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2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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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3부4권)은 동화처럼 권선징악으로 깔끔하게 귀결되지는 않지만, 악행이 끝내 어떤 결말을 맞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청일교 교주 지삼만의 죽음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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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주의자가 되어버린 상현은 삶 전반에서는 무책임했으나, 기화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나보다. 기화의 죽음 이후, 홀로 남은 딸 양현 앞으로 소설 원고료를 남기는 선택은 옳으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렇다면 처자식에게 그는 무엇을 남겼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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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구가 아들을 만나기 위해 통영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하필 맞은 편에 김두수가 앉게 된다.
악인과 악인이 만나 또 어떤 계략을 꾸밀지 순간 긴장 했지만,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서술을 통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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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사상이 번져가고,
1929년 광주학생사건으로
서희의 둘째 아들 윤국이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소식을 알리며 12권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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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는
시대의 폭력과 개인의 운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개인의 선택과 살아 남는 것의 의미를 계속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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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교육을 받고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하여도 비천함은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인성이 나쁘다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이다.
(12권,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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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나 살아가는 방법이 천태만상이니 이론대로 틀 속에 끼우려 들면 그 이론은 쇠붙이처럼 굳어져서 사람들 마음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사람들 배만 째는 결과가 되는 게야.
(12권, 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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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목꾼이요, 나는 미장이요, 자기 직능을 똑똑히 말 못할 만큼 자신이 없다면 그건 어딘가 잘못돼 있는 게야. 잘못 살고 있다는 얘기지.
(12권, 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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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안 끼치도 김훈장 같은 사람은 마음의 해를 끼친 사램이다. 지조가 높고 청빈한 거는 좋지마는 종자가 다르다는 생각은 때에 따라서 배고픈 설움보다 더한 설움을 안겨주니 말이다.
(12권, 4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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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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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오의 10번째 생일
후ㅡ하고 불었는데 촛불 하나가 꺼지지 않아서
신이 아직 생일이 아니라고 경고하기 위해 이렇게 불길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아 찜찜해한다.

그 무렵, 전학온 스즈키는
자신을 천상에서 온 신神이라고 소개한다.
요시오는 새로운 놀이인 신게임이라 생각하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면서
맞장구를 쳐준다.

그런데 스즈키의 말들이 이상할 정도로
잘 들어맞는다.
고양이 학살 사건의 범인도,
이후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범인과 공범자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해서
등골이 오싹해진다.

✏️
스즈키는 정말 신일까.
진짜 신이라면,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 있는 거라면,
경외보다 실망에 가깝다.
'신이 왜 인간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지?"라며
되묻는 장면에서는
약간 맥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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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은 단숨에 읽었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허걱'소리가 절로 나왔다.

"<신 게임>은 처음에 아동서로 출간되었지만,
충격적 세계관과 전개로 뒤늦게 어른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결말은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각종 미스터리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며 꾸준히 재해석되고 분석되고 있다."(-책날개 중에서)

하지만 이 소설이 끝내 묻는 건
스즈키가 신이었는지 아닌지가 아니다.
우리는 왜 쉽게 믿는지,
누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할 때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존재인지다.

신의 처벌로 범인은 죽었지만,
여전히 수수께끼는 남아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을 덮은 뒤에야 비로소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 소설이다.

📚
약한 인간일수록 이름이나 브랜드에 연연하지. 텅 빈 알맹이를 포장으로 얼버무리고 싶은 거야. 인간이 독창적인 이름을 가지고 싶어하는 건, 딱 잘라 말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어서 그래. 두드러지는 뭔가가 없으니까 하다못해 이름만이라도 눈에 띄어야겠다는 거지.
(49p)

