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기 5분 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내가 일본 소설, 동화를 좀 좋아하긴 하지만, <친구가 되기 5분 전> 또한 내 구미에 딱 맞는 도서였다.  

우선, 재밌다. 난 보통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편인데, 보다 보면 내리는 역을 놓칠 정도이다. 옴니버스 식으로 한 이야기, 한 이야기가 각각 다른데도, 계속 이어지는 고리가 있어 한 편의 장편처럼 보이고, 뒤가 계속 궁금하다. 

모두가 주인공이겠지만, 아무래도 목발을 짚고 다니는 에미짱이 전체를 아우르는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다. 에미짱의 이야기부터, 에미짱 친구, 에미짱의 같은 반 아이, 에미짱의 동생 등의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니깐. 

핵심단어는 친구이다.  

친구, 지금 성인이 된 나에게는 그렇게 목숨 걸 만큼 중요한 존재가 아니지만-아마도 가족에게 밀렸겠지.-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면 진정 목숨 걸 중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 친구들에게 소외된다는 건 죽음을 의미했고, 새로운 반에 배정되면 단짝 친구 하나 만드는 일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던 것 같다. 화장실도 친구와 함께 가야 했던 여고 시절, 친구가 없으면 화장실도 갈 수 없었으니... 소풍 때 누구와 앉을까, 어느 친구들과 그룹을 지어 놀까. 그 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을까. 어른들은 그것 때문에 공부를 소홀히하는 우리들을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는 목숨 같았다. 친구가 너무 소중해서, 우정이 너무 소중해서라기보다, 친구가 없으면, 왕따를 당하면, 단짝이 없으면 사회생활, 즉 학교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생활이 불가능한데, 공부가 될 리 만무하다.

<친구가 되기 5분 전>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짝 친구, 왕따, 남자친구... 친구, 친구, 친구... 

일본의 학교와 많이 비슷한 우리에겐 더더욱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다.  

주인공 에미짱은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것도 가지고온 우산을 친구들과 나누어 쓰다가 짜증이 나서 우산을 벗어나 다른 친구에게 달려 가며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정말 억울한 사고였다. 그리고 에미짱은 변했다. 냉소적이고, 차갑고, 무뚝뚝한 아이로. 그리고 그 날 우연히 달려갔던 그 다른 친구-반에서 있으나 없으나 하고 몸이 약하고, 친구가 없던 그런 아이-와 단짝 친구가 되었다. 반에서 영향력 있는 아이도 있었고, 소외된 아이도 있었고,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된 아이도 있었고, 왕따를 당하는 아이도 있었고.. 에미짱 주변의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도 하나씩 풀린다. 누구나 그룹에 들어가고 싶지만, 에미짱과 유카처럼 반에서 중심이 아니더라도, 왕따끼리 친구가 된 초라한 사이라도, 그런 단짝 친구를 그리워한다. 다른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나를 이용하지 않는 친구, 나만 바라보는 친구, 진정한 단짝. 

학창시절이란, 그렇다. 

친구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 친구의 이야기를 2인칭 시점이라는 정말 독특한 시점으로, 10명의 다른 친구들, 하지만 서로 관계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맛깔스럽게 그려놓았다. 그리고 10명 중에는 정말 잘난 아이, 소외된 아이, 박쥐 같은 아이, 마음 약한 아이 등 각각의 아이들을 그려 놓아, 한 부류 아이의 시점이 아닌, 각종 부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옳고 그름, 잘나고 잘나지 않음이 아니라, 한 교실에 있을 만한 아이들의 목소리르 각각 대변해 놓은 듯하다.

우선 재밌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이야기인데다가, 청소년들이 읽으며 진정한 친구의 의미, 친구의 현주소를 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을 자녀로 둔 어른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 부모들이 읽으면, 내 아이에게 친구가 어떤 의미인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좀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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