딱 1년간 '외향인으로 살기'에 도전한다.






스스로에게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그걸 핑계로 세상을 외면하며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며 제시카는 자신이 놓친 게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정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던 경력, 새롭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 만나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친구, 일일이 작은 것까지 계획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셀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까지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시도하든 밑져야 본전이었기에 그녀는 외향인이 되기 위해 자문을 구한다. 심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심리학 교수 등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실행하기로 하는데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방법 같기도 했지만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따라 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중 제시카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일명 노출 치료. 이는 관계 불안을 겪는 사람들에게 거절당할 게 분명한 최악의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심리 치료방법이다. 교수의 지침에 따라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아무나 붙잡고 "영국에 여왕이 있나요? 있다면 이름이 뭐죠?"를 묻는다.


황당한 질문 같지만 사람들은 제시카가 겁먹었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붙잡고 영국 여왕이 누구냐 물어도, 지하철에서 불쑥 재킷 어디서 샀냐고 말을 걸어도 아무도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한 이는 없었다. (현 영국 여왕이 빅토리아라고 대답하는 상식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많았다 ㅎㅎ)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제시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과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다만 '누구도 먼저 손을 흔들진 않아요. 하지만 상대방이 손을 흔들면 모두가 손을 흔들어요.' 즉 내가 먼저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것을 시작으로 앱을 통해 알게 된 이와 오프라인 만남 갖기, 사교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가기, 몰랐던 집 주변 이웃들과 사귀기, 무계획으로 여행 떠나기를 비롯해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기도 하고 심지어 스탠딩 코미디를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제시카는 의미 있는 관계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지 진지한 대화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건지 그리고 그를 통해 진정한 관계는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경험하고 느낀 점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이다. 그저 살면서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는 것들이었고 그렇지만 이런 일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질문하지 않고, 횡설수설하고,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도중에 끼어들고 혹은 질문만 해대며 자기 얘기는 하지 않는 사람..


나 역시 이럴 때도 있었고 이런 상대를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마음으로 느껴졌지만 시답잖은 농담 일색에 질색하게 된 최근의 경험을 통해 의미 있는 관계는 적절한 타이밍에 진심을 다해 소통해야만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칼 융이 말했듯 하나의 잣대로 사람을 내향인과 외향인으로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는 없다. 난 오래도록 스스로가 외향적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고 최근 들어 자꾸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를 통해 내 안에도 외향과 내향의 성향이 골고루 자리 잡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기에 어떤 성향이 더 많이 발현된 사람 일지어도 결국은 상호보완이 필요하다는 것과 성격은 행동의 결과이기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스스로 느끼기에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불쑥 떠오른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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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국내여행 가이드북 - 2223개 스팟을 담은, 모바일시대 소장하면 좋은 여행지도를 담은 우리나라 전국 여행 바이블, 2022-2023 개정증보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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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움츠러든 날개를 펴듯 서서히 여행 준비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개인 방역은 중요하다는 거)


여행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일까요?


바로 여행을 떠날 그날을 기약하며

어디를 어떻게 돌아볼지 계획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설레는 여행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행 관련 서적들을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은

알고 계실 타블라라사 에이든 여행 지도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검색하면 너무 잘 나오죠

그리고 직접 다녀온 분들의 후기니

더 정확하기까지 하고요


하지만 검색을 통해서는

미리 여행지를 선택하고 그곳에 대한 정보를

전체적으로 한눈에 개괄하기에는

살짝 아쉬운 점이 있어요


그래서 가이드북을 통해

여행지를 고르고 계획이 완성되면

더 자세한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여행하면서

그때그때 검색해 보는 방식으로

여행의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가이드북을 고를 때 디자인을 보고 샀는데

활용은 못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해버리는

사례가 종종 있을 거예요


가이드북을 사는 목적은

어떻게 여행 갈지 계획하기 위해서라는 것



1. 여행지를 고르고

2. 여행지의 순서를 정하고

3. 동선에 맞는 맛집과 카페 선택

4. 최근 뜨고 있는 핫플과 사 올만한 것들 추천



이렇게 기준으로 세우고 그에 맞게 조사하기


그러면 설렘이 될 수도 있고

자칫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는

사전 계획 세우기를 간단하게 마칠 수 있어요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가볼한만 곳

먹을만한 것 & 맛집

꽃 여행지(제가 좋아하는 곳)

박물관 & 전시관

핫플레이스 & 카페

특산품이 있는 곳은 사 올만한 것까지




여행서적 특성상 어느 정도는

다른 책자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깔끔한 편집 덕분에 새로워 보였답니다.


지도와 사진이 선명했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와 트렌디한 장소를

적절히 배분하여 식상한 느낌도 배제되었고요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역사에 관심 많은

저같은 덕후들에게 아주 좋았답니다



저는 침대 옆에 두고 잠들기 전에

매일 펼쳐보고 있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제주도에 갈 생각인데

그 계획은 물론이고 제가 사는 주변

곳곳도 소풍가는 기분으로 들러보려구요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분들께

유익한 가이드북이 되어줄 에이든 지도


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펼쳐보셨음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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