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이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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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관한 논의는 21세기인 요즘에도 여전히 다루기 불편한 소재로 남아있다. 직접적 주체인 애인, 부부간에 조차 성에 관한 솔직하고 건강한 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인가? 실제로 우리는 성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성은 곧 자기 정체성의 근간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올바로 다루도록 가르쳐주는 성교육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가정에서 사회에서 성에 관한 무지는 당연시 여겨졌을 뿐 아니라 마치 고상하고 점잖은 태도와 맞먹는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이 책은 이런 분위기에 파격을 제시하는 하나의 디딤돌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빌헬름 라이히, 미셀 푸코, 제프리 밀러, 데이비드 버스 등 정신분석학에서 여성학,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 사상가, 학자들은 성에 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가를 간추려 소개하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 성에 관한 담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성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각기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에게 공통점은 있다. 성은 결코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거나 혐오스러운 무엇으로써 음지에서 다루어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성에 대해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는 사회에서 성은 잘 모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못 알게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포르노, 야동, 잡지 등을 통해 음지에서 배운 성 지식은 대부분 올바르지 않아서 그릇된 성적 환상을 부추겨 자신을 욕망의 도구로 전락시키거나 이성에 관한 잘못된 관점을 갖게 해 건강한 어른으로서 성을 즐기는 것을 방해한다.


이제까지 인간 사회는 남성 위주의 지배 구조로 유지되었다. 남성의 필요에 의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의 성이 이용되고 착취당했다. 때문에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성을 긍정하지 못하고 억압하거나 무시하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성에 관한 언급은 입에 담기도 부끄럽고 불쾌한 소재가 되었으며, 혼자 있는 공간에서도 자신의 성적 욕망을 인정되지 않는다. 더우기 자기의 성을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혐오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니. 그 피해는 여성에 그치지 않고 남성에까지 공유된다. 여성이 자신의 성에 무지하고 성욕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남성 또한 여성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못한 욕망으로 인해 더욱 자제할 수 없는 성의 노예로 적응된다. 이것은 공멸의 함정이다.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남자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길들여져 물리적인 힘으로 여성을 굴복시키는 것이 여성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알며,  이것을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고 오류다. 여자는 기계적인 남자의 힘이나 기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한 정서적 배려가 함께 하는 성관계를 원한다. 이것이 여자에게 남자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다. 이것이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묘약이며 안정된 사회를 건립하는 밑거름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성을 이해하고 이성의 성을 이해하는 노력은  비단 성의 차원에서 건강한 어른이 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것이 곧 자존감으로 연결되어 당당하고 주체적인 어른이 되는 것을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기와 몸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여성은 자유로워지고 성숙해진다." (베티 도슨)

성에 대한 침묵은 성에 대한 무지의 표현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기 위해 이 책은 남성에게는 물론 성에 대해 더 무지하고 억압되어 있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에 대한 이해는 곧 자신의 몸과 정신 나아가 사회에 대한 이해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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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주는 대화 - 대화의 승부에서 이기면 승리감을 얻지만, 져주면 사람을 얻는다
박성재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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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출간의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있다. 모름지기 언어는 생태계에서 인간을 오늘날의 지위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만큼 소통은 생존과 직결돼있으며,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언어의 역할은 중요하다.
생존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을 과시하여 싸워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필요하다면 재빨리 도망치는 게 상책이라는 비유를 들어, 이와 마찬가지로 대화에서도 상대방과 승부를 다투어 이기겠다는 대화법을 쓰는 것은 대립과 갈등으로 여러 가지 양극화 현상을 빚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막상 대화에서 이겨 자기주장이나 요구 조건을 수용하게 만들었다 해도 지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기분 때문에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증오할 것이 뻔하므로 결과적으로 사람을 잃는다. 사람을 잃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큰 손실이 될 수 있으므로 져주는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두면 반드시 필요한 때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는 대화법이요 처세술이라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져주는 대화"는 이런 것이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겸손한 태도로 상대방의 주장과 견해를 진지하게 경청해서 자신의 주장보다 조금이라고 더 타당성과 합리성이 있다면 물러설 수 있는 대화, 어떤 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대화"이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이기려고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어이 얻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이 먼저 주고 져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의 핵심은 소통과 설득이다. 원만한 소통, 설득과 거절을 위해서 효과적인 대화의 기술과 요령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여러 상황 설정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져주는 대화인지를 제시하여 직접 실생활에서 활용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 관계가 직장의 상사와 부하직원이든, 협상 상대이든, 부부나 연인이든, 민원이 발생한 이웃 간에 든 져주는 대화의 필요성과 이익은 한결같다.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인 존 맥스웰의 저서 "매일 읽는 맥스웰 리더십"의 글을 인용한 대목이 있는데, 이것은 모두에게 통하는 유용한 팁이 되겠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지지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호감을 갖는다. 사람을 만나면 처음 30초 동안은 온전히 그 사람에게 집중해보라. 어떤 식으로든 그의 말에 동의하고 공감을 표현해보라.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한 것은 경청의 중요성과 신용 그리고 진정성이다. 설령 어눌하더라도 진실한 말이 진정성 없이 뛰어난 말솜씨보다 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진실을 말하는 것이 최고의 대화라는 것이다.

