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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평점 :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동물행동학자이면서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 Frans de Wall의 저서이다. 저자는 심리학과 교수, 엥장류연구센터 소장 등을 겸하고 있어 지금까지 읽어왔던 동물과 관련된 책과는 다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이 책은 동물과 관련된 실험을 다른 각도로 다시 한 번 접근하고 있다는 부분이 아주 흥미로웠다. 기존에 동물 실험을 거쳐 ‘이러한 실험을 했더니 이 동물에게는 이러이러한 반응이 있었다. 이것을 토대로 할 때 이 동물들에는 이러이러한 부분이 있거나 없다고 할 수 있다’라고 결론을 낸 논문을 출발점부터 간과한 오류는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검증하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하여 발표된 논문에 이러이러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적시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는 내가 다른 책을 통해 흥미롭게 읽었던 실험도 포함되어 있어 내가 몰랐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되었고 한층 더 동물과 관련된 편견에서 벗어나는 기회도되었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일단 과학, 동물과 관련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논문과 달리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하는 과학서적의 경우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야하므로 전문성이 많이 생략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많아 각주를 찾아야 이해가가는 때로는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전문성과 일반성을 잘 충족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일반 독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번역이되어있고 또 안내가되어있다.
길고 복잡한 실험과정을 삽화를 통해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부분도 마음에 든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은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친근한 그림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우리 인간을 동물들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느꼈던 우월감, 동물들은 그저 동물에 지나지 않는 하등한 존대이다.’ 라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모든 동물들이 각자의 생존방식에 의해 살아가고 또 시스템을 구축하여 자신들의 질서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동물을 지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그 것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노력도 아주 좋았다.
모든 결과를 성급히 돌출하려하지 말고 연구 과정에서 인간의 욕심이나 아집으로 인해 동물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그저 동물취급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험 대상인 동물의 관점에서 그들을 이해한다면 동물의 지적 세계에 대해 좀 더 흥미롭고 진지한 탐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