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간결한 글로 삶의 지혜와 평화의 가르침을 전하는 틱낫한 스님이 2022년 올해 1월 96세의 나이로 떠났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틱낫한 스님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분이 아닐까 싶다. 난 명상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스님의 저서를 조금씩 읽어왔는데 늘 안개가 걷히듯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고인의 유작으로 80년 가까이 승려의 삶을 살며 자신이 주창한 마음다함의 수련법을, 평화 및 사회적 정의를 위한 행동과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담겨있다. 이를 그의 제자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개인의 운명 나아가 이 지구의 운명은 모두 하나의 마음에서 비롯됨을 전해준다.
틱낫한 스님에 대하여
Thich Nhat Hanh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틱낫한 스님은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하며, 불교사상의 사회적 실천과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기본 정신으로 참여 불교를 주창하며 다양한 사회 운동을 펼쳤다.
이후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전 세계를 돌며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했고 이로 인해 베트남 정권으로부터 귀국 금지 조치를 당한 후 1973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후 명상 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세우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다함(mindfulness)' 수련을 통한 평화와 명상의 가르침을 세계에 전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화해》 《화》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를 비롯해 100여 권을 책을 집필하며 배운 걸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하든 실행에 옮겨야 함을 강조하며 일생 동안 언행일치의 삶을 몸소 보여주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이자 선불교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상처 입은 지구와 인류를 위한
틱낫한의 마지막 명상
우리는 지금 생태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 불평등의 심화, 자원 고갈과 노동의 착취, 인종 갈등을 비롯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가 첨예하고 부딪히는 교차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긍정의 마음으로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이건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와 같은 위기에 맞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명료함과 연민의 마음, 그리고 위기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명상을 열심히 수련하는 것만이 현재의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묘약은 아니다. 다만 이 방법을 통해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게 현실 직시. 고통스럽더라도 현실을 우선 마주해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은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르게 하고 현재의 상황을 더 깊이 살피면 자신과 세상을 더욱 명확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명확성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우리는 상황을 변화시키고 더불어 모든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살기에 바쁜데 지구 걱정할 때인가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모든 건 연결되어 있기에 공생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다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