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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이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5월
평점 :
성에 관한 논의는 21세기인 요즘에도 여전히 다루기 불편한 소재로 남아있다. 직접적 주체인 애인, 부부간에 조차 성에 관한 솔직하고 건강한 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인가? 실제로 우리는 성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성은 곧 자기 정체성의 근간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올바로 다루도록 가르쳐주는 성교육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가정에서 사회에서 성에 관한 무지는 당연시 여겨졌을 뿐 아니라 마치 고상하고 점잖은 태도와 맞먹는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이 책은 이런 분위기에 파격을 제시하는 하나의 디딤돌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빌헬름 라이히, 미셀 푸코, 제프리 밀러, 데이비드 버스 등 정신분석학에서 여성학,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 사상가, 학자들은 성에 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가를 간추려 소개하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 성에 관한 담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성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각기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에게 공통점은 있다. 성은 결코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거나 혐오스러운 무엇으로써 음지에서 다루어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성에 대해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는 사회에서 성은 잘 모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못 알게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포르노, 야동, 잡지 등을 통해 음지에서 배운 성 지식은 대부분 올바르지 않아서 그릇된 성적 환상을 부추겨 자신을 욕망의 도구로 전락시키거나 이성에 관한 잘못된 관점을 갖게 해 건강한 어른으로서 성을 즐기는 것을 방해한다.
이제까지 인간 사회는 남성 위주의 지배 구조로 유지되었다. 남성의 필요에 의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의 성이 이용되고 착취당했다. 때문에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성을 긍정하지 못하고 억압하거나 무시하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성에 관한 언급은 입에 담기도 부끄럽고 불쾌한 소재가 되었으며, 혼자 있는 공간에서도 자신의 성적 욕망을 인정되지 않는다. 더우기 자기의 성을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혐오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니. 그 피해는 여성에 그치지 않고 남성에까지 공유된다. 여성이 자신의 성에 무지하고 성욕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남성 또한 여성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못한 욕망으로 인해 더욱 자제할 수 없는 성의 노예로 적응된다. 이것은 공멸의 함정이다.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남자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길들여져 물리적인 힘으로 여성을 굴복시키는 것이 여성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알며, 이것을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고 오류다. 여자는 기계적인 남자의 힘이나 기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한 정서적 배려가 함께 하는 성관계를 원한다. 이것이 여자에게 남자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다. 이것이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묘약이며 안정된 사회를 건립하는 밑거름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성을 이해하고 이성의 성을 이해하는 노력은 비단 성의 차원에서 건강한 어른이 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것이 곧 자존감으로 연결되어 당당하고 주체적인 어른이 되는 것을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기와 몸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여성은 자유로워지고 성숙해진다." (베티 도슨)
성에 대한 침묵은 성에 대한 무지의 표현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기 위해 이 책은 남성에게는 물론 성에 대해 더 무지하고 억압되어 있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에 대한 이해는 곧 자신의 몸과 정신 나아가 사회에 대한 이해와도 맞닿아 있다.