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
노은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어머니 산소를 향해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오릅니다. 어머니 돌아 가신지 10년하고도 반이 더 지난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다녔는데 해가 갈수록 몸이 더 많이 지쳐갑니다. 오늘도 여전히 햇살은 강하게 내리쬐고 발걸음은 더욱 느려지겠지요.

 어머니는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였을 것 같아 동네 머스마들 눈물깨나 흘렸겠지 그래서 할머니에게 등짝도 많이 맞았을 것 같고 왜냐고 무덤에 잔디가 이렇게 안 사는 것 보면 느낄 수 있지 매년 새 옷으로 갈아 입혀 달라는 것 같잖아 새 옷 입혀 놓으면 밖에 나가 금방 더럽혀 오고 집에 돌아와 할머니보고 새 옷으로 갈아 입혀 달라고 떼쓰는 아이처럼, 후후 언제나 산소를 향해 오를 때면 떠오르는 생각이야. 요즈음 책을 열심히 읽는데 [낯선 여행]을 읽다가 문득 어머니생각이 났어 보고도 싶고

[낯선여행] 스무살때 처음 만난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시적 긴장감을 일으키기 위한 시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숙명 같은 슬픔, 아픔, 그리움을 함께 공감하기 위한 시이다. 우리들 닫혀 있는 문의 빗장을 풀어 주기 위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시 그래서 형태가 독특한 시로 태어났다.

인간이 탄생한 이후 결코 피할 수 없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이다. 다시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그냥 기억으로만 만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아픈 사람들의 사랑을 열 일곱 편으로 나눠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 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인데 아무 일없었다는 듯 평범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다 갑자기 문득 그 사람이 떠오를때면 미치게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마음, 하고 있든 모든 일을 접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열 일곱편의 시에 잘 담겨있다. 읽는 내내 아프고, 슬프고, 그리운 마음이 녹아내린다.

한편으로 이 시들은 단순히 슬픔에 잠겨 삶을 무의미하게 허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공감하는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긍정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혼자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울고

혼자 길을 걸으며 울고

혼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어요

혼자 드라마를 보며 울고

재방송을 보면서도 울어요

혼자 커피를 마시며 울고

혼자 소주를 마시며 울어요(74~75P)-방울방울눈물님의 아픔

고속버스를 타고 오면서

내내 생각했어요.

바꾸자, 달라지자, 낯설어지자...... 구요

방울방울 대신 보송보송

눈물대신 미소

그래서 보송보송 미소가 되었어요.

이제부터 저는 미소랍니다.

보송보송 미소라고 불러주세요.(22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