이 책은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함인지 짐작할 수 있게 편집돼있다. 저자가 여러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요지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또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조언이라 어렵지 않게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다. 그러기에 특별한 것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아직 실전 경험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라면 알아두면 좋을 필요한 얘기를 편안하게 들려주는 책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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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 자아의 8가지 그림자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변지영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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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몇 년 전 올리버 색스의 "화성의 인류학자"라는 책을 도서관 대여로 읽고 너무 좋아서 다시 책을 샀다. 그것도 모자라 뇌과학에 새로 흥미를 보이는 친구가 있길래 강제로 빌려주어 보게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직 책을 안 돌려준다. 좋다는 말도 없는 거 보니 수상하다.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라는 책 제목을 본 순간 '뇌의 어느 부위가 고장이 났군"이라고 금세 알아차렸다. 살아있는 자신을 죽었다고 말한다는 건 분명 감각에 대해서건 인식에 대해서건 어느 부위에서 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여전히 해명을 갈구하며 관심 있는 나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무엇을 나라고, 자아라고, 주체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저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어떤 부위의 이상으로 어떤 기능이 실종되어 어떤 형태의 증상을 겪고 있는가를 소개하고, 이를 따라 추적하는 과정에서 단서들을 모아 과연 우리가 자아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를 진행한다.

처음에 소개하는 코타르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받은 남자는 두 번의 이혼 뒤에 자살을 시도했다가 이마저 실패해서 살아남게 된 사람이다. 자살이 실패한 후  정신은 정상적인 인지 작용을 할 만큼 살아있음에도 자신의 뇌는 죽었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존재하는 것 자체에 극도로 절망한 사람, 도무지 어찌해볼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모든 결정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는데 그마저도 실패하여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무참한 현실에 남겨진 그는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뇌는 죽은 상태라는 병리 현상을 만드는데 이른다. 코타르증후군 외에도 알츠하이머병, 조현병, 유체이탈 그리고 고조된 자아의식으로 우주와의 완벽한 조화로움과 무한한 기쁨을 느끼면서  삶이 완전하다고 자각한다는 황홀한 간질까지 총 8가지의 각기 다른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등장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자아의 모습을 규명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우리 모두가 겪었을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렸다. 뇌의 기본적인 구조는 갖추었으나 아직 복잡한 기능은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떻게 자기감을 형성하고 인식하게 되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이를테면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앞에 과자를 두었더니 아이가 과자를 다 먹었다고 하자. 이를 본 엄마가 "어머나, 과자가 없어졌네요? 누가 다 먹었을까요?"라고 물으면 아이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자기가 먹었다는 표시로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는 행동을 한다. 즉, 과자를 집는 행위, 맛있다고 느끼는 미각 체험, 과자가 다 없어졌다는 상황 파악 등 왜라는 엄마의 질문에 대해 내가 먹었기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모습까지 갖춰간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에 일관되게 참여하고 있는 존재로서의 나에 대한 감각을 익히면서 우리는 자기감이라고 부르는 정체성을 형성한다.