📚
인간을 구하는 건 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역할이야. 인간이 멋대로 내게 의지해 살아갈 힘을 얻는 건 자유지만. 종교란 자의식을 지닌 모든 생명체에게 존재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들을 그냥 구경할 뿐이야. 이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인간 사회가 혼란스러워진 끝에 망하든 말든 나하고는 상관없어. 멸망해도 또 만들면 그만이니까.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래왔어. 인간은 신을 무슨 자신들이 번영하도록 책임져야 한느 수호자인양 여기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지적 생명체를 포함해 어떤 생물이나 물질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아.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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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소설을 독(讀)하다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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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소설가인 연암 박지원의 삶과 12편의 소설을 분석한 책이다.
고전이라기보다, 지금을 사는 사람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 <<양반전>>, <<허생전>> 등 날카로운 풍자 소설로 익숙한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소설을 문학 작품으로만 읽지 않고, 그가 살았던 시대의 모순과 그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로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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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을 비롯한 실학자들은 상업의 발달과 생활 기술을 중시한 이용후생학파로 분류된다.
공리공담이 아닌,
실리와 실제를 통해 현실을 개혁하려는 학문.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당시에는 체제를 흔드는 급진적 사고였다는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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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이후 성리학적 질서가 균열을 일으키던 전환기 속에서,
연암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신분제의 허위와 제도의 부패를 집요하게 드러낸다.
<예덕선생전>은 양반들의 속악과 허장성세를 배격하고 인간과 근로에 대한 애정을 내세우며,
<우상전>에서는
당대의 신분제와 인재등용을 허실을 지적하였으며,
<허생>에서는 매점매석과 집권층의 무능을 예리하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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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연암의 비판이 단순한 조롱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양반의 위선을 폭로하면서도, 그들이 회복해야 할 '건강한 역할'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비판 속에 '되찾고자 하는 진정성'이 내재해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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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연암의 질문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도는 형식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은 고상하지만 실제 삶과는 동떨어진 가치는 아닌지.
연암의 소설을 읽는 일은, 결국 지금의 나와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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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은 소설 <호질>이 '한바탕 웃게'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호질>의 내용은 썩어빠진 선비인 '부유腐儒'들을 비판하는 글이니 단순히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연암은 이렇듯 속내를 웃음으로 가려 놓은 글이 많다는 점을 예각화한다면 '껄껄 선생'이라는 호와 썩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증오처럼 강경하게, 때론 연민처럼 온건하게 상대를 구별한 연암이었다. 웃음의 표면만 훑는 소박한 독서로는 연암소설을 따라잡지 못 한다. 독서인은 비극성의 소진이 희화로 이어짐을 챙기고 유희의 변두리에서 시선을 거두어야 '웃음'의 진정을 찾는다.
(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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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이 말하는 삶의 화근은 결국 '돈'과 '글이었다.
돈의 폐단이야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지만, 글자를 아는 것이 도리어 근심을 사게 된다는 식자우환의 실천은 연암과 같이 학문을 전업으로 삼는 학자로서는 다소 엇박자인 듯하나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글을 배우면서 이것저것 따지는 버릇이 생기고 아는 체를 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려 든다. 어떤 한심한 물건들은 한 술 더 떠 밥숟가락 들고 와서는 아예 남의 밥에 꽂으려는데 첨두노(붓에 먹물개나 묻힌 이)들이 더욱 그러한 것을 보면 참 볼썽사납다.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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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1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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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11에서는
상현은 끝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나고,
지삼만의 음모로 환이 체포되어 생을 마감하고,
비밀결사 계명회의 인물들까지 검거된다.
격변하는 사회의 한가운데서 사람들의 삶이
무너지고 흩어지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
그럼에도 서희는 여전히 중심을 잃지 않는다.
아편에 빠진 기화를 돌보고, 그의 딸까지 맡으려 한다.
그 마음은 단순한 연민이 아니라, 주종관계를 넘어선 깊은 인간애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큰소리 없이도 상대를 제압하는 서희의 태도는 이 혼란한 세상에서
'품격있는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장연학의 임기응변 또한 서희의 품격과는
다르지만,
둘 다 현실을 살아내는 또 다른 지혜로 느껴졌다.

