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쁨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열림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단편소설은 언제나 나에게 책을 읽기 전 크나큰 설렘과 책을 읽은 후 며칠간 그 내용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숙제를 남긴다. 글의 길이는 짧지만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그 한 문장, 단어 하나하나에 모두 살아있기 때문이다. 자주 접하지는 않지만 단편소설을 만날 때면 늘 이런 기대를 갖게 된다. 이번에는 프랑스 작가의 단편을 만났다. 설렘으로 시작했던 글 읽기를 마치고 이제는 나에게 주어진 숙제, 그 작품의 깊이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남아있다.


「검은 기쁨」 이 책에는 세상의 법에 따라 깨끗함을 입은 여성 연쇄살인범에게 자신의 죗값을 치를 것을 권고하는 사제와의 갈등을 그린 <생 소슬랭의 이상한 여인>, 네 명의 딸을 둔 항해하는 배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오다 어느 날 그 배로 보내진 전보에 동요하는 인간적인 가장의 갈등과 번민을 그린 <귀환>, 친구이자 경쟁자인 두 사람이 한 순간 벌어진 사고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 그 원인과 결과를 달리 해석한 삶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검은 기쁨>,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로 살아가며 자신의 모습에 갈등하고 궁극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엘리제의 사랑>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작품을 내 나름대로 간략히 요약하면서 많은 걱정이 된다. 이것은 내가 바라본 각 작품의 단편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여러 감상 포인트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적기에는 사실 역부족이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의 개인적인 가치기준에 따라 내가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달리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은 기쁨」은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다. 비록 태어난 곳이 다르고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은 다를지 몰라도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고, 자신의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면 영원히 감옥 안에 머물게 되며 모든 가족이 소중하고, 내 머리가 생각하는 차가운 이성과 내 가슴이 기억하는 뜨거운 사랑은 다를 수 있다는 그런 가치는 동일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프랑스 작가의 글이지만 토종 한국인인 내가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검은 기쁨」을 통해 다양한 스토리 속에서 여러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각자가 살아가고 있는 소설같은 인생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참 삶의 가치를 만나고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그 길에서 잠시 비켜서서 타인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나에게도 또다른 기회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재미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