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 지도 - 막힘없는 상식을 위한 14개의 교양 노선도
뤼크 드 브라방데르.안 미콜라이자크 지음, 이세진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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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맞는 책이 숲을 보는데 필요한 책인지, 나무를 보는데 필요한 책인지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지엽적이고 특정 분야에 대해 지식이 많은 경우 숲을 볼 수 있도록 안내가 되어 있는 책이 필요하고 반면에 희미하게 특정 분야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 나무를 볼 수 있는 그런 책이 필요하다. 이번에 읽은 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 지도는 감히 숲을 잘 볼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는 책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싶다.

 

일단 제목과 부제가 재미있으면서도 인상적이다. ‘뇌가 섹시해진다?’, ‘막힘없는 상식을 위한 14개의 교양노선도’, ‘노선도? 지하철?’ 이 책을 넘겨보면 왜 이런 제목과 부제가 붙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단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관련 지식이 인문학 서적으로는 비교적 얇다고 할 수 있는 270 페이지 남짓한 책에 정리되어있다. 그리고 그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와 변화과정을 도식적으로 잘 볼 수 있도록 지하철 노선도-물론 환승역도 표시되어 있다-로 정리하고 있다.

 

1호선부터 철학, 모델, 체계, 지각, 논리학, 언어, 심리학, 인식론, 기술, 혁신, 창의성, 미래학, 윤리학, 유머 등 총 14개 노선으로 시대순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는지, 각각의 분야들이 어떻게 교차하고 연결되며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읽기 편한 문체로 기술되어 있다. 아마도 이 책에 나와있는 다양한 학자들과 그들의 연구 업적, 이론 등을 하나의 지도로 그릴 수 있다면 정말 어디 가서도 인문학 분야에 있어서는 풍부한 지식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파리를 다니러 간 길에 지하철을 탔었다. 물론 파리에서 처음타는 지하철이었지만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지하철 노선도 덕분에 말이다. 이처럼 때로는 우리가 처음 발걸음을 하는 곳이라도 노선도만 있으면 목적지까지 큰 어려움 없이 도착할 수 있다. 물론 목적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지나가는 역들이 그저 역에 지나지 않게하려면 배경지식을 쌓아야 한다. 인문학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내 뇌가 섹시해질 때까지 열심히 반복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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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착각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5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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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착각,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여러 생각과 착각과 관련, 이 중 50개를 작가가 질문을 던져놓고 그 답을 이론적, 실체적으로 찾아가는 책이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나도 남과 다르지 않은 걱정과 상상을 하며 살아가고,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요령있게 세상을 살아간다고 자부하지만 나는 나와 같은 생각의 범주에 속한 수 많은 사람 중 하나라고 하는 그런 평범성을 찾게 되었었다. 세상에는 수 많은 학자들이 나와 같이 why’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대단한 학문적 업적을 이루고 방대한 규모의 지식으로 정리되어 언제든지 관심을 기울이면 그 많은 지식들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생각과 착각에는 심각한 질문과 사회현상도 담겨있지만 때로는 개인들과 관련된 실질적이고 재미있는 질문들도 있다. 예를 들면 왜 신임도가 높을 것 같은 CNN이 시청자 폭이 한정되어 있는 폭스뉴스나 MSNBC와 달리 고전을 하는지(본문 p,63), 왜 상사는 먹고 싶은 것을 다 시키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가장 저렴한 메뉴를 고르는지(본문 p.91), 왜 자녀들의 머리가 아닌 끈기에 칭찬을 보내야 하는지(본문 p.173) 등에 대한 질문과 답이 담겨있다. 국내외 저명한 학자들의 저서와 핵심이론이 녹아져있고, 저자 특유의 명쾌함이 책 곳곳에 묻어나는 느낌이다.

 

살아오면서 내 삶을 둘러싼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내 인생이 꼬이고 내 뜻과 관계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불평할 때가 많았다. 정작 나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지, 내가 굳이 인지하기를 거부한 그런 부정적인 메시지들이 타인의 삶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 애써 외면하지는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해보았다. 정작 툴툴 털고 지나가면 될 일을 며칠간 고민하고 평생을 두고 생각해야할 가치판단을 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너무 쉽게 내린 것은 아닌가하는 후회도 들었다

 

