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소린이에게 - 사랑의 시작, 입양을 인터뷰하다
김지영 지음 / 오마이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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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함께 어울려 즐겁게 논 친구들이 있다. 졸업 후 지금까지 꾸준히 만나 어울린다. 사람들은 어릴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라고 말을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런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하나 둘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히 모임의 주제는 신변잡기에서 아이들의 건강, 공부 등으로 옮겨졌다. 친구들 중 키도 크고 기타도 잘 치는 예쁘게 생긴 친구가 있다. 자신은 이 말을 싫어하지만 우리들은 부러움을 담은 시선으로 그렇게 부른다. 이 친구도 예쁜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누구의 문제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서 모임에 나오지 않고 친구 집에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 연락을 끊고 산다. 까짓 자식 못 낳으면 어때서 정 아이를 원하면 입양해서 키우면 되지 그렇게 불만을 쏟아냈다. 물론 자기 피가 섞인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조선시대도 아니고 혈연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의 모든 소린이에게]는 입양에 관한 책이다. 친구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아이를 못 낳으면 입양해서 키우라고 무심코 말을 했는데 입양이 이렇게 힘든지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막연하게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니까 조금은 힘들 것이라 생각만 했을 뿐이다.

 부부가 처음 입양을 결심하기까지의 어려움- 아이가 잘 자라줄까? 혹시 유전병이라도 있으면, 자라면서 사고만 치면- 입양특례법의 시행으로 절차의 복잡함- 한 아이의 인생이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기에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지만 참고 견디기에는 심적 고통은 설명할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을 다 견뎌 입양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을 극복해 내는 것은 결코 부모나 아이 공히 쉽지가 않다. 이런 입양의 전 과정이 당사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들이 견딘 갈등, 고통, 편견, 좌절이 나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나이 오십이 되어가니 부끄럽게도 눈물이 흔해졌다. 여성호르몬의 증가 탓인지, 책을 읽는 내내 참기가 힘들었다. 이 책 속에 우리 사회의 민낯, 언제나 감추기에 바빴던 그런 모습이 다 드러나는 것 같다.

 핏줄이 중요하고,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이 부끄러우면서도 돌봐줄 이 하나 없는 어린 생명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사회(91P) 작가의 이 말이 비수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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