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공 -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배일동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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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 말 수 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유구한 역사를 이어 오는 동안 자랑스러운 문화를 형성했던 한민족이 서구 열강을 모방해 제국주의 침략 야욕에 불탄 일본의 식민지를 겪으면서 기존에 형성해 왔던 모든 문화유산들을 알게 모르게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시대 흐름속에 문화유산들은 하나 둘 우리들의 뇌리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몇몇 뜻있는 인사들에 의해 겨우 그 명맥만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문화유산이 식민지 고통의 원인이라도 되는 듯 외면해 버린 세월 동안 서구의 문화만 우리들의 의식속에 그 뿌리를 단단히 내려 그것이 우리 민족의 문화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K-POP으로 대변되는 한류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한민국의 연예 스타가 그 나라의 공항에 나타나면 야단법석 엄청난 소란이 일 정도다. 하지만 그들이 열광하는 한류문화가 우리의 전통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냥 그들의 문화를 그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독공]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이 책은 우리의 소리를 찾아 뒤늦게 입문해 뼈를 깍는 노력을 통해 대가의 길에 들어 선 작가의 이야기이다. 우리들이 평소 잊고 있는 우리 소리의 숨결을 들려주는 소중한 기록이다.

 현대사회는 남보다 먼저 시작하고 고지를 먼저 선점하여 위세를 부리는 풍토가 만연한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오직 열정 하나만 가지고 뒤늦게 소리의 세계에 뛰어 든 소리꾼의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고통의 과정을 묵묵히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극복해 낸 작가의 열정이 잘 드러나 있다.

 왜 독공이라고 했을까?

소리의 세계에 남들 보다 늦게 뛰어 든 작가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예술인들이 자신만의 길을 추구해야겠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자는 스승님의 그림자에 안주하고자 하고 또 스승은 제자를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 도구로 이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모습이 바람직한 예술인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자기의 길을 갈 때 전통 문화는 그 뿌리를 더 깊이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한 한류이고 세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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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
노은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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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산소를 향해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오릅니다. 어머니 돌아 가신지 10년하고도 반이 더 지난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다녔는데 해가 갈수록 몸이 더 많이 지쳐갑니다. 오늘도 여전히 햇살은 강하게 내리쬐고 발걸음은 더욱 느려지겠지요.

 어머니는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였을 것 같아 동네 머스마들 눈물깨나 흘렸겠지 그래서 할머니에게 등짝도 많이 맞았을 것 같고 왜냐고 무덤에 잔디가 이렇게 안 사는 것 보면 느낄 수 있지 매년 새 옷으로 갈아 입혀 달라는 것 같잖아 새 옷 입혀 놓으면 밖에 나가 금방 더럽혀 오고 집에 돌아와 할머니보고 새 옷으로 갈아 입혀 달라고 떼쓰는 아이처럼, 후후 언제나 산소를 향해 오를 때면 떠오르는 생각이야. 요즈음 책을 열심히 읽는데 [낯선 여행]을 읽다가 문득 어머니생각이 났어 보고도 싶고

[낯선여행] 스무살때 처음 만난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시적 긴장감을 일으키기 위한 시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숙명 같은 슬픔, 아픔, 그리움을 함께 공감하기 위한 시이다. 우리들 닫혀 있는 문의 빗장을 풀어 주기 위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시 그래서 형태가 독특한 시로 태어났다.

인간이 탄생한 이후 결코 피할 수 없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이다. 다시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그냥 기억으로만 만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아픈 사람들의 사랑을 열 일곱 편으로 나눠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 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인데 아무 일없었다는 듯 평범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다 갑자기 문득 그 사람이 떠오를때면 미치게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마음, 하고 있든 모든 일을 접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열 일곱편의 시에 잘 담겨있다. 읽는 내내 아프고, 슬프고, 그리운 마음이 녹아내린다.

한편으로 이 시들은 단순히 슬픔에 잠겨 삶을 무의미하게 허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공감하는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긍정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혼자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울고

혼자 길을 걸으며 울고

혼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어요

혼자 드라마를 보며 울고

재방송을 보면서도 울어요

혼자 커피를 마시며 울고

혼자 소주를 마시며 울어요(74~75P)-방울방울눈물님의 아픔

고속버스를 타고 오면서

내내 생각했어요.

바꾸자, 달라지자, 낯설어지자...... 구요

방울방울 대신 보송보송

눈물대신 미소

그래서 보송보송 미소가 되었어요.

이제부터 저는 미소랍니다.

보송보송 미소라고 불러주세요.(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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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칼 - 소설 동성왕
김현빈 지음 / 주류성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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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거기에 백제가 있었을까? 아주 오래 전에 존재했던 나라의 역사를 밝힌다는 것은 수 많은 고통과 괴로움, 외로움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자료가 충분히 존재하고 있다면 그 작업은 즐거운 고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고대사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남아있는 자료의 부족은 예외로 하더라도 수 없이 많은 왜곡과의 싸움이다. 때로는 명예훼손으로 검찰의 조사도 받아야 하고 얼치기 민족주의자(국수주의자)라는 말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 고대사의 왜곡은 과거 사대주의 사관을 한 축으로, 일제 36년 식민지 시절에 형성되고 아직도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식민사관, 이렇게 두 축으로 왜곡되어 진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조선과 백제역사의 왜곡은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남아 있는 자료의 부족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작업은 온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져도 요원한 일일 것인데,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동성왕 백제의 칼]은 고구려 광개토태왕시절 축척된 힘을 이어 받은 장수왕의 남진 정책으로 백제의 개로왕이 전사하고, 한편으로 백제귀족들의 잦은 반란으로 국운이 기울어 가는 시기에 백제 중흥의 기틀을 다진 동성왕 모대의 이야기이다. 보통 삼국시대 정복군주를 생각하면 모두들 고구려 광개토태왕이라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백제의 동성왕 또한 정복군주로 백제의 위상을 높인 빼놓을 수 없는 왕이다. 안으로는 해씨와 진씨로 대변되는 귀족세력을 효과적으로 누르고 외부로는 신라와 동맹을 맺어 남진하는 고구려를 저지하고 남제와 수교를 맺고 북위로부터 요서를 효과적으로 방어해 내어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왕권을 굳건하게 지켜낸 뛰어난 군주임을 알 수가 있다.

