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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전문가와 강적들]
인터넷의 발달로 전문지식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지식들이 오픈되어 있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단어나 지식들이 나오면 주저 없이 검색사이트를 섭렵해 잠시 읽어 보고는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행동을 한다. 그저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물들을 껍데기만 살펴본 채 자신이 더욱 더 전문가인 것처럼...... 그래서 네이버 지식in의 터줏대감들이 초등학생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얻은 지식으로 나도 전문가만큼 똑똑하다는 자아도취에 빠진 대중들로 인해 전문지식 나아가 전문가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특히 유명세를 앞세워 자기 영역 외에서 어설픈 지식을 앞세워 활동하는 연예인과 전문가(?)들로 인해 더욱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톰 니콜스가 말하는 강적은 진짜 강적이라서 강적이 아니라 무지몽매한 자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앞세운 자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현재 전문가와 전문지식은 어떻게 죽음을 맞고 있는가?
무분별한 대학의 난립으로 인한 어설픈 지식인들의 양산을 우선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 교육을 통한 비판적 지식인을 만들어 내기 보다는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교육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단순히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렇게 전문가 아닌 전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만 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자체의 문제도 중요한 요소이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서조차 이해가 부족한 전문가를 보면 정말 놀랍다’는 언론인 살리나 지토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신의 전문지식을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까지 억지로 확장시키려 할 때, 그리고 명백한 사기와 부정행위 등으로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지난 시기 우리들은 황우석박사로부터 열광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 외에 속설, 미신, 음모론, 인터넷의 발달 등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전문가와 전문지식의 죽음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래 이것이 뭐 어떻다고 전문가와 전문지식이 죽음을 맞는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질 것이라도 있는가? 과연 그럴까? 전문가와 일반인의 관계가 틀어지게 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 상상해보라. 잘못된 정보의 확산으로 사회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탈퇴, 그리고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통해 잘 살펴볼 수 있다.
대중과 전문가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게 되면 민주주의의 파괴로 이어져 나라는 큰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양산이 대중과 전문가들 사이의 장벽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양자의 진지한 성찰을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잘 담겨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