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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평점 :
학창시절부터 수학은 나에게 큰 과제였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시험 중 가장 낮은 점수는 언제나 수학 과목이었고 도대체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열심히 문제를 푸는 데에만 집착했고 이내 수학이 어떤 학문인지,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크게 걱정도 호기심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수학은 어렵고 우리 생활에는 전혀 활용되지 않는 한마디로 귀찮은 과목’이란 생각이 들게 만든 학문이 아닌 그저 과목 중 하나였다. 그러다 이번에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대량살상 수학무기 Weapons of Math Destruction》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대량살상 수학무기》는 수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수학교수로 재직하다 수학을 현실세계에 활용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에 근무하다 수학과 금융의 결탁에 환멸을 느끼고 IT 업계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수학 모형을 개발한 캐시 오닐 Cathy O'Neil의 저서이다.(작가 소개는 이 책의 작가 소개글에서 옮김) 《대량살상 수학무기》는 이처럼 대수적 정수론을 연구했던 수학자가 어떻게 수학이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을 확산하고 있는지 우리가 거의 정답 내지는 완벽에 가깝다고 느껴왔던 수학을 기반으로 했던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시스템이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량살상 수학무기》를 읽기 전부터 사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우리에게 손쉽게 제공되는 정보들이 혹시 그 누군가가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여 제공하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작은 의심이 있었는데 막상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수학이나 사회, 정치 그 어느 방면에서도 평범 이하의 학문적 소양을 갖춘 내 입장에서 저자의 글에 대해 옳고 그름 내지는 이견을 단다는 것 자체가 주제 넘는 일에 해당되기에 일단은 노코멘트. 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편리한 정보제공을 위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제품들은 나의 동선과 나의 건강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고(물론 사용자 동의하에 말이다.) 심심풀이로 인공지능 또는 이와 유사한 시스템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인공지능의 지능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매일 뉴스를 통해 ‘통계에 의하면…….’, ‘분석에 의하면…….’ 등과 같은 말을 들으며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데이터를 집어넣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지 그 배경에는 관심을 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아, 이런 게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겠구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 수학에 의해 정리된 내용을 맹신하며 때로는 미래를 예측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뿌듯해할 때도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대량학살 수학무기를 규제하고 우리의 삶을 유익하게 하기 위한 착한 모형들이 좋은 의도를 통해 개발(본문 p.358~p.359 요약)되어 수학이 우리의 교육, 노동, 광고, 보험,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익하게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건전하게 의심하는 그런 호흡이 필요하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