자아에 대한 탐구는 인류의 오랜 숙제이다. 그동안 많은 철학자와 종교가들이 이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내놓았으며 그에 비하면 과학은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저자는 자아란 무엇이다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대신 현재 우리의 관점은 '자아는 실재하는 것인가, 아닌가?'  바꿔 말하면 '자아는 몸이나 뇌라는 물질적 토대에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무엇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이라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이며 또한 무아를 지지한다. 저자는 무아를 얘기하기 위해 불교의 가르침을 제시한다. 내가 이해하기에  세존의 통찰력은 마치 우리의 의식을 초당 수천 조각의 순간으로 잘라 꿰뚫어본 것 같다. 세존은 우리의 모든 감정, 지각, 사고, 의도, 행위 등은 매 순간 생겨나고 사라지는 속성을 지녔다고 말씀하셨으며, 실체가 없는 허망한 그것에 대한 집착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설파하셨다. 
예를 들어 노트 위에 연필로 하나의 선을 그었다고 치자. 사람들은 이것을 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떤 과학자가 이것에 대해 "통상적으로 선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떨어진 점들의 연속일 뿐이다"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고 대신 이 과학자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것을 전자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연필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그었지만 흑연 입자는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흑연 보다 작은 어떤 입자의 물질이 있다면 끼워넣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흑연 입자가 선이라는 통일성 아래 모여 있으니 일관된 하나의 실체로 보일뿐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자아 정체성이니 자아실현이니를 이야기하지만 여기에 독립적이고 주재적인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자아란 얼마나 여러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파악될 수 있는가라거나 어떤 부위에서 그 기능들을 담당하고 있는가를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자아에 대한 몇 가지 결론이 있다면 자아란 뇌를 대표로 신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감각기능들의 통합으로  형성되고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탄생 이후  많은 경험을 통해 신체 감각들과 뇌는 피드백을 하고 그 기능들을 발달시키면서 자기감을 강화시킨다. 몸과 분리된 순수한 형태의 본질이 따로 있다는 이원론은 이제  인간의 역사에서 서서히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여전히 철학에서 유효한 자리를 차지하며 영향력을 갖고 있고, 더욱이 종교의 가르침은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줌과 동시에 "본래의 마음, 하나의 영원한 실체"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훌륭한 인품과 지적 소양을 갖고 있던 사람도  사고로 인해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저급한 인격을 보이는 사람이 된다는 임상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런 원리라면 지금 우리가 자신의 성격이라고 규정하며 알고 있는 속성들도  경험과 인식이라는 피드백으로 형성된 것이기에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느슨한 점의 연속과 같은 속성임을 이해하여 이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훈련이 있다면 소위 성격이라는 것도 의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말이 있다. "조현병, 이인증, 어쩌면 BIID까지 이 증산을 경미하게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아의 본질에 관한 통찰을 얻음으로써 치료적 도움을 얻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통찰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자아에 관한 병을 갖고 있는 사람만은 아니다."
다소 산만한 사례 나열과 연구 소개로 인해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방해를 받기는 했으나, 다양한 관점을 폭넓게 소개하려는 저자의 의욕이었다고 이해할만하다. 단지 뇌과학에 대한 지식 전달에서 나아가 자아에 대한 탐구라는 철학적 문제를 심도있게 고민하게 만드는 데는 충분한 자극제가 될만한 책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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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운명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 2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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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1862~ 1949를 산 벨기에 출신의 극작가이자 시인이고 수필가이다. 쉰 살이 되기 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그럼에도 평생 고독과 은둔을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견지했다고 한다.
저자의 이력과 그가 살았던 시대적 분위기를 고려하며 잠시 시간 이동을 했다는 상상을 하고 책을 읽는 것이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는 자연과의 친화 속에서 지혜, 운명, 사랑, 행복 등에 대해 사색하였고, 인간과 삶의 근원적 가치를 탐색하는데 열중하였다. 그래서 그의 책은 전체적으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인간은 본래 행복하기 위해, 건강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존재이다. 불행과 행복은 어떤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우울한 굴종으로 맞이할 것이냐. 폭넓고 조화로운 해석으로 긍정하는 태도로 대할 것이냐의 차이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즉.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행복의 씨앗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인지하고 추출해낼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불만과 비탄과 번민에 빠져 이 불행을 누가 해결해주지 않을까 한탄만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메시지는 따끔한 일침이 될 수 있고 희망의 등불이 될 수도 있으리라.
그는 말한다. "사실 우리 삶에 모자란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복의 깨달음'입니다. 스스로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아무리 행복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청년은 청년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삶이 버겁고 힘들어 지쳤다고 아우성치는 시대를 산다. 그 고통을 해결하는 비법이 단지 정부 정책에 있거나 로또 당첨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무엇 때문에 이 고통이 끊이지 않는가에 대해 각자 깊은 사색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자의 말처럼 지혜롭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아는 것이다. 이것은 이성적 판단력이 높다는 의미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성한 본능을 아는 것과 관련있다. 그리고 이것은 진심을 다한 사랑을 하면서 더욱 깊어져 자기도 모르게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 그렇게 진실한 지혜가 생겨난다.
나는 모두의 노력이 결코 헛수고 되지 않기를, 자신의 행복을 위해 바른 지혜를 개발하는 운명의 길을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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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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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와 속지 디자인이 예쁘다. 화사한 파스텔톤의 심플한 그림들 때문에 마음은 이미 동심으로 끌려들어가는 듯했다. 처음에 이 책을 들면서부터 다짐했다. '절대로 아무 선입견 없이 보자. 옳으니 그르니 잘하니 못하니 비판적인 생각일랑 다 내던져버리고 오직 새로운 친구를 만나 노는 기분으로 보노보노를 영접하자.' 요즘 나는 이제 막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나대는 사춘기 아이처럼 시비를 따지려 들어서 피곤하다. 그런 나에게 휴식과 영양제가 필요할 것 같아서 선택한 책이다.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저자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와 작가 자신, 작가와 친구들, 작가와 가족 간의 이야기들을 알맞게 버무려 보여준다. 흔한 일상의 모습을 소재로 소박하고 솔직하게 말을 건네며 다가오니 함께 수다를 떠는 것처럼 편안하다. 그러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고 너무 가볍지 않게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을 던지고 있다.  자신의 허물을 발견하면 고민하고 다짐하고 그러면서 또 잘 해낼지를 의심하는 모습이 우리들의 처지를 보는 것 같다.