책에 나와 있는 여러 이론들과 사례는 저자의 폭넓은 연구결과물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내가 생각한다고 하는 것이 때로는 남에게 착각일 수 있고, 착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는 것. 하지만 모든 질문에는 답이 있고 질문하는 사람만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세계적인 이슈와 국내에서 한정적으로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을 해 놓아서 아주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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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 마음을 지배하는 공간의 비밀
콜린 엘러드 지음, 문희경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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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이 책을 지은이는 콜린 엘러드 Colin Elard로 신경과학과 건축 및 환경을 접목시킨 ‘심리지리학 psychogeography'을 이야기하는 인지신경과학자이면서 도시현실연구소장이다. 저자는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찾았던 스톤헤지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같은 장소에 있지만 서로 다른 감정을 가졌다고 말한다. 여섯 살이 지나 10대가 되면서는 아버지가 건축물을 볼 때 무엇을 생각하고 분석하는지를 인지하게 되었고 자신이 연구가의 길로 접어들어서 같은 공간이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하고 왜 그렇게 인식하게 되는지를 연구하여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와 같은 저서가 나온 것이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총 8개 장으로 공간을 나누고 그 공간에서 인간들이 무엇을 갈망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건축, 즉 공간이 인간 심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저술하고 있다. 자연을 갈망하는 우리 인간이 조망과 피신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주거지를 정하게 되는지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왜 ‘집’이라는 공간에 집착을 하고 그 장소에서 사랑하게 되는지를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공간을 통해 알려준다. 우리가 박물관이나 쇼핑몰, 카지노를 방문할 때 공간의 설계와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기대수준이나 그 장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게 되는지에 대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같은 건물의 패턴이 반복되는 도시를 걸을 때 왜 단조로움을 느끼게 되는지, 가상 현실을 통해 앞으로의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독자를 공간과 심리, 뇌 등 전문적인 관점에서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우리의 일상과 일생은 공간 속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 공간은 완전히 사적인 영역과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 영역, 내밀한 쾌락을 즐기는 곳과 종교적 경외감을 느끼는 곳,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곳과 남으로부터 이익을 극대화하는 곳 등 아주 상반되는 역할과 결과물을 전해준다. 지금까지 뇌, 심리학 등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관성을 갖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심리지리학,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라는 새로운 학문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공간을 물리적 장소로만 보는 것이 아니고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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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생각하다 - 사람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집에 대한 통찰
최명철 지음 / 청림Life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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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집에 대한 의미가 각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과거처럼 농사를 짓지도 않지만 여전히 집은 삶의 터전,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여겨지며 집장만이 인생의 큰 목표로 자리잡고 있다. 《집을 생각하다》이 책을 보면서 단우건축 대표인 최명철 님의 건축에 대한 전문적이면서도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집에 대한 폭넓은 접근이 아주 많은 지식과 흥미를 가져다주었다.


《집을 생각하다》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와 해외의 건축,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건축과 만날 수 있었으며 공적이 건축과 사적인 건축을 또한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흥미를 끈 부분은 이 책의 두 번째 파트인 ‘최적의 집’이었다. 좁은 골목을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단점을 모터사이클 마니아를 위한 집을 건축한 일본의 사례, 추운 강원도 지역에 다년간의 연구 끝에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건축한 이대철 선생, 텃밭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아닌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한 도시농부 타운하우스, 그리고 사옥을 개성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시킨 ‘무지개덕 빌딩’ 등이 소개되어 있다.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그 노력의 과정과 결과물들이 소개되어 있어 앞으로 신축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고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집에 대해서도 그 가치는 계속 변하고 있다. 과거 대가족 시대의 경우 마당을 갖춘 한옥이 지어졌고, 핵가족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큰 평수의 중대형 아파트가 선호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보호하되 가격이 저렴하고 소유가 아닌 주거의 기능만 존재하면 되는 형태로 집의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건축주 내지는 거주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때로는 국가가 나서기도 하고 건축가 개인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한다.


《집을 생각하다》는 잡지를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건축관련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과거에 성공하거나 실패한 사례를 배울 수 있었고 저자가 집에 대해 기고문을 작성한 연도별 주요 이슈들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건축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제 나는 과연 어떤 집에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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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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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시 장르가 지니고 있는 매력이 막강하다. 시어(詩語)라는 말이 따로 있을 만큼 시에 쓰이는 그 말들은 함축적이고 언어 자체가 예술로 평가를 받는다. 시를 읽으면서 눈을 감고 그 시가 형상화하고 있는 이미지를 상상하고 어떻게든 이미지로 구현하고자 애를 쓸 때가 있다. 그 말들이 때로는 소리가 되어 내 귓가를 맴돌고 어느 순간에는 풀리지 않는 직소퍼즐을 어딘가에 넣으려하듯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기어이 알아내고자 용을 쓸 때가 있다.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는 김기택 시인 스스로 첫 번째 산문집으로 불러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50편이 넘는 시들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분류되어 감상하기 편하게 배열해 두었다. 물론 가장 먼저 이 계절, 가을을 느끼기 위해 제3부 가을에 읽는 시부터 읽어 나간다. 가을햇살이 풍요로운 대지를 더욱 도드라지게 해주듯 내 주변의 가을 풍경에 시인의 감성이 더해져 이 가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각기 다른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가 책장에 펼쳐진다.

 

시인들과의 교감을 마치고 이제는 시 다음페이지부터 펼쳐지는 김기택 시인의 산문을 만날 차례이다. 앞에서 읽은 시에 대한 나의 느낌과 김기택 시인의 산문이 만난다. 내가 느꼈던 감성에 시인의 아름다운 산문이 겹쳐 읽은 시가 더욱 풍성하게, 오래도록 남을 내 기억의 저장고로 들어온다. ‘! 같은 시를 읽으면서도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 있구나.’, ‘산문과 시라는 서로 닮은 듯 다른 문학이 이렇게 어울릴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산문에는 또 다른 시들이 소개된다.

 

읽는 사람에 따라 가장 다른 느낌으로 기억에 남는 문학인 시(), 학창시절처럼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가장 일반화되고 보편화된 그런 관점에서 시에 다가설 필요가 없는 지금이 행복하다. 내 방식대로 개인적으로 시인과 만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 이 시를 정말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남에게 추천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시 감상에도 원칙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시인이 시를 만나는 법을 조금이나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 이 가을의 풍요로운 색채처럼 많은 시인들의 각기 다른 시를 통해 내 마른 마음에 차가운 이슬 몇 방울을 떨어트린 것 같다. 비닐봉지처럼 답답함에 갇혀있던 내 내면들이 바늘구멍 몇 개의 숨구멍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것 같기도 하다.

 

사계절 만날 수 있는 좋은 책을 소개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름다운 말로 채워진 산문을 통해 내 일상의 새로움을 만날 수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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