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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평점 :

인간의 조건은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풍부하다. 위대한 음악, 미술, 시를 비롯한 예술의 세계를 창조했고, 한낱 수학 공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하고 복잡한 사회와 문화와 제국을 건설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낸 인간은 어디에서 온 걸까?
인생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종교에, 어떤 사람은 이데올로기에, 어떤 사람은 신념 체계에 의지한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우주에 대한 모든 '왜'와 '어떻게'를 알고자 한다면, 물리학이야말로 실재의 진정한 이해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비전공자가 보기에 물리학은 이름만으로도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비록 알칼릴리처럼 물리학과 사랑에 빠질 수는 없을지라도 그의 친절하고 사려깊은 설명을 통해 그가 왜 물리학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물리학의 매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진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미지의 존재에 빛을 비춘다'라는 표현은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이론과 모형을 구축하고 실험을 설계해 세상의 작동 방식을 검증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비유이다. 물리학에서 새로운 개념을 찾아 나서는 연구자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빛을 비추는 가로등 주변을 살피는 사람과 어둠 속을 뒤지는 사람. 가로등 주변을 살피는 연구자는 안전하게 검증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한다. 이들은 급격한 혁명 대신 진화를 선택하는 경우이다. 반면 어둠 속을 뒤지는 연구자는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제대로 짚기만 하면 물리학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어느 유형이라도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었지만 세상의 진보는 이런 끊임없는 탐구 자세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새로운 이론이 발견되고 그에 대한 검등이 이루어지만 또 다른 새로운 진리를 찾아 나서는 그들의 자세. 이것이 바로 우리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현대 물리학을 이끄는 세 기둥
물리학이 하는 일은 세상의 구성 물질을 분류하고 그를 통해 우리 눈에 보이는 자연현상을 올바르게 설명하며 그 설명을 뒷받침할 근본 원리와 메커니즘을 찾아내는 것이다. 당시엔 진리라 여겨지는 것도 새로운 이론이 발견되고 검증이 이루어지면 기존 이론은 뒤집듯 바로 도태된다.
그렇게 부침을 겪는 여정을 통해 살아남아 현대 물리학의 주류를 이루는 이론은 현대에 가장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특수일반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주류가 된 양자역학, 카오스와 엔트로피의 이해를 돕는 열역학이론이다.
우주를 비롯한 인간 세상의 메커니즘을 지탱하는 이 이론들은 나의 인식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이해가 필요했기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주고 있기에 경외심이 들기도 했다.

과학 이론은 현재까지의 최선의 추측일 뿐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퀴리 부인,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에르빈 슈뢰딩거 등 인류 중 천재라고 칭할만한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참석이 29명 중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이다.
개인적으로 관심분야인 양자역학에 대한 견해를 둘러싸고 한판 전쟁이 이루어진 이 회의에서 닐스 보어를 시작으로 코펜하겐 학파의 하이젠베르크와 막스 보른은 양자역학이 확립됐고, 자신들의 이론이 완벽함을 주장했다.
반대의 입장에 있던 고전역학의 대표 아인슈타인은 그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다가 결국 분노하여 하나씩 반박하지만 상대편의 막강한 대응으로 그 논쟁에서 아인슈타인은 지고 만다. 그날부터 3년간 절치부심한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무너뜨릴 만한 정교한 실험을 만들어 다음 회의 때 공개한다.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아인슈타인은 결국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불확정성의 논리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렇게 성립된 양자역학은 현대 물리학의 기반이 되었고 오늘날 컴퓨터, 반도체를 비롯한 수많은 첨단 기술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우리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 이유
우리의 일상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수백만 가지 서로 다른 물질은 그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원자의 개념에서 바라보면 우리 몸을 비롯해 태양, 달, 별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100가지 종류도 안되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봄으로써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사랑하는 이 세상을 점점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수많은 질문 덕분이었다. 질문을 통한 답을 구하고 그 이해에서 오는 경외감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는 과정.
비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이 반복되는 행동이 개인의 성장을 가져왔고 그것은 결국 인류를 진보하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되어준 게 아닐까 싶었다. 표현력의 한계로 동어 반복의 문장을 쓴 것 같아 아쉽지만 물리학의 매력이 무엇인지 왜 그들처럼 행동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