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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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예전 고등학교 국어 수업시간 때 선생님께서는 종종 문단에서 일어 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 주셨다. 근대 문인들의 기상천외한 기행들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느껴져 안타까움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문인들의 낭만적인 면 또한 느껴졌다. 이런 문인들의 기행의 계보를 잊는(?) 현대 작가를 들자면 당연 이 외수소설가가 아닐까? 이 외수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중학교시절 그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들개로 만나보게 되었다. 세상물정에 무지한 중학생이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이해가 되었겠는가? 그저 몽롱한 어려운 영화였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 외수는 어려운 작가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의 원작을 찾아 읽는 수고는 당연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외수는 어려운 작가라기보다는 유쾌, 통쾌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유쾌하고 통쾌함속에는 묘한 슬픔, 아픔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의 신작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정지라는 단어가 눈에 확 띄었다. 정지란 멈춤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멈춤은 퇴보를 의미한다. 좌절이고, 패배이다. 취업절벽에 가로막힌 청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춘들의 삶이 느껴졌다. 수많은 민중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의 상실이 느껴졌다.

그는 그런 패배감, 상실감을 공동체 정신의 복원, 참여민주주의 확산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쓰러진 자를 일으켜 세워 함께 가고자 하고, 적극적이고 올바른 투표를 하자고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다. “이란 단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명상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그런 공간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 왔다. 방에는 문이 있기에 그 쓰임새가 있다. 그 문을 활짝 열고 광장으로 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런 나의 느낌이 너무 비약적인가? 여하튼 글을 읽으며 위에서 말했든 유쾌함, 통쾌함과 슬픔, 아픔이 사라지지 않고 내내 따라다녔다.

모두들 한번 씩 읽어 보면 좋겠다. 읽는 사람의 감정, 느낌에 따라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한마디 덧붙이면 정 태련화가의 그림이 이런 다양한 감정들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글과 그림이 함께 있을 때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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