 성경에 보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많은 돈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존재라면 어떠할까? 동성왕 모대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진로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살려주는 은혜를 베푼다.

 얼룩진 피를 피로 씻고 또 그것을 피로써….

그것이 이 나라의 역사입니다. 어리석고 불행하고 더러운 반복(392P)

 나라 안팎으로 위기가 찾아올 때는 소통과 협력이 중요함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모대는 원수인 진로를 죽이지 않고 살려준다. 이 과정에서 자기의 절친한 벗과 결별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자기를 믿고 따르는 신하들에 대한 설득작업이 이루어 졌다면 더욱 단단한 왕국을 건설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절친한 벗 백가와의 분열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힘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 필연코 독선과 독재로 이어짐을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되돌아 볼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아 기꺼운 마음이다.

 

옛 말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이 있다.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에 기존에 있었던 비리세력들을 모두 싹 정리하고 새 판을 짜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미래의 혼란을 막는 한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광복 이후 일제식민 잔재를 청산하지 못 한 지금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면 그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어느 것이 나은 방법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비록 어린 나이지만 작가가 글을 끌고 나가는 솜씨가 좋은 것 같다. 앞으로의 글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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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소린이에게 - 사랑의 시작, 입양을 인터뷰하다
김지영 지음 / 오마이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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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함께 어울려 즐겁게 논 친구들이 있다. 졸업 후 지금까지 꾸준히 만나 어울린다. 사람들은 어릴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라고 말을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런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하나 둘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히 모임의 주제는 신변잡기에서 아이들의 건강, 공부 등으로 옮겨졌다. 친구들 중 키도 크고 기타도 잘 치는 예쁘게 생긴 친구가 있다. 자신은 이 말을 싫어하지만 우리들은 부러움을 담은 시선으로 그렇게 부른다. 이 친구도 예쁜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누구의 문제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서 모임에 나오지 않고 친구 집에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 연락을 끊고 산다. 까짓 자식 못 낳으면 어때서 정 아이를 원하면 입양해서 키우면 되지 그렇게 불만을 쏟아냈다. 물론 자기 피가 섞인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조선시대도 아니고 혈연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의 모든 소린이에게]는 입양에 관한 책이다. 친구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아이를 못 낳으면 입양해서 키우라고 무심코 말을 했는데 입양이 이렇게 힘든지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막연하게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니까 조금은 힘들 것이라 생각만 했을 뿐이다.

 부부가 처음 입양을 결심하기까지의 어려움- 아이가 잘 자라줄까? 혹시 유전병이라도 있으면, 자라면서 사고만 치면- 입양특례법의 시행으로 절차의 복잡함- 한 아이의 인생이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기에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지만 참고 견디기에는 심적 고통은 설명할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을 다 견뎌 입양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을 극복해 내는 것은 결코 부모나 아이 공히 쉽지가 않다. 이런 입양의 전 과정이 당사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들이 견딘 갈등, 고통, 편견, 좌절이 나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나이 오십이 되어가니 부끄럽게도 눈물이 흔해졌다. 여성호르몬의 증가 탓인지, 책을 읽는 내내 참기가 힘들었다. 이 책 속에 우리 사회의 민낯, 언제나 감추기에 바빴던 그런 모습이 다 드러나는 것 같다.

 핏줄이 중요하고,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이 부끄러우면서도 돌봐줄 이 하나 없는 어린 생명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사회(91P) 작가의 이 말이 비수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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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웅어, 날다 꿈꾸는 문학 4
김경옥 지음, 박지훈 그림 / 키다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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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차로 십 여분만 가면 경상북도 교육정보 센터가 있다. 도서관기능, 열람실기능도 있지만 평생교육을 위한 다양한 강좌, 모임이 개설되어있다. 이중에 동화 읽는 아버지모임이 있다. 이제까지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동화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동화를 찾아 읽는 아버지들이 많이 있고 상당수 성인 소설작가들도 동화를 창작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동화 읽는 아버지들의 모임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모임시간이 평일 오전이라 직장에 얽매인 몸으로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은빛 웅어 날다.] 오래 전에 아이들에게 도서관에서 빌려 준 기억이 났다. 당시에도 느꼈었지만 다시 읽는 지금도 마음속 울림이 작지 않았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 대부분이 그렇듯 분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양은 결코 두꺼운 소설보다 적지 않다. 양반과 평민이라는 신분을 초월한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 지구는, 자연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편리와 편안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경고도 담고 있다.

 웅어는 한강 하류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 살다. 봄철 민물에 올라와 갈대 숲에 알을 낳는다고 해서 위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 한강에는 웅어가 살지 않는다. 무분별한 개발로 물도 많이 오염되었고 알을 낳을 수 있는 갈대밭도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들은 한번 사라지면 다시 만날 수가 없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사라진 생명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금 이순간에도 사라지고 있다. [은빛 웅어 날다]는 경기도 고양지역에 전해오는 설화와 박지훈 화백의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자연과 모든 생명들과의 공생, 공존을 노래한다.

 자연을 지키고 가꾸려는 우리들의 노력이 있다면 주인공 행남과 옥련이 웅어로 다시 태어나 한강의 맑은 물살을 힘차게 헤치며 뛰어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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