늘 소심하면서도 자기를 아끼는 일만큼은 적극적이며 어른이 되는 것이 뭔지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보노보노'라는 어린 해달이 등장한다. 아마도 저자는 소심하고 걱정 많은 자신이 보노보노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쑥스러워하면서도 까칠하고 비판적인 데다 괴팍한 '너부리'는 보노보노에게 "나중에 곤란해질걸 왜 지금 곤란해하느냐?며 '곤란해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보노보노의 멘토인 '야웅이' 형은 '아무 특별한 일도 안 일어나지만 아무 일없이 편안한 삶이 제일 좋다'라고 말하는 쿨한 자유주의자다. 또 매번 즐거움을 추구하는 정신없는 '홰내기'는 가장 현실적임과 동시에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이렇게 숲 속의 동물 친구들이  서로 다른 각자의 개성이 있지만 '그러려니' 이해하며 아니 '나도 그런 적이 있었음'을 기억해내며 함께 사는 모습은 귀엽고 가슴 뭉클하다.

항상 꼿꼿하고 번듯한 말만 해서 우울한 딸을 위로해주지 못했던 엄마. 그런 엄마를 어느새 밀어내고 마음 닫았던 딸이 우울병 진단을 받고 자존심마저 세월에 빼앗겨버린 엄마를 위해 미음을 끓이며 소리 없이 우는 장면이 나온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상처를 주고 가장 자주 보는 사람의 마음도 모르고 사는 우리의 인생이 참 안타깝다.

혼자 밥 먹는 것이 두려워 어떻게든 무리에 끼어보려고 다소 낯익은 아이들 곁으로 도시락을 들고 가지만 함께 먹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중학생 신회를 보는 장면에서는 나도 목이 메었다. 나 역시 또래 여학생들과는 노는 문화가 안 맞다는 이유로 다가갈 시도조차 포기하고, 그나마 의식 있어 보이는 몇몇 껄렁거리는 남학생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같이  놀자고 먼저 말할 당당함도 없고 나랑 놀고 싶도록 만들 빛나는 재주도 없어, 그들이 모여있는 공간 언저리에서 어슬렁거리며 그쪽에서 먼저 아는 체해주기를 기다렸던 부끄러운 대학 신입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더 잘 해낼 수 있을지를 의심하면서 또 많은 세월이 흘렀다.

늘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그 대상이 나타나면 속도 조절을 못하고 질주함으로써 상대를 질리게 만들어버리는 자신의 연애 방식에 대해 '관계 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잠시 연애를 쉬기로 결정하는 연애에 관한 생각, 꿈을 이룰 능력과 열정과 끈기가 없어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당부까지 주옥같은 고민의 흔적들이 모두 좋았다.

작가가 밝혔듯이 이 책은 소심한 사람들끼리 나누며 공감하는 이야기책이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유용한 얘기들이 없어서가 아니지만 소심함 때문에 위축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쓴 책으로 보인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소심함에 대한 위로를 받았고 동시에 사랑받고 공감받기를 갈망하는 마음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보노보노를 통해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는 솔직함이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솔직해지기가 어렵고 이제는 무엇이 솔직함인지까지 헷갈린다고 말한다. 그만큼 세상은 복잡하고 관계란 오묘한 거다. 솔직해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우선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아마도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솔직하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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