✏️
토지 11권에서도
지식인과 농민, 남성과 여성,
가진 자와 빼앗긴 자의 세계를 교차시킨다.
모두가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 혼란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서희의 모습은
'토지'라는 대서사 속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다.
거대한 역사의 물결 앞에서도
자신만의 품격과 신념을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생존자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
병자만 목에 칼 걸어놓고 사는 건 아니잖소.
산다는 것은 목에다 칼 걸어놓은 거요.
사는 것 아니라니까요.
(11권, 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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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고 굶주리는 것보다 시시각각 주변을 살펴야 하는
마음의 무게는 질병치고도 가장 무서운 질병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11권, 224p)

📚
감정으로야 밟아 죽이고 싶지. 나 역시 벌레처럼 꽉 밟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이겨야 해.
(11권,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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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는 새삼스런 일도 아닌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가 약해져 가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 간도에 있을 때 혈육같이 짙고 강했던 동포들 사이의 유대를 지금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곳이 간도요 이곳이 조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결코 아니리라. 핍박도 지나치면 인성人性을 마비시키는가.
(11권,2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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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 난중일기 - 이순신이 보고 쓴 임진왜란 7년사, 개정증보판
이순신 지음, 김종대 옮김 / 가디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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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중일기>는 이순신이 자신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7년사다."(머리말, 4p)

일기는 1592년 임진년 정월 초하루부터
1598년 무술년 11월 마지막 전투인
노량 관음포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의 죽음과 함께
끝이 난다.

✏️
수십여년 간 이순신을 공부하고 강의를 해 온
이순신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 김종대는
<난중일기>를 누구나 읽기 쉽게
의역하였다.

덕분에 옛 한문 문체의 장벽이 낮아지고,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가
훨씬 가까이 느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이순신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건,
'위대한 영웅' 이전에
'한 사람의 아버지이자 군인'으로서의 이순신이다.
그의 하루는
활을 쏘고, 군사를 먹이고, 장수들과 논의하고,
나라 뿐 아니라 가정의 크고 작은 일을 챙기며 흘러간다.
그 속에서 두려움과 고뇌, 그리고 묵묵한 책임감이
그의 잦은 한숨에 녹아있다.

원균의 음해에도 늘 평정심을 유지했으며,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하며, 항상 공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은 뒤로 미뤘다.

그의 글 곳곳에 드러나는 절제와 겸손,
백성을 향한 마음은 이순신 장군이
진정한 지도자였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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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해설은 그런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현대인의 언어로 섬세하게 되살린다.
덕분에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 이순신'을 만난 듯했다.

📚
새벽에 임금의 밀지가 들어왔다. "수군과 육군의 장수들이 팔짱만 끼고 서로 바라보면서 한 가지 계책이라도 세워 적을 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그럴 리가 만무하다. 장수들과 맹세하여 3년 동안이나 바다 위를 떠돌며 죽음으로써 원수를 갚을 뜻을 결심하고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다만 적이 험고한 곳에 웅거하여 있으니 경솔히 나아가지 않을 뿐이다. 더욱이 옛날의 병법에서도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만 백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종일 큰 바람이 불었다. 초저녁에 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 생각하지 나랏일은 어지럽건만 안으로 구해 낼 방책이 없으니 이를 어찌하랴!
(214p, 갑오년 1594년 9월 3일)

📚
홀로 수루 다락에 기대어 나라의 돌아가는 꼴을 생각하니 위태롭기가 마치 아침 이슬과 같다. 안으로는 정책을 결정할 만한 기둥같은 인재가 없고, 밖으로는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같은 인물이 없으니!
모르겠다,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되어 갈지.
(282p, 을미년 1595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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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단오절인데 천 리 밖의 땅끝 모퉁이에서 종군하느라 어머니 영연을 멀리 떠나서 장례도 못 지내고, 곡하고 우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니 내 무슨 죄로 이런 과보를 받는다는 말인가. 나와 같은 사람은 고금에 둘도 없을 것이다.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구나. 그러나 어찌하랴. 다만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한탄할 따름이다.
(429p, 정유년 1597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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